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려 Nov 02. 2022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 제목 하나에 모든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함께 하고 싶지만 기다릴  수 없는 크리스마스다. 그러면 지금이 크리스마스다. 8월의 크리스마스.


눈물이 많은 아줌마긴 하지만 한 소절 듣는 것만으로 눈물을 흘리게 되는 노래가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한석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녹아들어 눈물로 흘러내린다.

얼마나 들어야 눈물이 멈출까, 질릴 때까지 들어보자, 틀었는데 소용이 없다. 가슴속까지 저릿, 눈물을 흘리다가 멈추지 않고 폭포수가 되어버린다.


"지금 이대로 잠들고 싶어.

가슴으로 널 느끼며

영원히 깨지 않는 꿈을 꾸고 싶어."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시한부 남자의 이야기다. 그러나 죽음이란 그림자는 대놓고 나서지 않는다. 무슨 병인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지루할 정도로 잔잔한 그 속에서 울컥 눈물이 솟는 이유를 어린 나는 몰랐다. 사랑하는 여자를 보면 웃음이 나와서 어쩔 줄 모르는 남자지만 여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를 알고 싶지 않았다. 창밖으로 몰래 여자를 바라보며 유리창을 더듬는 남자의 손이 울고 있다는 것을 어린 나는 몰랐다.


 번밖에 보지 않은 영화가 그것도 20  전에  영화가 가슴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은 왜일까?

머리는 이유를 찾지 않았고 마음을 달래주지도 않았다. 어느   속의 내가 나를 보며 말했다.

"너 다 알고 있었잖아."

그래, 사실은 어린 척, 모른 척하고 있었다.


남자가 떠난 사진관 앞에서 여자가 빙긋이 웃을 때

나는 엉엉 소리 내어 울었었다.

'우리는 누구나 그 여자처럼 웃어야 할 때가 오겠지.'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싶었던 사실. 그게 슬펐던 것일까?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 슬픈 걸까?


"이젠 너를 남겨두고 나 떠나야 해.

사랑도 그리움도 잊은 채로

고운 너의 모습만은 가져가고 싶지만

널 추억하면 할수록 자꾸만 희미해져."


다시 노래는 모든 이야기를 담고 흐른다.

지금 우리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매 순간이 사랑이어야 하는 이유다.


"태연한 척 웃고 있어도

너의 마음 알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나의 손을 잡아주렴."


사사로운 일들에 휩쓸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본다.

빙긋이 웃어야   사소한 일들이 웃음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그냥 소중한 사람을 안아본다.

매 순간이 사랑이어야 한다.

매 순간이 8월의 크리스마스인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의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