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 앉은자리

한송이

by 소려


하늘 가득 하얀 눈송이


제 몸조차 주최하지 못하면서

나를 질질 끌고 가던 시간들

흘러가야 하는 것이 숙명이라서.

미안해하는 시간들을 뒤로하고


돌아와 앉은자리

더 이상 이곳은 그때의 그곳이 아니다.

내 공간이, 내 시간이...

내 글이 아니다.

그동안 고생했어.

지나간 시간들이 손을 흔들고 돌아선다.

지긋지긋했는데

왜 눈송이들은 흩날리는 걸까?


돌아와 앉은자리

이곳에서 나만을 기다려주던 나의 글들인데

낯설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서먹하게 손을 내밀어본다

부르르 떨며

고개를 돌리는 어제의 나.


지금의 내가 너보다 조금은 컸을까?

헛된 비교를 접고 어제의 글을 마주 본다.

부르르 떨리는

나의 어깨

갑자기 눈물이 흐르는 건 더 이상 너희와 함께 할 수 없어서일까?

아니면

어제의 내가 안쓰러운 걸까?

오늘의 내가 서러운 걸까?

고생했어.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어제의 나를 밀어내고

돌아와 앉은자리

오롯이 나로 살아야 한다.

흩날리는 눈송이처럼

가볍게 살다 녹아지고 싶은데...


그래, 이젠 안녕-.

어제의 모든 것들.


돌아와 앉은자리

눈 한송이 허공을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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