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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하 Nov 26. 2021

밀크셰이크 같은 백단향: 화양

교토 야마다마츠 향목점

교토 야마다마츠 향목점 두 번째 리뷰입니다. 가게 소개는 첫 글을 참조해 주세요.


1. 거실에 불러오는 한 줄기 푸른 바람: 취풍

2. 밀크셰이크 같은 백단향: 화양




'차'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으신가요? 누군가는 녹차일 테고, 누군가는 탕비실에 있는 티백일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우아한 애프터눈 티 세트의 티타임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비슷하게, '향' 하면 좋아하는 향기를 떠올리는 사람, 절에서 향을 피워 둔 공간의 어슥함을 떠올리는 사람, 향연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광경을 떠올리는 사람이 제각각이겠지요. 각자 자신에게 가장 익숙하고, 인상 깊은 장면을 떠올리게 될 거예요.


야마다마츠 향목점의 화양(華陽)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백단이자, '백단' 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향기입니다.


백단 기조 향 중에서 비교적 먼저 접한 향이기도 하고, 그리고 처음으로 반한 백단이기도 하거든요. 매번 리뷰 원고를 쓸 때면 그 향을 옆에 피워 두곤 하는데 오늘의 화양(華陽)도 언제나처럼 좋고, 언제나처럼 새롭네요!



화양(華陽)은 인도 남부 마이소르 지방에서 나는 노산백단(老山白檀)을 바탕으로 백단의 고아함을 드러내기를 주목적으로 했다는 향입니다.


제가 느끼는 화양(華陽)의 특징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다른 백단 향들보다도 두드러지는, 그 엄청난 부드러움인데요, 화양(華陽)이 피워내는 향기는 달콤하기도 하고 매콤한 맛도 어딘가 있는 백단의 여러 면모를 잘 드러내면서도 그 모든 향들이 부드럽고 걸쭉하게 녹아들어 있는 듯해서 마치 우유나 밀크 셰이크를 떠올리게 합니다. 우유처럼 부드럽고 셰이크처럼 달아요. 이런 향을 들이마시면 그날 몸이 긴장해 있다가도, 또 이렇게 향을 소개하는 글을 쓴다고 정신을 곤두세우고 있다가도, 절로 마음이 노곤노곤 풀어지며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게 됩니다.


화양(華陽)은 그래서 빛나는 햇볕이라는 이름이지만 저는 밤에 피우는 향으로 무척 좋아합니다. 착 감겨드는 이 우윳빛 달콤한 백단은 꼭 나를 위한 1인 테라피 같거든요. 어쩌면 햇볕이라는 것이 그렇게 모든 것을 감싸안는 따스한 빛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햇볕에 데워진 채 노곤하게 낮잠을 자는 풍경이 절로 연상되는…… 그런 편안함은 밤에도 정말이지 꼭 필요한 효과가 아닌가요?



갓 빨아서 잘 말린 이불 속에 들어가면 그 안은 포근하다가도 새로 빤 천이 몸에 닿아 오는 부분은 어딘가 서늘하기도 하고, 익숙한 세제 냄새와 이불 안에 있다는 편안함이 복합적으로 아늑한 기분을 선사하지요. 제게 화양(華陽)은 아무래도 밤의 따뜻한 침대와 닮았습니다. 정말로 침대맡에 피워 두고 (창문은 살짝 연 채로요!) 이 포근포근 달콤한 향기를 즐겨도 좋고, 밤에 글을 쓰면서 마치 이불 속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즐겨도 좋겠지요. 불면증이 있다가도 왠지 햇살 달콤한 낮의 낮잠은 또 스르르 기분좋게 잠들어 버리듯, 언제든 향 한 줄로 불러올 수 있는 이 한낮의 기쁨을 다들 느껴 보셨으면 좋겠어요.




* 매거진의 모든 리뷰는 주관적 감상이며, 가게 연혁 등을 직접 인용하지 않는 이상 제가 즐기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옮깁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과 다르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류가 있을 시 알려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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