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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려 Oct 06. 2021

브런치 작가, 한 번에 붙었습니다.

망설이는 작가들을 위하여


우선 건방진 제목에 대한 변명부터 해야겠다. 나는 이제 브런치 작가가 된 지 만 2개월이 되어 가는 초짜 중의 초짜다. 그리고 혹시 제목을 '브런치 북 작가'로 오해하고 들어오신 분들에게 사과 인사를 해야겠다. 지금 내 글은 신입사원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회사를 들쑤시고 다니는 형국일 테니까.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처럼 망설이다 1년, 2년 세월만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 헌정하기 위해서다.

"저 같은 초보도 했습니다. 당신은 더 잘할 수 있습니다. 힘내세요."


그날따라 아침부터 처리할 일들이 많아 남편과 함께 관공서들을 돌고, 나간 김에 여수로 향했다. 섬과 섬 사이로 새로 난 다리들을 달리며 바닷바람을 맞았다. 계속되는 우울한 마음에 몸까지 축 쳐지는 날들이었다. 나는 영원히 다리가 놓이지 못할 섬 같았다. 크기도 작아서 바닷물을 꼴깍꼴깍 삼키며 겨우 나 여기 있어요, 머리를 내밀었다 잠겼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툭 치고 가는 것은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들뿐. 오히려 그 쓰레기들 때문에 사람들 눈을 끄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한다. "저 쓰레기 좀 봐." 그렇게 내 존재조차 쓰레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 날들이었다.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인터넷이 자동으로 연결되었고 '붕붕' 막혀있던 메시지들과 알림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휴대폰을 보니 광고 속에서 "b"자가 연달아 보였다. 내가 구독하는 작가님들이 오늘 글을 많이 올리셨나 보네. 좋겠다. 집에 가서 천천히 봐야지.

다른 문자를 확인하려고 휴대폰 화면을 건드렸는데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란 글이 찰나로 지나갔다. 작가 응모하라는 브런치의 독려 글인가 하다가 혹시나 하고 알림 메시지를 열었다.

작가 신청 후 5일 정도가 걸린다고 했는데? 이틀 전 저녁에 작가 신청을 했는데, 벌써? 아냐, 했는데...

맞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단다. 너무 좋아서 읽고 또 읽었다. 모든 예비 작가들에게 보내는 격려 메시지를 보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나 브런치 작가 통과됐대." 남편에게 말했다. 그날 처음으로 웃었다.


누군가가 "저기 바닷속에 섬이 있네." 내 머리끝을 보아준 것 같았다. 바닷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큰 숨 한 번 내쉬는 것 같았다. 못난 글이라도 내 가능성을 봐주는 사람이 있구나.


한 번에 붙었다고 했지만 나는 5 수생이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몇 날 며칠에 걸쳐 고민하고 적었다가 끝내 신청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돌아서기를 반복했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조차 민망해서 글을 써보라고 권유하는 사람들에게도 말 못 했다. 내 글이 조금 더 좋아지면... 지금은 너무 부끄럽잖아. 다른 사람들 글 더 읽어보고 내 글을 더 많이 쓴 다음에... 브런치에 글 쓰시는 작가분들 정말 대단하다. 난 낄 자리가 아니야. 돌아서고 돌아섰다.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다 보니 어느날 브런치의 시스템과 목차 구성들이 부러워졌다. 중구난방 적기만 했던 글들을 브런치의 작가들처럼 정리해보고 싶었다. 작가가 된 사람들만 '매거진과 브런치 북 만들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실망도 했었다. 그렇게 글만 정리해도 내 글이 조금은 글 같을 것 같았다.

너무 예쁘고 비싼 노트를 탐내는 것처럼 작가 신청하기에 다시 도전했다. 그동안 써놓았던 이력과 계획서를 다시 읽어보지 않고 그냥 솔직하게 썼다. "저 이런 글이 쓰고 싶어요."하고. 그리고 못난 글 세 편을 고르고 골라 교정을 7번씩 보았다. 마루야마 겐지가 "소설가의 각오"라는 글에서 교정을 7번은 보아야 한다는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그나마 제일 쉬운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드디어 신청하기 버튼을 눌렀다.

나 이제 바다 밖으로, 세상 속으로 나가고 싶어요.

문이 쉽게 열릴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저 누가 돌아봐주기만을 바라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이틀 만에...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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