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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하 Apr 08. 2020

청년 차문화 프로젝트 <요즘다인> 을 시작하며

요즘 젊은 분들의 차문화


차를 마시러 다니면 가게를 하는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지금까지 제가 찻집 사장님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초면인 경우 많은 곳에서 조금 신기하게 보면서 이렇게 말씀하시곤 합니다.


젊은 분들이 웬일로 차를 드시네요?



최근은 점점 차(茶)가 유행하는 음료가 되면서 '젊은 사람이 차를 마신다' 라는 사실만으로 신기한 눈길을 받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3~4년 전만 해도 차를 마시러 가게를 찾아오는 젊은 청년들은 드물었나 봅니다.


트렌디한 감성으로 꾸며 전면적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노리는 곳에서야 특별한 일이 아닐지 몰라도, 지금도 오래된 거리에 있는 찻집들을 다니다 보면 어렵지 않게 듣는 말입니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사장님들은 대화가 더 이어지면 곧,



젊은 사람들이 차를 좀 더 많이 마시면 좋겠는데…….



라고 말씀하시지요. 차를 마시는 청년층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전체 비율에서는 미미해, 아직도 차 문화의 주류는 4~50대가 많은 듯합니다.


'젊은 분들이 웬일로 차를',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마셨으면…' 라는 두 문장에서 나오는 결론은 이렇습니다.


 : 젊은 사람들이 차를 많이 마셔야 앞으로도 차 문화와 산업이 흥성할 텐데,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는다.


2~30대 청년들은 왜 차를 자주 마시지 않을까요?


단순히 구매력 문제일까요? 아니오, 소비자는 쓰고 싶으면 얼마든지 돈을 씁니다. 세상에 대학가와 청년층을 주 소비자로 겨냥한 사업이 얼마나 많은데요. 살면서 한 번은 가봐야 한다고 믿어지는 유럽여행만큼 차 마시기가 흥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혹은, 찻집들이 충분히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만큼 '트렌디' 하고 '모던' 하지 않아서일까요? 글쎄요. 요즘 찻집이나 브랜드 기획을 보면 감각적으로도 미적으로도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멋진 찻집들은 이색 데이트 코스로 포털 메인에도 소개되고 있으니 진짜 유행의 첨단에 서고 싶은 젊은이라면 커피보다도 차를 고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돈도 브랜딩도 문제가 아닙니다.

젊은이들이 차를 마시기 어려운 이유는 어떻게 마셔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마셔야 할지 모른다니? 차 마시는 법, 도구 사용법, 이런 것들이 얼마나 잘 안내되어 있고, 요즘은 책자로도 만들어 배포하는데!


어떤 젊은 분이 우연히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보고 찻집에 방문하게 되어 즐거운 경험을 했다고 합시다. 본격적인 차를 우리는 일도 다양한 찻잎들도 처음 보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차가 있어 집에 사 갔다고까지 하지요(이 정도 손님도 무척 드물다고 아실 것입니다).


이 젊은 분은 집에 돌아와서, 설명서를 따라 따뜻한 물에 차를 만들어 봅니다… 차가 만들어졌고, 마시고, 향긋합니다.


그리고 이제 뭘 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서 답변이 공백이 되면 차는 이어질 수가 없습니다.


차가 있고, 차도구가 있고, 차를 마실 곳이 있어도 차를 꾸준히 마시는 소비자가 되기 어려운 이유? 그것은

어떻게 마시고 놀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가 연령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젊은 층에게는 조금 더 낯설기 마련입니다. 점점 개인화되는 성장 환경, 아직 적은 사회적 기반. 따라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주변 커뮤니티나 모임이 없고, 오래된 친구도 적습니다. 차는 차맛뿐만 아니라 운치와 풍류도 중요한데 이런 것을 느낄 기회나 경험도 적었습니다.


무척 평범한 사람, 무척 평범한 대중, 무척 평범한 젊은 분에게는 차 소비 문화가 없습니다.


아무리 멋진 상품을 출시하고 차의 품질을 말해도 식음료 이상으로 소비 문화가 배양되지 않으면, 소비자층이 두터워지고 소비자층이 유지되기는 어렵습니다.








차로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많습니다. 집에서 혼자 찻자리를 꾸며 두고 마셔도 운치가 있고, 주변 친구들을 초대해 다회를 열 수도 있습니다. 찻집에서 내놓은 코스를 예약해도 좋고 서로 가진 차를 나누며 계절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주변에 차를 마시는 친구도 없고, 집에 차 도구도 없고, 어느 찻집에서 무슨 상품을 출시하는지, '찻집' 이라는 단어마저 낯선 보통 사람들에게 차문화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



이렇게나 좋은 차이지만 또한 그저 한 잔의 차. 즐겁게 마시는 법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젊은 분들이 웬일로' 소리를 들으며 차를 마셔 온 지도 5년째가 되는 해입니다.


소비자로서 이 문화를 즐기며 지켜보는 동안, 5년 전과도 비할 수 없이 많은 기업과 기획이 생겼습니다. 박람회나 행사를 가도 매 해 새로운 동향이 등장하고, 차를 마시는 젊은 분들도 확실히 늘어난 듯합니다.


공급은 풍부해졌으나 여전히 소비 문화가 부재하는 지금, 청년 차문화 프로젝트 <요즘다인> 은 사업체와 소비자를 잇는 가교이자 당사자가 말하는 청년 차 문화로서 동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요즘 젊은 분들에게 이 차 소비 문화를, 차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일상과 인생에서 차와 함께하는 방법들을, 그 좋은 점을, 보여 주고 전달하고 키워 가고 싶어 출발합니다.








차를 마시는 순서보다도 즐겁게 차를 마시는 아이디어를,

도구를 사용하는 법보다도 내 마음에 드는 도구를 골라 집에 놓는 일이 왜 기쁜지를,

'오셔서 드세요' 이전에 찻집에 가기까지 어떤 점이 어려웠고 어떤 점이 재미있었는지를 말하며


차를 즐겁게 마시고 노는 요즘 다인(茶人)들의 문화를 만듭니다.


요즘 젊은 분들의 차문화, <요즘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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