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개발자의 실리콘밸리 회고록
권고사직 한 달 하고도 2주째.
요즘은 일과 인생과 미래와 성장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그러다가 발견한 50대 개발자의 실리콘밸리 회고록이라는 ⌜실패는 나침반이다⌟ 라는 책.
개발자, 회고, 실패라는 단어가 이목을 끌어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실패에서 다시 일어서기 시작한 데는 이 책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한다.
제목 그대로 실패로 인해 내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정립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주식회사 이오스튜디오가 3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며 커리어 멘토링을 해온 전문가 한기용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신간 『실패는 나침반이다』를 출간한다. 이 책은 커리어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직장인, 창업자들을 위한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과 실천 사항을 담았다.
저자는 수십 년간 커리어를 이어오며 멘토링 및 자문을 통해 주고받은 문답을 기반으로 직장인의 커리어 고민을 다룬다. 그러면서도 2000년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10여개 이상의 크고작은 조직에 몸 담으며 본인이 직접 겪은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정리했다. 현재 회자되는 이직, 직무 전환, 안식년, 사이드잡, 커뮤니티, 창업 등 웬만한 키워드를 아우르는 방대한 경험담이다.
저자는 커리어에 관해 성장뿐 아니라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속가능성을 빠뜨렸을 때 자신이 마주했던 어려움을 솔직하게 전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까지 소개했다. 커리어에 관해 다방면으로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커리어의 갈림길에 서 있는 시기에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책이었다. 특히 나는 나와 같은 직군에서 오래 경험하신 분이 집필하신 책이라 책 내용이 더 가슴깊이 와닿았던 것 같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거다. "내 인생은 내 것, 내 커리어는 내 것이니 삶의 리더십을 되찾자".
사실 모르고 있는 내용은 아니다. 자기 삶의 주인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거다. 하지만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친구, 동기, 가족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할지에 대한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나보다 경험이 많고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말에 흔들릴 때도 많았고, 나보다는 부모님이 좋아하실 것 같은 선택을 한 적도 많았다. 사람들이 나를 진짜 나보다 좋게 봐줄 때 기쁘면서도 걱정이 되었고, 진짜 나보다 나쁘게 봐줄 때는 억울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그만큼 내 삶을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만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의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내 일과 삶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실패와 실망과 어려움이 따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스스로 원하는 걸 선택해야 하고, 그래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에서는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야 하고, 커리어 선택의 순간마다 후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정해 보자는 책 속의 조언은 선택조차 두려워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인생은 길고, 그렇기에 실패도 필요하고, 타인이 아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해야 하며, 배우고 도전하고 경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책은 정체되어 있는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었다.
"상처로만 남지 않는다면 모든 경험은 이로울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말과도 겹쳐 보였다. 결국 내 실패의 경험을 상처로 남길지 말지, 즉 이롭게 만들지 해롭게 만들지는 나 자신이 결정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는 여전히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도전하지 않고 기회를 놓쳐버리는 일이 더 두렵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지금의 실패 하나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내 긴 인생과 커리어에 찍힌 작은 점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오늘도 앞으로 나아가자!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고르라면 "좋아하는 걸 선택해 보라"고 말하는 편이다. 사실상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바로 알기 어렵고, 좋아하는 걸 해 봐야 결과에 상관없이 덜 후회하기 때문이다.
커리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등락(Up-and-down)을 유연하게 수용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낙관적인 자세와 회고하는 습관을 정착해야 한다. 오히려 실패가 내 인생의 나침반이 돼 줄 수도 있다.
지금 타인과 나의 상황을 두고 차이(Gap)에만 매몰되는 게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더 발전한(Gain) 오늘의 내가 됐는지 반성하는 것이 여러모로 건강한 사고 방식이다.
의외로 대다수의 선택은 아니다 싶으면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이렇게 원래대로 돌이킬 수 있는 선택을 "Two-way-door"(문 열고 나갔다가 아니다 싶으면 다시 열고 원래 장소로 돌아갈 수 있는 선택)라 부른다.
이력서를 내지 않아서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것보다는 이력서를 냈는데 떨어지는 편이 도움이 된다. 나의 이력서를 평가하는 주체는 내가 아니라 채용 담당자, 리크루터가 하는 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자.
커리어를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눈다면 전반기에는 다양한 경험을 탐험해 보면서(Explore)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즐기고 무엇을 잘하는지 질문하는 시기로 설정한다. 후반기에는 앞서 스스로 건넨 질문에 나름의 답을 달아보면서 내가 잘하는 것, 즐기는 것 중심으로 파고들어 보라고(Exploit) 권한다.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는 끝이 없는 고민이기에 가장 힘들면서도 장기적으로 일관성을 부여한다는 데서 유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