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코프타의 노래⌟
새로운 구직 활동 한 달 차.
최근에는 다시 독서를 시작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책 한 권을 가볍게 읽은 뒤, 책장을 뒤지다 별 생각 없이 펼친 책이 바로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였다. 자기계발서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머리를 비우고 무난하게 읽을만한 베스트 셀러가 필요한 시점이라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딱 기대한 만큼의 자기계발서였으나, 우연히 나에게 특별한 영감을 주는 내용을 만나게 되어서 오늘은 그에 대한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는 태도, 관계, 지성, 기품, 사색을 주제로 작가가 직접 엄선한 괴테의 시들과 그곳에서 얻은 작가의 통찰에 대한 책이다. 괴테의 시를 한 편, 그리고 그에 대한 작가의 문장을 한 편. 이런 조합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는 내용이고, 나는 1장 1편에 대한 작가의 통찰에서 내가 잊고 있었던 내 삶의 태도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는 괴테의 시, ⌜코프타의 노래⌟에 대해 소개하면서, 쉬지 않고 성장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삶의 태도를 가진다고 소개했다.
1. 모두 각자의 힘든 전쟁을 치르고 있다.
2. 나는 나만의 속도가 있으니 서둘지 말자.
3. 외로워서 만난 사람은 날 더 외롭게 만든다.
4. 주변의 반응이 아닌, 내 느낌이 더 중요하다.
5.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사라지는 것에 연연하지 말자.
6. 내 삶의 불은 내가 스스로 켜는 것이다.
7. 결국 내가 나아져야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p.20
이 부분을 읽고 나는 문득 내가 예전에 핸드폰 메모장에 종종 쓰고는 했던, "내가 가지고 싶은 삶의 태도"에 대한 메모가 떠올랐다. 삶을 살아가면서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걸 잊지 않으려고 기록하던 곳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있었지, 하는 생각에 오랜만에 메모장에 들어가 보자 작년 10월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된 그 메모가 그 자리 그대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는 바쁘게 사는 게 마냥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같은 중요한 문제를 반 년 넘게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작년에 적어두었던 메모의 내용이다. (리얼함을 위해 메모장을 직접 캡쳐해서 첨부해 보았다.)
정제되지 않은 문장들이라 부끄럽지만... 사진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글로 다듬어 적으면 다음과 같다.
1. 후회한다고 이미 지나간 일은 바뀌지 않으니,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실천하기
2. 남을 욕하기 전에 나는 그런 적 없었는지 생각하기
3. 미룬다고 해야 할 일이 사라지진 않으니까 그냥 빨리 해버리기
4. 너무 과격하게 말하지 않기 (일단 쓰고 좋은 말로 고쳐보기)
5. 나도 실수할 수 있으니까 실수한 사람에게 화내지 말기
6. 넘겨짚지 말고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기
7. 누군가에게 좋은 대접이 받고 싶으면, 받고 싶은 것의 2배만큼 좋은 대접 해 주기
8. 어떻게든 된다.
- 혜혜의 메모장(2024년 10월 20일 마지막 업데이트)
이 문장들을 쓴 지가 아주 오래된 것 같은데도, 내가 어떤 경험과 어떤 순간에 이런 통찰을 얻었는지는 선명하게 기억나는 듯하다. '그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이런 무의미한 후회를 하면서 시간을 낭비했던 순간, 내가 남에게 지적했던 행동을 나 스스로가 하고 말았을 때 부끄러움을 느꼈던 순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미뤘다가 더 큰 일이 되어 힘들었던 순간, 욱하는 마음에 강한 워딩을 사용했다가 상대방을 상처줬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던 순간, 나는 상대방의 실수를 꼬집었지만 상대방은 '그럴 수도 있죠'라며 넘어가주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순간, '이 사람은 이런 생각에 이런 행동을 했을 거야' 확신했지만 사실은 나의 터무니없는 오해였던 순간, 남들에게 베풀었던 친절이 언제나 보답받았던 순간, 그 당시에는 너무 큰일처럼 느껴져서 나를 막막하게 했던 일들이 한 달만 지나도 제대로 기억조차 안 나는 작은일이 되어 있던 순간.
이런 사소하면서도 큰 경험들이 깊은 배움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자, 문득 여태까지 내가 겪었던 모든 일들이 그렇게 나쁜 일들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찾아오는 시련들에 고통받고 후회하는 데서 그친다면 그 일은 그저 그런 '나쁜 일'로 남겠지만, 내가 그 일로 하여금 배우고, 성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건 나에게 있어 '좋은 일'이 되는 게 아닐까? 결국 어떤 경험을 더 좋게, 또는 더 나쁘게 만드는 건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늦기 전에 좀 더 똑똑해지려고 한다. 젊은 나날을 온전히 활용하고, 배워야 할 때를 놓치지 말라는 괴테의 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