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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hyun Feb 06. 2019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3)

시애틀에서의 전시 준비!

시애틀에서 지내는 동안 참 많은 사람에게 신세를 졌다.


미국은 하이커들의 커뮤니티가 정말 활성화되어 있었고,

페이스북에 게시글을 올리는 순간, 다른 지역에 있는 친구들까지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었다.


"띵동!" (페북 메시지)

"안녕 Turtle! 내 친구가 시애틀에 살고 있는데, 한번 연락해봐. 그 친구가 며칠은 머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그 친구는 PCT하이커야!"


"띵동!" (또 다른 페북 메시지)

"안녕 Turtle! 시애틀에 사는 노부부가 있는데, 그들은 하이커들을 위해 방 하나를 빌려주기도 해! 한번 연락해봐!"


"띵동!" "띵동!"

시간이 맞지 않아서, 잠시 다른 지역에 가 있어서,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친구들도 여럿 있었지만

그 친구들도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해주고 계속 신경을 써주었다.


남의 일을,

그것도 다른 나라에서 온,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나를 위해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니.


그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한국인 여자 CDT 하이커'

'트레일 네임은 Turtle'

'시애틀에 며칠까지 머물 예정'

이게 전부인데...



시애틀에 가자마자 만난 친구 Linsey의 집에서는 일주일 정도?

머물렀다.


린지는 평일에는 일을 하러 갔다가 저녁쯤 돌아왔다.


집에 혼자 지내며 밥을 잘 챙겨 먹지 않을까 걱정했는지,

린지는 가끔 나를 한인마트에 데려가 장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줬다.

(집과 거리가 멀었는데도, 꼭 한 번씩 시간을 내서 차로 데려다주었다.)


린지는 아침에 부지런히 머핀을 만들어 놓고 출근을 하기도 했고,

퇴근 후 집에 오는 길에 싱싱한 생선을 사들고 와서 맛있는 요리를 해주기도 했다.

(가끔은 시내로 나가 외식도 하고, 시애틀 구석구석 구경도 많이 시켜줬다.)


린지 덕분에 나는 시애틀에서 정말 잘 지낼 수 있었다.



한 마리는 수줍음이 많아 쉽게 다가오지 않았지만, 한 마리는 종종 내 옆에서 나를 관찰하기도 하고 나랑 잘 놀아줬다 ㅎㅎ


린지네 집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고양이 두 마리는

린지가 고양이들을 위해 항상 조금씩 열어놓는 베란다 문틈 사이로 나가서 옆집 화분을 가지고 놀다가

(옆집 아주머니께서도 이 아이들을 매우 좋아하셨기 때문에 :-))

린지가 퇴근할 시간 즈음이면 신기하게도 집에 잘 돌아오곤 했다.


(외출했다가 금방 돌아오는 날엔, 나랑 놀아주기도 ㅎㅎ :-))



린지네 집에서 전시 준비를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포스터, 홍보용 엽서, 전시 판넬 등.


먼저, 홍보용 엽서 인쇄를 맡기기 위해 구글에서 인쇄소를 열심히 검색했다.

용지 종류도, 두께도, 사이즈도 전부 한국과는 다르게 표기하기 때문에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검색, 또 검색해서 용지를 선택하고,

금액이 나름 저렴하면서, 시애틀 내에서 버스로 이동 가능한 곳에 위치한 인쇄소를 찾았다!!

인쇄소 선택만 해도 정말 큰 일을 해낸 기분이었다... ㅠ.ㅠ


며칠 뒤, 인쇄물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구글맵을 검색하여, 버스를 타고 또 갈아타고 인쇄소에 도착!


버스를 타고 찾아가 인쇄물을 받던 그 순간!!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인쇄물이 무사히 나왔다는 안도,

인쇄물 접수하던 순간까지 하루 종일 검색하며 노력했던 시간,

이 인쇄물로 전시를 홍보하게 될 날에 대한 걱정과 기대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시애틀에서 보낸 모든 시간들이

이렇게 떨리고, 벅찰 만큼 감사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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