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스타워즈, 세대교체가 40년에 걸친 추억과 함께 하기 위한 연결점
스타워즈의 새로운 에피소드가 찾아왔다. 전편이 오리지널 3부작과 프리퀄 3부작을 사랑한 전 세계 팬들에게 바치는 헌정 에피소드의 느낌이었다면, 이번 편은 팬들에게 세대를 뛰어넘어 돌아온 스타워즈의 새로운 장을 보여주기 위한 전환점이 되었다.
스타워즈 광팬들이 몰려 사는 여기 실리콘 밸리의 개봉 첫날, 첫 상영시간은 나와 남편을 비롯, 스타워즈 팬들의 정모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내 옆에는 다스 베이더가, 앞에는 레아 공주가 각각 검은 망토와 흰 드레스를 입은 채로 앉아 있었고, 휘황찬란한 색깔의 광선검들을 들고 오신 분이 적어도 스물 이상. 내가 들고 간 bb-8이 그려진 에코백은 가장 초라한 팬심으로 전락했다.
무한한 팬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코미디, 추억, 광선검 액션, 반전, 귀여움, 내적 갈등과 포스를 모두 담아 내놓은 수작(秀作)에 대해서 글을 써 보려고 한다.
(*스포일러 엄청 엄청 엄청 많음)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
나는 (팬으로서) 굉장히 자랑스럽게도, 스타워즈의 팬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꼬꼬마 초딩 때부터 스타워즈를 사랑했다. 그땐 DVD도 아니고 비디오를 빌려 보는 시절이었는데, 아빠와 함께 비디오를 빌려다 놓고 작은 TV 앞에서 영화를 봤었다. 오리지널과 프리퀄 3부작에 비해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았던 "클론 전쟁"과 "Rebels"라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하나하나 다 챙겨보았을 정도.
기억이 존재하는 내내 나는 자랑스러운 스타워즈의 팬이었고, 맥북엔 언제나 스타워즈의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이후 비슷하게 스타워즈를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매년 5월 4일 '스타워즈의 날'과 5월 6일 '시스 복수의 날'을 기념하는 삶을 살고 있다.
(5월 4일이 스타워즈의 날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제다이 기사들의 안부인사인 "May the Force be with you"에서 파생된 언어유희로, 5월이 May, 4일이 Fourth라는 점에 착안해 (May, the Fourth) 5월 4일을 스타워즈의 날로 지정해 전 세계의 팬들이 이를 축하한다. '시스 복수의 날'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유래는 비슷하다. "시스의 복수"의 원제는 Revenge of the Sith인데, 5월 4일이 지나간 뒤 6일 Sixth가 찾아오기 때문에 6일(Sixth)이 시스 복수의 날이 되었다.)
0. 전반적인 감상
시퀄 3부작을 만들기 위해서 제작진이 한 고민이 얼마나 컸을까. 크게 흥행한 오리지널 3부작, 순서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미 알려진 결말을 설명해야 했던 프리퀄 3부작에 이어, 이 모든 걸 망라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다시 열어야 하다니. 솔직한 감상으로는 7편이 등장한 것, 그리고 오리지널에서 '데스 스타의 파괴 방법을 반란군이 도대체 어떻게 알아내었는가'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로그원"이 나온 것 자체가 오랜 팬인 내겐 감격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라스트 제다이"는 큰 역할을 했다. 재작년 개봉한 "깨어난 포스"는 전 세계 팬들에게 바치는 헌정 에피소드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세밀하게 숨겨진 추억을 찾으며 즐거워했지만 동시에 스토리의 전개는 지지부진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작년의 "로그원"으로 퍼즐 조각을 만들어 내고 끼워 맞춘 뒤 들고 온 이번 편은 2시간 반 동안 최후의 반란군을 남기고 나머지를 몰살해버렸다. 급히 전개되었지만 이를 열심히 설명하고, 새로운 인물과 갈등 요소를 넣어 스타워즈의 새 시대를 열고자 했다는 느낌. 엄청난 강점과 아쉬운 부분이 함께 녹아 있는 스타워즈의 전환점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1. 개그 요소
나는 스타워즈가 이렇게 코믹해질 수 있는 영화인 줄 전혀 몰랐다. 선악의 싸움을 다루는 세계관인 만큼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친구, 가족들의 끈끈한 정이 주가 되어 개그 요소가 있어봤자 두세 번 정도 있을까 말까 했던 지난 에피소드들에 비하면 이번 편은 거의 개그물 수준. 심각한 장면이 나오기 전 어김없이 등장하는 개그 요소들은 스타워즈에 유쾌함이라는 색채를 더해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반가운 변화였다.
