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네 멋대로 살아라2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by 혜현

얼마 전,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종영되었다. 한 회, 한 회가 끝날 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매회 눈물을 쏟았다는 댓글이 기사에 도배되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용이 '뻔한'드라마를 좋아한다. 소설처럼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 명확하고 결론은 권선징악, 사필귀정 & 해피엔딩인, 보고 나면 '후~~ 재미있었다' 하고 마음이 편안한, 더 이상 생각할 거리가 없는 그런 드라마가 좋다(열린 결말이 아닌 닫힌 결말이랄까?). 나는 한국 특유의 '신파물'도 좋아한다. 뻔한 클리셰, 익숙한 사연들과 등장인물, 예상 가능한 전개에서 오는 편안함이 좋다. 등장인물 많고 이해하는데 오래 걸리는 판타지, 무협물 등등 비현실적인 드라마, 영화 보는 것은 영 쥐약이다.


그런 의미에서 '폭싹 속았수다'는 내 정서에 딱 맞는 드라마처럼 보였다. 포스터만 봐도 느껴지는 전통적인 한국적 정서의 '신파물'이자 '연애물'이랄까. 하지만 나의 짐작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나 역시 매 화를 보며 눈물을 질질 짜고, 때로는 웃었지만 단순 '신파연애물'은 아니었다. 그 가운데 큰 교훈(?)이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었다.


제주 해녀인 '광례'는 부급장으로 밀려난 자신의 딸 '애순'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동서의 진주목걸이를 어렵게 빌려 자신의 오래된 예물인 옥색 정장과 함께 곱게 차려입고 학교에 간다. 그리고 선생에게 전복을 수십 개는 따야 벌 수 있을 만큼의 촌지를 선생에게 준다. 어촌 계장도 하고 대통령까지 다 해 먹을 거라는 애순에게 헛된 꿈이라며 타박하지 않는다.

'애순'은 늘 육지를 동경하고 대학에 가고 싶어 하며 문학소녀를 꿈꾼다. 후에 부모를 잃고, 새아빠 집에서 이부형제들을 키우며 식모살이하고, 살 곳이 없어 애 둘 딸린 남자에게 시집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다.


애순은 기꺼이 '영부인'이 되겠다는 '관식'을 만나 딸 '금명'을 낳는다. 애순은 큰 딸 금명에게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 아닌 '밥상을 엎어버리는 사람'이 되라며 금명에게 자전거를 가르친다. 애순의 시할머니는 큰딸은 살림 밑천이라며 금명에게 물질을 가리키려 하지만 애순은 격렬히 반대한다. 아빠인 '관식'역시 '금명'에게 '뭐든지 네 마음대로 해' '넌 뭐든지 잘해' '안되면 빽! 네 뒤엔 늘 아빠가 있어' 라며 항상 금명을 믿어준다. 그렇게 '네 멋대로 산'금명은 예비 시댁의 갑질에 파혼을 할 때도, 큰 뒷돈을 약속한 대입 대리입학시험의 유혹에도 꿏꿏이 NO! 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 시대에 보기 힘든 애순과 금명의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의 삶 기저에는 애순의 엄마 '광례'와 금명의 엄마 '애순'의 '네 멋대로 살아라!'가 있다. '금명'이 자라면서 내내 들은 '네 멋대로 해라' '넌 뭐든지 잘해' '너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해'라는 말이 결국 금명을 자신감 있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폭싹 속았수다'는 이 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 부모 자식 간의 숭고한 사랑,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 등등 모두 슬프고도 아름답다. 하지만 '광례'와 '애순'의 '네 멋대로 살아라'는 메시지는 나에게 큰 울림을 준다. '어디 한번 네 멋대로 살아봐'가 아닌 '네가 하고 싶은 건 뭐든지 다 해, 네 멋대로 살아'는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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