교문 밖을 나서면
하늘은 더 파랄 줄 알았습니다.
교문밖을 나서면
원하던 모든 것을 가질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내 손으로 내 돈 버니
이 세상이 다 내 것일 줄 알았습니다.
교문 밖을 나서면
선생님 핀잔 안 받고
영어 단어 안 외우고
하고 싶은 것만 할 줄 알았습니다.
교문 밖을 나서면
교문 밖을 나서면
내 인생도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다. 공장으로 일하러 간 친구들이 있었다. 교실 앞에 서서 마지막으로 반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던 그들을 나는 마주 보지 못했다. 유난히도 그들과 친했었다. 가난하다고 몇몇 아이들이 싫은 티도 냈었던 것 같은데 난 그들이 가난한 줄 몰랐다.
"'소려'야, 우리 공장 가"라고 할 때까지.
눈빛이 맑고 따뜻한 친구들이었다. 솔직했고 잘 웃었고 날 무척 좋아해 주었다. 나도 그들을 무척 좋아했다.
세 명이었다. 그중 한 친구가 낙엽에 곱게 편지를 써서 코팅을 해 주었다. 책갈피로 쓰라며 건네주던 친구의 미소가 참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다. 차마 편지를 읽지는 못했다. 방금 모양대로 잘라낸 코팅지에 손이 베일 것 같았다. 이제 교실에서 못 만날 친구의 작별 인사에 마음이 베일 것 같았다. 책 속에 깊이 숨겨두었다.
인사를 마치고 교실 문을 나서는 친구들을 따라나섰다. 수업이 막 시작됐지만 선생님은 날 붙잡지 않았다. 친구들은 번갈아 내 손을 잡으며 교문으로 향했다. 그 친구들이 공부를 마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내 탓 같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 나를 위로한다고 한 친구가 말했다.
"나 원래 공부하는 거 싫어했어."
정말일까? 고개를 들었는데 이번에는 친구들이 고개를 숙였다.
하늘이 정말 눈이 시리게 푸르른 날이었다. 갑자기 친구들이 내 손을 놓고 교문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와, 소리도 질렀다. 한 명이, 다시 한 명이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경비 아저씨가 커다란 교문을 열어주셨다. 쪽문이 아니라 차가 오고 가는 기다란 철문을 열어주셨다. 연락을 받고 기다리던 아저씨 방식의 작별인사였지만 난 아저씨가 미웠다. 평소처럼 문을 막았어야 했다. 수업 중에 어디 가냐고 호통을 쳤어야 했다.
나는 그대로 뒤에 서 있는데 친구들은 누구 하나 돌아보지 않았다. 와아아 소리를 지르며 교문을 빠져나갔다.
다시 끼이익 교문이 닫혔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었다. 친구들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푸르른 날이었다.
어느 먼 날, 책 속에서 책갈피 하나가 떨어졌다. 코팅된 낙엽은 색깔이 바랬지만 부스러지지 않은 채 친구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날 처음으로 친구의 편지를 끝까지 읽었다.
"내 친구가 되어 주어서 고마웠다."
편지를 읽던 날 하늘은 푸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 눈은 부셨다. 너무 시리게 부셨다.
"내 친구가 되어 줘서 고마워."
시린 눈을 꼭 감고 내 속에 기억으로만 남은 친구들에게 대답했다. 그리고 물었다.
"잘들 지내지?"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