지금 생각나는 개그 신들은 다음과 같다:
- 스노크에게 깨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헉스(Hux)의 허둥대는 모습
- 자신을 설득하는 R2-D2에게 'Cheap trick'이라고 하는 루크
- 레이가 전해준 광선검을 들고 진지한 표정을 짓다가 등 뒤로 휙 던져버리는 루크
- 레이가 부순 집의 잔해를 치우며 투덜대는 행성 거주민
- 루크가 칩거한 섬에 거주하는 포그(Porg)를 구워 먹던 츄바카가 살아있는 포그들에게 둘러싸이는 모습
- 자쿠(Jakku) 행성에서 왔다는 레이에게, '그 정도면 Nowhere 맞네'라고 하는 루크
- 눈을 감고 있는 레이의 손끝을 기다란 식물 줄기로 톡톡 치며 '이게 포스다'라고 알려주는 루크
- 모선에서 도망치려다 자신을 영웅시하는 로즈에게 들키고 허둥대는 핀
- 밀레니엄 팔콘 내에서 함께 돌격하는 포그
- 포스를 스카이프처럼 영상통화에 사용하는 벤/카일로 렌과 레이
- 카지노에서 취객이 도박 기계로 착각해 금화를 bb-8에 집어넣고 bb-8이 그 금화를 총알처럼 발사하는 장면
- 루크와 레아 공주가 만나는 장면에서, 레아가 "나 머리 스타일 바꿨다고 말하려는 거지ㅉㅉ" 하는 장면
- 퍼스트 오더의 폭격을 견뎌낸 뒤 어깨의 먼지를 톡! 털어내는 루크 (개그 순위 1위)
아마 스타워즈 전 시리즈에 걸쳐 이렇게 웃긴 에피소드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다. 그래서 너무 행복하고, 아쉽기도 하다.
2. 반전의 반전의 반전
스타워즈의 반전이라고 해 봤자 다스 베이더가 루크에게 "네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내가 네 아버지다"라고 말한 부분, 그리고 레아 공주와 루크가 서로 쌍둥이 남매임을 깨닫는 장면뿐이었다. 스타워즈는 스토리의 반전에 기인한 폭발적인 관심이 아니라, 은하계 전체에서 이어지는 가족 대 서사를 주요 테마로 삼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편은 반전으로 가득 차 있다(!) 뭐죠..
반전 1.
"깨어난 포스"의 마지막 장면에 의미심장하게 등장한 루크 스카이워커와 레이가 만날 때까지만 해도 우린 모두 루크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칩거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실 루크는 벤 솔로가 어둠의 포스로 가득하다고 판단하고 제다이 기사 양성에 실패했다고 좌절한 뒤 칩거를 한 상태. 루크는 레이를 만나 마치 요다가 자신을 가르쳤듯이 레이를 제다이로 만들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기대를 깨뜨렸다.
반전 2.
레아 공주는 포스를 느낄 수 있는 것 (force sensitive) 뿐 아니라 포스를 사용할 수 있었다 (force user). 사실 포스의 사용을 논하자면 미디클로리안 수치부터 얘기해야 하는데, 이 수치에 대한 논쟁은 너무 큰 관계로 우선은 넘어간다. 오리지널 3부작과 "보이지 않는 위험"에 따르면 레아 공주는 포스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 편에서는 아예 포스 사용자로 변모했다. 모선의 사령탑이 폭발하면서 우주로 튕겨져 나간 레아 공주가 (솔직히 여기서 죽는 줄 알았음) 포스를 사용해 복귀하는 모습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반전 3.
