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하 May 30. 2021

안개 속에 감춘 싱그러움 : 미야마의 연꽃

교토 훈옥당


교토 훈옥당 시리즈  번째 리뷰입니다.


1. 비 내리는 교토의 책방: 사카이마치 101

2. 안개 속에 감춘 싱그러움: 미야마의 연꽃





미야마의 연꽃(美山のレンゲ).


'아름다운 산(美しい山)' 이라는 이름인 미야마 일대는 교토에서도 북쪽. 곳에는 고즈넉한 시골 마을인 미야마 카야부키(茅葺き) 마을이 있습니다.


사진 : 미야마 관광 가이드 홈페이지


전통 깊다고 하는 교토 일대이지만 그 중에서도 카야부키 마을은 그야말로 일본의 옛 시골 모습 그대로입니다. 역사적 경관을 보존하고 있다는 의의로, 마을 일대는 국가 보존 지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미야마 산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시골 마을. 이른 아침에는 안개가 피어오르고,  짓는 시간에는 서른 아홉 채의 민가에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빌딩도,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도 없고 철따라 물드는 나무와 메밀 밭, 낮게 내려앉는 구름만이 있는 마을입니다.


안개가 자욱하고 메밀 꽃이 가득 피어 흔들리는 마을 정경.


미야마의 연꽃(美山のレンゲ) 미야마 산에서 흐르는 냇물과, 물이 이어지는 논밭. 그리고 그 논을 따라 들판 한켠에 핀 연꽃을 모티프로 만들어진 향입니다. 백단을 베이스로 하고 다른 향료를 배합했다고 합니다. 미야마의 연꽃은 분명, 그리 크지도 눈에 띄지도 않지만 푸른 잎 위에서 희게 고개를 내민 백련이겠지요. 그런 꽃을 표현하기에 백단보다 어울리는 향료가 또 있을까요.



청초하고 달큰한데 새큼한 맛도 있는 향. 산 아래까지 내려앉은 안개와, 우거진 숲을 따라 흐르는 강. 차갑고 달달한데 동시에 우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가꿔지지 않은 물과 흙의 냄새가 조금씩 납니다. 야마의 연꽃은 야생 연꽃일 테고, 그것을 발견하는 사람은 안개 속에 잠긴 카야부키 마을의 들길을 걷다 문득 코끝을 스치는 향을 알아본 것이 아닐까요.


새벽 이슬을 품은, 숲 속 연못에서 찾아낸, 그런 감춰져 있던 싱그러움을 발견한 기분이 이 향을 맡으면서는 줄곧 들었습니다. 꼭 내일 아침 들길을 걸으면, 저도 이 연꽃을 만날 수 있을 것처럼.




* 매거진의 모든 리뷰는 주관적 감상이며, 가게 연혁 등을 직접 인용하지 않는 이상 제가 즐기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옮깁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과 다르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류가 있을 시 알려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 직접 찍은 사진 외 인용되는 사진은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거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 라이선스에 해당하는 저작물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 내리는 교토의 책방: 사카이마치 10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