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이런 생각이 불쑥 들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은 무엇일까?’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발명품들이 있다. 어두운 곳에 빛을 가져다준 전구, 산업혁명의 시작을 알린 증기기관, 정보의 저장과 전파에 막대한 공헌을 한 종이와 인쇄술, 방향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나침반, 이제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린 스마트폰, 이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주는 노트북 등…….
위의 질문은 물리나 수학 문제처럼 답이 정해진 질문이 아니므로 사람마다 대답이 천차만별일 테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말한다면 나는 ‘바퀴’라고 생각한다(벌레 바퀴가 아니라 동그란 바퀴를 뜻한다. 오해 마시길!).
가벼운 마음으로 상상을 한번 해보자. 바퀴가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아침에 일어난 우리는 학교나 직장에 가기 위해 열심히 뛰어가야 한다. 바퀴가 없으면 버스도, 지하철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전거나 자동차, 오토바이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애용하는 이동수단들은 모두 바퀴에 의존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바퀴가 없다면 그것들은 더 이상 이동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잃고 만다. 바퀴가 없는 세상에서 이제 우리는 학교나 직장에 가기 위해 마라톤 선수처럼 뛸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면 조선 시대 사람들처럼 말을 타거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차도 이용할 수 없다. 마차도 바퀴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만약 바퀴가 없다면 도심에 가득한 신호등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물체는 자동차가 아니라 말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수십 마리씩!
명절이 되어 고향에 가거나 휴가철에 동해안에 갈 때도 우리는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또는 KTX를 이용할 수 없다. 이것들 역시 바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고향에 가고는 싶지만 걸어갈 자신이 없다면 가족들이 한두 명씩 말을 타고 이동하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헬리콥터를 타거나(그중에서도 바퀴가 없는 기종으로).
가족여행이나 신혼여행을 위해 해외에 갈 때도 우리는 비행기를 탈 수 없다. 비행기의 이륙과 착륙에 필요한 바퀴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날개가 있어서 하늘을 날 수 있더라도, 이륙을 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바퀴가 없는 세상에서는 바다를 건너 해외에 갈 땐 헬리콥터를 타거나, 아니면 배로 가는 수밖에 없다. 수용 가능한 인원이 비행기보다 턱없이 적은 헬리콥터, 속도가 비행기보다 턱없이 느린 배. 어느 쪽이든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주말에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우리는 쇼핑카트를 이용할 수 없다. 그것도 바퀴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마트에서 제공하는 바구니에 무거운 물건들을 잔뜩 담은 채 쇼핑을 할 수밖에 없다. 무거운 바구니를 쇼핑하는 내내 양손에 쥐고서.
그렇다면 이사를 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트럭도 없고, 마차도 없고, 심지어 수레도 없다. 갈수록 태산이다!
……사실 지금까지 ‘만약 바퀴가 없다면?’이라는 가정을 한 채 상상을 해봤지만, 만약 바퀴가 없었다고 해도 현재 우리의 일상이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말과 헬리콥터로 가득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생기는 것이 시장경제의 이치인 것처럼, 필요가 있는 곳에 발명이 생기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만약 바퀴란 물건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인간은 바퀴를 대신할만한 무언가를 발명했을 것이다.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 즉 지혜로운 사람이니까.
바퀴가 달린 물건이 존재하지 않았던 먼 옛날에도 우리 선조들은 바퀴의 ‘원리’만큼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유물인 고인돌의 경우, 수십 톤이나 되는 덮개돌을 옮기기 위해 지름이 일정한 나무기둥들을 덮개돌 아래에 놓은 채 끌어올렸다고 한다. 동그랗게 생긴 나무기둥들이 바퀴의 역할을 한 셈이다.
모든 바퀴는 둥글다. 둥글기 때문에 원운동을 한다. 바퀴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원운동을 무수히 반복하는 것만으로 물체를 이동시키고, 그 덕에 물체는 추진력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바퀴 입장에서는 같은 패턴의 지루한 반복이지만, 그 덕분에 ‘진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바퀴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 당신은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