레이는 스카이워커 가문의 구성원도, 벤 솔로의 머나먼 친척도, 숨겨진 딸/조카/동생도 아니었다. 출생의 비밀 따위 없이, 레이가 부정하고자 했던 사실은 바로 그녀의 부모가 술값 대신 팔아넘기고 떠나 고아가 된 채로 자쿠 행성에 살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내가 정말 좋아한 반전 포인트였는데, 바로 스타워즈 자체가 '특별한 출신'이 아닌 그 어느 누구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이야기를 시작한 장본인인 아나킨 스카이워커조차 타투인이라는 외딴 행성에서 살아가던 노예 소년이었고, 핀(Finn)으로 개명 후 활약 중인 FN-2187도 스톰 트루퍼였다.
결국 이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아들, 한 솔로의 아들처럼 유명인 핏줄이 아니라 단순히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레이가 제다이로 변모한다는 점에서, 능력과 그 사람이 가진 용기, 열정이 세상을 바꾼다는 점을 시사한다. 같은 맥락에서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포스를 사용하는 이름 모를 마구간 소년도 미래를 책임질 영웅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반전 4.
'카일로 렌 = 어둠의 포스로 가득 찬 나쁜 놈'이라는 공식이 카일로와 레이의 합동 작전에서 무참히 깨진다. '제다이의 귀환'에서의 황제 - 다스 베이더 - 루크 구도처럼 스노크 - 벤/카일로 렌 - 레이 구도가 나타나고, 다스 베이더처럼 레이를 위해 스노크를 살해하는 벤/카일로 렌.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의 명장면 순위 2위라고 생각한다.
반전 5.
반란군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바로 공격하는 퍼스트 오더. 모선에서 홀도(Holdo) 제독이 레아 공주와 반란군을 작은 운반선에 나눠 태운 뒤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길 기도하는 중, 관객 모두는 이 허를 찌르는 작전에 감탄했다. 그런데 웬걸, 퍼스트 오더는 이를 당연히 알고 있었다는 듯이 실드도 칠 수 없는 운반선을 하나씩 폭격한다(!) '반란군 잘 대피할 줄 알았는데 다 죽었네'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 장면이었다. 마음 아픈 반전.
반전 6.
루크 스카이워커가 퍼스트 오더의 집중 폭격을 견뎌낸 뒤 벤과 대적하는 장면에서, 루크가 사실은 본인의 섬에 그대로 있으면서 포스로 환영을 만들어 융단 폭격과 벤의 공격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된다. 명장면 순위 1위.
3. 명장면
상영 시간이 생각보다 긴 데다 그 시간을 너무 알차게 사용해버려서 짚고 넘어갈 장면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기존 시리즈의 추억을 곳곳에 살려낸 장면을 보면서 이렇게 많은 명장면들을 만들어낸 영화였구나 하며 감탄했다. 그중에서도 팬 정모, 상영회 수준이었던 영화 상영일에 관객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던 네 장면을 소개한다.
1위.
헉스가 반란군의 계획을 눈치채고 작은 운반선들을 하나씩 무자비하게 폭격해 겨우 살아남은 스무 명도 채 안 되는 사람들이 동굴 속에 갇혀 있던 순간, 반란'군'이라고 하기 무색한 이 한 무리의 사람들을 찾아온 루크. 그 긴 세월을 지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레아 공주와 루크가 만난다. 오리지널 3부작을 사랑했던 팬이라면 그 젊고 어렸던 마크 해밀과 캐리 피셔가 얼마나 예뻤는지 기억할 것이다. 남매가 이 긴 세월이 지나고도 아직 퍼스트 오더랑 싸우고 있다니. 솔직히 제국/퍼스트 오더는 강력하다.
루크가 헉스와 벤 앞에 홀로 나서고, 퍼스트 오더가 루크를 집중적으로 폭격한다. (AT-AT 사용) 그리고 폭격이 끝난 뒤 너무나 가뿐하게 어깨의 먼지를 톡! 털어내는 루크. 그리고 벤 솔로가 나와 루크와 직접 대적한다. 이 와중에 동굴 속에 있던 최후의 반란군은 레아 공주의 지시에 따라, 그리고 레이의 도움으로 대피한다. 심지어 시간을 벌어주던 그 루크가 사실은 환영에 불과했다는 게 밝혀진다.
충격적이게도, 루크는 자신의 섬에 그대로 있으면서 포스를 집중시켜 그 먼 행성에 환영을 만들어 싸웠다는 설정. 섬에서 공중부양 중인 루크가 나온 장면에서 다들 기립박수를 쳤다.
