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금이다?

시간이 금이 될 수 없는 이유, 시간을 대하는 자세

by 혜글

‘시간은 금이다.’

아주 유명한 격언이다. 금이 물건이 부의 상징인 만큼 시간이란 존재가 그만큼 귀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간과 금은 몇 가지 면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먼저 금은 공평하지 않다. 누군가는 태어나자마자 금이 가득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그 금을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금이 적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도 있고, 아예 없는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도 있다. 출생뿐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넘치는 금과 함께 살아가지만, 누군가는 금이 없어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이처럼 금은 모두에게 공평하지는 않다.

하지만 시간은 공평하다. 금이 가득한 집안에서 태어났든, 금이 하나도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든 상관없이 1분은 60초이고, 1시간은 60분이며, 하루는 24시간이다. 소유한 금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의 하루가 30시간이 되는 것이 아니고, 소유한 금이 없다고 해서 그 사람의 하루가 20시간이 되는 것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며 이는 언제 어디서나 절대적이다.


다음으로, 금은 교환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금이란 물건은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다. 금 한 돈은 그 시세에 맞는 돈을 지불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고, 반대로 금 한 돈을 팔아서 다른 물건을 얻을 수도 있다. 사고 팔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간은 교환할 수 없다. 시간은 금이나 은, 돈 등 그 어떤 물건과도 교환할 수 없다. 시간이 남아돈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 수도 없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시간을 살 수도 없다.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 시간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 이미 흘러간 시간을 다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계를 보고 있자면 이미 흘러간 시간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시곗바늘이 이미 특정 시간을 지나쳤더라도, 24시간만 기다리면 다시 똑같은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시침과 분침이 빙글빙글 돌기 때문에, 마치 흘러간 시간이 다시 되돌아오는 착각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으며, 따라서 이렇게 생긴 시계는 시간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둥근 시계와 모래 시계, 어느 시계가 더 익숙한가?

시간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한 시계는 아마도 모래시계일 것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모래시계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위쪽에는 수없이 많은 모래 알갱이들이 있으며, 시간이 흐름과 동시에 모래 알갱이들이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하나씩 떨어진다. 그리고 아래쪽으로 떨어진 모래 알갱이는 ‘절대로’ 다시 위로 올라갈 수 없다. 그저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하나씩 떨어질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 모래 알갱이가 아래쪽으로 떨어진 순간 그 인간은 죽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시계이다.


‘인 타임’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동전이나 지폐 대신 ‘시간’이 화폐로 사용되는 미래를 다룬 SF영화인데, 이 영화에서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1년이라는 시간을 ‘남은 수명’으로 부여받는다. 남은 수명은 왼쪽 손목에 전자시계처럼 표시되어 있는데, 시간이 1초씩 흐를 때마다 전자시계에 표시된 시간, 즉 남은 수명 역시 1초씩 줄어든다. 이 남은 수명이 모두 지나면 그 인간은 죽게 되며, 따라서 사람들은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노동을 하고 그 대가로 돈이 아닌 시간을 받는다. 물건을 살 때도 돈이 아닌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의 가격이 4분이라면 자신의 남은 수명 중 4분을 지불하고 커피를 사는 식이다.

영화 '인 타임'에 등장하는 시계

만약 현실 세계에서도 이처럼 자신의 남은 수명이 몸에 새겨져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영화에서처럼 자신의 왼쪽 손목에 자신의 남은 수명이 표시되어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시계는 당신이 밥을 먹을 때에도, 일을 할 때에도, 책을 읽을 때에도, 누군가와 시간을 보낼 때에도, 심지어 잠을 잘 때에도 절대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 일 초씩 째깍째깍 줄어들며 당신의 수명이 다하여가고 있음을, 당신의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릴 뿐이다.

손목에 새겨진 이 시계가 일 초씩 째깍째깍 줄어드는 것을 두 눈으로 본다면, 자신의 죽음이 일 초씩 가까워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하루하루 죽어간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가고 있는 동시에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과연 무엇일까? 동영상처럼 ‘일시 정지’를 눌러서 시간을 멈출 수는 없다. 노래방처럼 ‘추가 시간’을 요청해서 남은 시간을 더할 수도 없다. 그저 다시는 오지 않을,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이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할 뿐이다. 그게 아니면 헛되게 놓아버리거나. 다른 선택지는 없다.

‘타임머신’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과거든 미래든 상관없이 자신이 가고 싶은 순간으로 갈 수 있게 해주는 기계, 이런 기계를 상상한다는 것 자체가 시간을 원하는 대로 ‘컨트롤’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투영한다고 볼 수 있다.

나도 시간을 ‘컨트롤’하고 싶다. 먼 과거로 돌아가서 잘못된 선택을 바로 잡고 싶고, 미래로 건너가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미리 알고 싶다. 하지만 과거라는 시점은 바꿀 수 없고 미래라는 시점은 알 수 없다. 오직 현재라는 시점만이 바꿀 수도, 알 수도 있는 유일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 시점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것, 이것이 시간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시간은 금이 아니다. 시간은 시간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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