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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려 Nov 08. 2022

웹툰 순천


시골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에

차표 파는 아가씨와 실랑이하네

이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딨어

깎아달라 졸라대니 웬 이런 짓을

으하하하하하


고(故) 서영춘 씨가 불렀던 서울구경이다. 사람들은 따라서 아 핫핫하댔지만 난 이 노래가 싫었다. 웃기지도 않는데 억지로 웃는 것 같았다. 풍자와 해학이 아니라 시골영감님을 '비하'하는 것 같았다.

어린 나는 기차 여행을 할 때 혹시나 차표 파는 아가씨와 실랑이하는 어르신이 계신다면 다가가 차분히 말씀드려야지 생각했다.

"기차표는 정액제예요."

그러면 어르신이 '아 , 그렇구나' 하며 수긍하실 거라고 '착각'했었다.




이곳 순천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도 한참 동안을 남편은 수도권으로 출장을 다녀야 했다. 남편은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제일 힘든 게 노인들이 서 계실 때라고 했다.

인터넷으로 좌석 표를 산 젊은이들이 자리를 다 차지한 것이다.

매표구에서 입석표를 살 수밖에 없었던 노인들은 의자에 손을 짚은 채 기차에서 흔들거려야 했다. 그분들도 에누리받았다고 좋아하시지 않을 것은 뻔했다.


조카 결혼식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 기차에서는 다행히 서서 가시는 노인이 안 계셔서 편히 앉아갈 수 있었다.

전철을 타고 3호선의 끝자락에 내렸는데 퇴근 시간이랑 겹쳐서 사람들이 많았다.

남편과 나는 캐리어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집안 어른들 드린다고 남편은 캐리어에 손수 담근 구찌뽕청을 가득 담아 왔고 그 무게는 30kg을 육박했다.

그 전철역은 에스컬레이터가 한 대도 없었다. 우리는 딱 한 대 있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이미 노인분들이 포화상태라 우리는 멀찍이 서서 엘리베이터가 한가해지기를 기다렸다.


느릿느릿 나무늘보 같은 엘리베이터가 문을 열자 서울 노인분들이 몰려 들어갔다.

마지막 한 사람이 타고 삐! 만원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 안 사람들은 마지막에 탄 사람 내리라고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지막에 타신 분이 우아하게 뒤로 도시더니 말씀하셨다.

"조금만 기다리면 이 삐 소리는 멈출 것이고 엘리베이터는 올라갈 거예요."

말 끝에 그분은 여전히 우아하게 왼손  검지로 하늘을 가리켰다.

나와 남편은 터지는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숙였다. 이것이 나에겐 제대로 된 서울 구경이었다.

그분은 끝내 엘리베이터에서 쫓겨났다. 그러고도 한 사람이 더 내리고 나서야 엘리베이터는 삐 소리를 멈추고 하늘로 올라갔다.


전철은 계속 오고 갔고 노인분들은 몰려들었다. 남편과 나는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고 계단을 올랐다. 다음에는 택배로 짐을 보내자고 다짐하면서.


나는 서울에 한 달에 한 번꼴로 올라가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이 불어난다는 게 눈에 보인다. 한 달 사이에 느껴지는 밀도가 다르다. 전철은 줄을 서서 올라가고 내려가야 한다.

연남동 숲길에서 젊은이들은 줄줄이 데이트 하고 유명하다는 카페에 줄줄이 줄을 선다.

포항에서 올라온 딸 친구가  마디 하더란다.

"서울 사람들은 밥만 먹고 산다니? 식당마다 줄이야!"


서울에 너무 몰려 사는 거 아니냐는 내 말에 친구가 대답했다.

"시골 가면 먹고 살 게 없잖아. 젊은 사람들은 더 하고..., 일자리가 있는 곳에 몰릴 수밖에 없지."


맞는 이야기다. 돌고 도는 일이 먹고사는 일이니 먹고살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생각나는 것이 있어 적어본다. 애니메이션에 관심 있는 친구 아들에게도 알려줬던 이야기인데 순천에서는 청년 유치 사업의 일환으로 웹툰 창작을 지원한다. 일정 기업을 정하고 웹툰 작가를 모집하기도 한다.

나는 나이에서 잘려서 청년이 아닌 것을 깨달아야 했지만 혹시 복닥스러운 수도권을 벗어나고 싶고 웹툰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좋은 소식이 아닐까 싶어서 링크를 올린다.



*광고가 아닙니다. 마음이 맞는 청년들에게 알리고 싶은 순천의 소식입니다.


순천 글로벌 웹툰센터 https://scwt.kr/

전자신문 기사 https://m.etnews.com/20221107000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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