2위.
레이가 스노크에게 잡혀있는 장면에선 벤이 엄청난 활약을 했다. 스노크가 레이를 포스로 붙잡아 벤 앞에 둥둥 띄워놓고 벤에게 죽이라고 명령하고 벤이 할 행동을 하나하나 읊어가는데, 벤은 오른손으로는 광선검을 들고 왼손으로 스노크 옆에 놓인 레이의 광선검을 움직여 스노크를 향한다. 그리고 레이를 죽이라는 말을 하는 순간, 광선검을 시동해 스노크를 절단(!)해 버리는 벤. 솔직히 '제다이의 귀환' 구도와 같아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풀어낼 줄은 몰랐다. 여기서 다들 기립박수.
이게 끝이 아니라, 스노크의 붉은 경호원들이 레이와 벤을 공격하던 중 본인 몫을 다 처치한 레이가 마지막 한 사람과 싸우는 벤을 도와주는 장면. 엎치락뒤치락하는 벤과 경호원을 보던 레이가 광선검을 패스하는데, 벤이 포스를 사용해 광선검을 낚아채더니 너무나 쿨하게 시동하더니 검이 뒤에 있던 경호원의 얼굴을 관통한다. 기립박수는 아니었지만 다들 입을 딱 벌리고 박수.
3위.
홀도 제독이 사실 전략이 있었다고 알리며 반란군을 대피시킨다. 그러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중, 헉스가 이 계획을 알아차리고 수송선을 하나하나 잔인하게 폭파하고, 나머지 반란군과 홀도는 충격에 휩싸인 채로 바라보고만 있다.
여기서 홀도 제독은 모선을 180도 돌린 뒤, 따라오고 있던 헉스를 마주하고 광속 비행한다(!)
아.. 솔직히 광속 비행에 대해서 '광속으로 날아 도착하는 지점에 이미 비행선이 있다면 충돌하는가'의 질문을 수없이 했었지만, 이걸 자살 특공법으로 쓰는 것까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따라오던 헉스의 비행선은 반토막이 나고 폭발한다. 마지막까지 반란군을 살린 홀도 제독도 큰 박수를 받았다.
4위.
레아 공주의 홀로그램.
루크와 R2-D2가 다시 만나는 순간, 루크는 R2에게 자신을 설득해보라고 말한다. 여기에 대한 단순한 대답으로 R2가 내놓은 건 바로 레아 공주의 홀로그램. 오비완에게 도움을 청하던 레아 공주, 따지고 보면 그 홀로그램 하나로 오비완과 루크가 다시 뭉쳐 세상을 구하게 된 건데.. 그 홀로그램이 나오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게다가 캐리 피셔가 세상을 떠나서 그 모습을 다신 볼 수 없기 때문에 더 마음 아픈 장면이었는지도. 아무도 박수는 칠 수 없었다.
4. 아쉬웠던 점
스타워즈는 언제나 모험과 신비로 가득하기 때문에 팬인 내게 있어서 '불호'인 에피소드는 없다. 그렇지만 너무 좋아해서, 더 완벽한 영화였으면 하는 마음에 아쉬운 점이 꼭 한 가지씩은 있는데 이번 영화엔 크게 네 부분이 있었다.
캡틴 파즈마의 존재감 부족
지금까지의 스톰 트루퍼 중 목소리를 내는, 대사가 있는 여자 스톰 트루퍼는 없었다. 그런 와중에 처음으로 비중 있는 여자 스톰 트루퍼, 게다가 일반 병사가 아니라 관리자 계급이 등장! 다들 캡틴 파즈마가 얼마나 대단한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말이 많았다. 캡틴 파즈마 피규어, 코스튬이 불티나게 팔렸고, 다들 한껏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캡틴 파즈마가 "깨어난 포스"에서 한 일이라곤, 핀을 추궁하는 것과 핀에게 협박당해 실드를 무력화한 뒤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뿐이었다. 다들 '속편에선 뭔가 하겠지' 하고 기대했는데, 무심하게도 핀과의 대결을 한 장면에 끝내더니 캡틴 파즈마가 죽었다. 깨진 마스크 사이로 눈이 살짝 보이고 목소리도 내긴 했지만, 그게 끝이라니.
