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상처받았을 때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 쓰고, "억까"라고 읽는 것

by 혜혜

권고사직을 받은지 일주일째.

의외로 정말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했다...

고 생각했다.


권고사직을 받은 당일날은, 너무 힘들어 울고 쓰러지기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은 브런치에도 썼다시피,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복귀한 것처럼 아무렇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하루에 한두번씩 '이제 대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드문드문 드는 것 빼고는 다 괜찮았던 것 같다. 주말까지는 프리로 참여하고 있던 프로젝트 업무도 하고, 회의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그렇게 보냈다.


그러다가 바로 어제, 갑작스럽게 심한 무기력증을 겪었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활동적으로 지냈던 게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잠을 굉장히 많이 잤는데도 자꾸만 낮잠을 자고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이게 우울증의 한 증상임을 알게 된 건 프리로 참여중인 프로젝트 PM님의 전화 덕이었다. PM님은 내가 괜찮아졌다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상태가 안 좋은 것 같다며 일주일 휴가를 보내고 오라고 했다. 나도 괜찮아졌다고는 했지만, PM님의 전화를 받은 후에 일기를 쓰며 한참을 다시 울었던 것 같다.


PM님은 내가 시련을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이게 이번 글의 주제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때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나도 아직은 해답을 모르겠다. 그래서 브런치에 경과를 기록하면서 극복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현재 나의 상태는?

우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현재 나의 상태를 정리하는 것이다. 나조차도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정리가 안 되는 것 같아서 생각나는대로 내 상태를 정리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작성해 본 나의 상태는 다음과 같다.


걱정거리가 너무... 많음 (불안감↑)

어떤 일을 하든지 집중이 잘 안 됨

현재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음 (일을 해야 할지, 쉬어야 할지조차)

루틴이 깨짐


오... 이제 대충 어떤 상태인지 알 것 같다. 별로 안 좋은 상태다(ㅋㅋㅋㅋㅋㅋ).

내 상태에서 문제적인 부분들만 정리한 거고, 이제 이것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에 대해 혼자 정리해나가면 될 것 같다.


1. 걱정거리가 너무 많음

일단 내가 지금 어떤 걱정들을 하고 있는지부터 리스트업 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걱정, 이른바 '괜한 걱정'을 정말 많이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괜한 걱정"과 "의미있는 걱정"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럼 한 번 정리해 보자!


걱정거리 리스트업

취준을 빨리 해야 할지, 더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지 잘 모르겠음

웹 프론트엔드로만 취준을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음

돈이 떨어질 것 같아서 걱정됨

취직했다고 말했던 친구들한테 어떻게 정정해야 할지 모르겠음

프리로 일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나한테 도움이 많이 되는지 모르겠음 (이걸 하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음

이번주에 있을 동기 모임에서 관련 이야기가 나올까 봐 걱정됨

AI가 나를 대체할까 봐 걱정됨 (근본적인 문제)

다른 사람과 나를 자꾸 비교하게 됨 (취직/창업을 잘한 동기들)


생각보다 별로 없네!?... 이제 괜한 걱정과 의미있는 걱정을 분리해 보자.


괜한 걱정

취직했다고 말했던 친구들한테 어떻게 정정해야 할지 모르겠음 → 대부분 이미 말했거나, 말 안 한 친구들에게도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됨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음 → 엄마한테 말씀드렸고, 그럼 엄마가 아빠한테도 말씀드릴듯 하하

이번주에 있을 동기 모임에서 관련 이야기가 나올까 봐 걱정됨 → 그냥 준비 중이라고 말하자!

다른 사람과 나를 자꾸 비교하게 됨 (취직/창업을 잘한 동기들) → 비교한다고 내가 그 사람 되는 거 아니고 그 사람이 내가 되는 것도 아님! 난 나만의 속도가 있는 거고, 그 사람들도 다 그 사람들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괜한 걱정 컷ㅋ


의미있는 걱정

취준을 빨리 해야 할지, 더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지 잘 모르겠음

준비하면서 빨리 해 보자!

문득 내가 너무 완벽주의형이라 취업이 많이 늦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업이 원하는 너무 완벽한 인재가 되려다 보니, 계속 준비만 하게 되고 정작 본격적인 지원을 많이 못 해 본 것 같다.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준비는 꾸준히 하되, 공고 지원도 꾸준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목표는 4월 중순부터 지원 시작해서 5-6월 안에는 새 직장을 구하는 것이다. 대신 준비를 위한 루틴을 철저하게 잡아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웹 프론트엔드로만 취준을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음

다른 분야도 같이 준비하자!

