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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려 Jul 10. 2023

내 몸을 대하는 두 가지 자세


누텔라 비스킷에 누텔라를 발라 먹으면?

맛있다... 살이 찐다.


둘째가 독일에서 사 온 누텔라 비스킷을 앞에 놓고 고민에 빠졌다.

"먹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살이란 거 신경 쓰지 않던 때가 '있었'다. 밤에 라면을 먹고 다음 날 몸무게가 1킬로 그램 늘었다고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그때가 그립지는 않다. 하루 걸러 아팠다. 숨 쉬기가 힘들었고 학교에 오고 가기도 힘들었다. 체력을 비축해 그날 오후까지 살아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목표였다. 신문사에 다니던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을 몰아 일을 하고 마지막 취재 지는 집 근처로 잡았다.

대학교 때였다. 나는 여대를 나왔는데 과별 체육대회가 있었다. 대진운이 안 좋았다. 체육학과랑 줄다리기 시합을 하게 되었다. 어깨를 으쓱하며 나오는 체육학과 학생들의 눈빛에서는 비웃음조차 없었다. '시작' 소리와 함께 우리 학과 학생 50명은 지푸라기에 꽈 놓은 굴비들처럼 끌려갔다. 몇몇 덩치 좋은 친구들이 손과 발에 힘을 주었지만 잠시 후 우리들은 누워서 서로를 쳐다봐야 했다. 친구들이 신음 같은 소리를 냈다.

"쟤네들 여자 맞아?"


그렇게 타고난 체력을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밥 먹고 숨쉬기는 편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감사한 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았다. 큰 애를 낳고 며칠 후 시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네가 유산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어른들께 걱정 끼치는 못난 자식이었다.

남편은 말하곤 했다.

"50kg만 넘으면 뭐든지 해줄게요."

50kg이 넘기 시작한 것은 중국 베이징에 살 때였다. '중국 땅은 여자 기가 세다'라는 농담이 있는데 기를 받아서인가, 남편이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쯤 50이 넘었다. 나이 말고 몸무게가. 그리고 내 소원이라는 빌미로 유럽 여행을 40일간 다녀왔다. 딱 거기서 멈췄으면 좋았다.

50이 넘으니 일상이 편해졌다. 오후가 돼도 몸은 타들어가지 않았고 편했다. 아,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사는구나,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약장수가 '이 약을 먹으면 젊고 팔팔하던 시절로 돌아 가' 광고를 했을 때 티브이 앞에 앉아 있던 나는 중얼거렸다.

"젊었을 때 팔팔했던 적이 없어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갱년기가 되면서 살은 점점 불었다. 실내 자전거를 타고 요가를 하지만 앞의 숫자가 바뀌지 않을까 항상 살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몸은 여전히 아팠다.


동병상련이라고 체질이 아픈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본다. 오늘은 안 아픈지가 인사다. 내 주위에 나랑 비슷한 분들이 대표적으로 두  사람인데. 한 사람은 동네 분으로 70을 바라보고 계신다. 하루는 마을 일로 남편과 통화를 하는데 병원에 계시단다. 무슨 일인가 물었더니 그분은 담담하게 말씀하신다.

"이 놈의 몸뚱아리, 매일 말썽이에요."

전화기 사이로 새어 나오는 소리에 난 내 몸뚱아리를 돌아봤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 막내 시누이다. 학교 선생님인 막내 시누이는 일평생 살이 쪄 본 적이 없다.

"지난 한 달간 5kg이 빠져서 고민을 했어. 병원에 가서 이런저런 검사를 했는데 이상은 없대."

그 몸에 살이 5kg이나 빠졌으니 우리 집에 놀러 온 막내 시누이는 더 핼쑥해 보였다.

"혹시 암인가 싶었는데 아니라네."

그러더니 막내 시누이가 두 팔로 자신을 안고 토닥였다.

"고마운 몸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였어. 고생했으니 잠시 쉬라고."

시누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참 위대한 몸이야. 내 몸에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몸이 으슬거리고 찌뿌듯할 때면 물어본다.

"내가 요즘 힘들었나? 난 내 몸을 위해 무슨 일을 해 주었지?"

타고 난 몸이 국가대표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내 몸에 감사하고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기로 한다.


그런데 저 누텔라 비스킷에 누텔라를 찍어 먹어? 말어?

뱃살은 고개를 흔드는데 그 속의 위장은 '다 소화시켜 줄게. 들어와, 들어와.' 한다. 혀는 먹으라고 소리를 지른다.

2대 1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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