스노크의 활약 부족
기존 시리즈의 황제 다스 시디어스나 그의 제자 다스 베이더에 비해.. 수프림 리더 스노크님은 도대체 어떤 분이신지..
악의 화신쯤의 위치에 올라 있는 악역 치고 스노크가 한 일이 부족하다. 사실 스노크는 어쩌다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건지, 정체가 뭔지, 어떻게 수프림 리더가 된 건지 등 정보가 0에 가깝다. 게다가 다스 시디어스처럼 결전에 포스를 사용하거나, 광선검으로 싸우거나 하는 일 없이 단순히 레이를 포스로 잡아 흔든 것 밖에 없다는 점이 무척 아쉬웠다. 그리고 바로 사망? 광선검으로 반토막이 나고도 외전에서 지네 인간이 된 다스 몰이 있기 때문에 스노크가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존재감과 활약이 부족한 설정이었다는 생각이다.
로즈와 핀의 키스신
개인적으로 가장 개연성 부족한 장면이었다. 전반적으로 로즈와 핀 사이에 영웅에 대한 동경심이나 전우애가 싹튼 것은 사실이나, 로즈가 갑작스럽게 핀에게 키스를 하는 바람에 전우애에 공명하던 내 감성은 갈 곳을 잃었다. 게다가 스타워즈 시리즈에 존재한 모든 키스신들이 의미 있고 설레는 장면들이었기 때문에, 그에 비하면 이번 영화의 유일한 키스신이었던 로즈와 핀의 키스신은.. 너무 어색하고 의아했다. 굳이 둘이 키스를 해야 했던 걸까?
카지노
마찬가지로 개연성 부족. 따지고 보면 그 행성 씬 자체도 의미가 부족했다. 경마를 하는 사람들, 카지노에서 돈을 쓰는 사람들. 물론 전쟁의 양면성을 부각하는 장치였다고는 하지만, 굳이 그 한시가 급한 때에 전설의 해커(?)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새로운 행성까지 달려가다니. 전략적으로 말이 되는 부분인가? 마구간의 꼬마들이 나중에 반란군의 씨앗이 된다는 설정은 이해하지만, 카지노 자체가 굉장히 어수선해서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느낌이 들었다.
내게 아쉬운 점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영화란 '죽은 시인의 사회' 외엔 단 한 편도 없었다. 그래도 오랜 시간 스타워즈를 사랑해 온 팬의 입장에서, 이번 에피소드를 팬심으로 감싸며 사랑할 순 있다.
"라스트 제다이"는 긴 상영시간 안에 많은 것을 시도하고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였고, 여러 무대 장치를 통해 그 영향을 극대화해냈다. 우리 모두가 사랑하던 캐릭터들이 이제 새로운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걸 봤고, 실제로 언제나 레아 공주로 남아있을 캐리 피셔는 정말 은하계로 떠나버렸다. 지금까지의 스타워즈를 마무리짓고, 새로운 지평과 이야기로 재탄생한 스타워즈를 보여준 느낌이랄까.
나는 루크 스카이워커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인물을 결국 잃어버렸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루크 - 레아 - 한 솔로 트리오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무도 없는데. 그래서 루크가 정말 죽은 건지, 왜 죽었어야 했는지를 여러 번 찾아보는 중이다. 아마 루크 스카이워커는 내가 처음으로 만난 제다이라서, 훨씬 애착이 가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변화는 필요하다. 분명 레이, 벤/카일로 렌, 포, 핀 네 명의 주인공들이 새로운 스타워즈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퀄 3부작의 두 번째 영화인 "라스트 제다이"는 수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이 0이어서가 아니라, 그 아쉬움을 차치하고도 앞으로의 기반을 잘 닦았다는 점에서.
단 하나 극복 불가능한 점은, 이전 시대의 주인공 중 반란군에 남아 있는 유일한 한 사람인 레아 공주가 실제로는 사망한 유일한 배우라는 점이다. 레아 공주가 어떤 식으로 다음 영화에 출연할지 알 수 없지만, 공주님이 마지막으로 연기한 이 에피소드를 볼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했다.
스타워즈의 팬이라면 즐겁고 기쁘게 볼 수 있는 영화, 기존 팬이 아니었더라도 화려한 CG와 이야기로 감상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May the Force be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