요즘 공고를 보면 웹 프론트엔드만으로 살아남기는 어려운 것 같다. 운 좋게도 다녔던 직장에서 React native를 했었고, 예전에 백엔드 공부를 해 본 적도 있으니 분야를 하나 더 잡아서 빠르게 공부해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도 그렇고, 앞으로 장기적으로도 하나의 분야만 해서는 살아남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느리더라도 다른 분야 준비까지 같이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돈이 떨어질 것 같아서 걱정됨

하한선을 정하고, 그 아래로 돈이 떨어지면 아르바이트 하기.

그래도 저축해둔 돈이 꽤 되고, 4월까지는 월급도 나오고, 프리로 일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도 돈이 나오기 때문에 당분간은 괜찮을 것 같다. 모아둘 돈의 하한선을 정하고, 그 아래로 돈이 떨어지면 작게라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돈은 멘탈을 챙기면서 잘 관리해 보는 걸로 하자!ㅋㅋㅋ


프리로 일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나한테 도움이 많이 되는지 모르겠음 (이걸 하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

지금 단계에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지속적으로 성과를 이루고 있기도 하고, 사용자도 있고, 포폴에도 충분히 쓸 만한 프로젝트다. 그리고 돈도 나오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라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개발 작업보다 다른 작업이 더 많아서 잠깐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내가 되고 싶은 사람에 가까워지는 느낌이고, 여러 가지로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잠깐 고민을 많이 들었나 보다 � 천천히 정리해 보니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AI가 나를 대체할까 봐 걱정됨 (근본적인 문제)

더는 부정할 수 없는 것. 받아들이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자.

내가 싫다, 싫다 해도 AI는 발전할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나의 특정 역할들을 대체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부정해도 그건 변하지 않고, 빠르게 대체되지 않는 나만의 역할을 만들거나 AI를 잘 활용해서 생산성을 극대화시키는 게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의미있는 걱정들도 정리 끝! 대충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정리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2, 3.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무슨 일을 하든 집중이 안 됨

이건 사실 은근히 치명적인 문제이다. 너무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뭐부터 해야 할지 정리가 안 되는 상태였고, 뭘 먼저 해야 정답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였으며, 결과적으로 그래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ㅋㅋㅋㅋ). 일단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정리를 조금 한 다음, 그것을 언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워나가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4번과 연결해서 루틴을 만들면 될 것 같다.


해야 하는 일

프리로 참여 중인 프로젝트

면접 준비

다른 분야 공부

취업 준비(지원)


프로젝트는 하던대로만 하면 돼서 크게 어려울 건 없을 것 같다. 나머지 것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면접 준비

JavaScript, React, Next.js, react-query 공부해야 함

1주 1러닝 다시 하자 (1주에 하나씩 아티클 공부하던 건데 취업하고 하나도 못함...)


다른 분야 공부

공고 경향 파악하기

웬만하면 다 API 개발 경험이나 크로스플랫폼 앱 개발 경험도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다. 은근히 firebase를 활용하는 회사도 종종 보이는 것 같다. 백엔드 개발보다는 그래도 회사에서 해 본 React native 경험을 살리면 좋을 것 같아서 앱 개발 공부부터 시작할 것 같다.

앱 개발 공부

0부터 공식 문서를 공부하는 것보다는, 직접 앱을 개발하면서 공부하는 게 더 효율이 좋을 것 같다. 제대로 1인 개발해서 출시까지 해 볼 프로젝트를 할까, 평소 만들고 싶었던 걸 할까 고민하다가 지금 내 상태와 수준에서는 후자가 맞는 것 같아서 후자부터 개발해 보려고 한다.


취업 준비(지원)

이번주는 루틴 만들기에 집중하고, 다음주부터는 조금씩 공고에 지원해 보자!


4. 루틴이 깨짐

Plan (1).png

이건 내가 취업 전에 하던 하루 루틴이다. 지금 상태로 이정도까지 빡쎄게 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조금 변형해서 지속 가능한 루틴을 만들어 보자!


Plan (2).png

다소 작아진 나의 루틴...(ㅋㅋㅋㅋ) 하지만 현재 내 멘탈을 생각했을 때, 작은 루틴부터 조금씩 만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 작업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주말에는 쉬는 방향으로 점점 발전시켜나가자!


마무리

오늘은 현재 내 상태가 어떻고, 앞으로 어떤 것들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지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역시 계획을 세우니 마음이 많이 편해지는 기분이다... 이번주는 휴가를 얻은 김에 루틴에 좀 적응하고, 책도 좀 읽고, 친구들도 만나고 그런 시간을 보내야겠다. 브런치에 글을 적어나가는 건 처음이라서, 앞으로 얼마나 꾸준히 글을 적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날 때마다 나의 멘탈 회복 경과를 작성하러 와야겠다. 요즘 권고사직을 받거나 정규직 전환이 되지 못하는 사례가 주변에 많은 것 같은데 내 글들이 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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