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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hyein May 03. 2023

이번 주에 받은 편지

실패와 실수

 나는 편지 쓰기를 참 좋아한다. 남들에게 보내는 진심의 응원이 좋고 평소에 하지 못했던 낯간지러운 말을 담을 수 있다는 것도 좋다. 글을 더 꾸준히 써야겠다라고 결심 한 뒤로 더 많은 뉴스레터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주로 정보가 담겨있는 뉴스레터보다 정말 편지 같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뉴스레터에 많이 눈이 가는데 나도 언젠가 나의 이야기를 뉴스레터로 전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생각된다.


 가장 최근에 구독하게 된 것은 월간 진심이라는 심진(@simzin_note)님의 뉴스레터. 주에 한번 배송되지만 주간 진심은 멋이 없어 월간 진심으로 이름을 지으셨다는 게 귀엽기도 하고 자꾸 떠올라 정이 가는 뉴스레터이다. 오늘 마침 레터가 도착하였는데 시작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해 실수와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셨다.

‘팔로워 숫자가 더 이상 늘지 않네, 나한테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데…’ 같은 생각을 하면서 좌절하는 밤이 왜 없었겠나.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야심 찬 기획을 하고 시도했으나, 기대했던 반응을 얻지 못할 때 새로고침을 1분에 몇 번이나 하는 마음을 왜 이해 못 하겠는가. 그럴 때면 이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시행착오 중 한 사례가 되겠구나!’ - 심진,  월간 진심 中


 심진님이 쓰신 글이 마치 내 얘기 같이 느껴졌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말 수많은 시도의 역사 속을 걸어온 것 같다. 실패와 실수를 반복하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좀 더 뾰족하게 알게 되었지만 실패가 마음 쓰리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시도가 시도로 끝났을 때엔 "그래! 이것도 경험이지 뭐" 하고 툭툭 털어 넘기지만 오늘 당장은 그 경험이 언제 쓰일지 모르니 속이 쓰린 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시행착오는 시험과 실패가 아니라 시험과 실수라는 심진님의 위로가 마음에 다가오는 건 나 역시 그런 시간들을 견딘 후 그 시간들이 값지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과 호기심이 많은 사람에서 "다양한 정체성과 호기심을 추진력으로 삼는 사람"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좌절이 베이스로 깔려 있으며 그 수많은 실수를 다음 시도에 활용하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는 인고의 시간들이 있었다는 증거니까.


 하지만 여전히 실수는 두렵고 실수를 반복해 나간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쓸데없는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책이든 이런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나의 경험을 예로 들면 보육교사 실습 시절 교구를 만들던 노하우와 스타일리스트 전공 시절 배운 비주얼 디렉팅을 활용해 인플루언서에게 시딩(선물)을 보내면서 광고비용 없이 제품 비용과 택배비로만 매출을 두배로 성장시킨 어쩌면 황당한 경험을 들 수 있다.


오늘의 글을 위해 추억의 졸업작품 전시회 사진을 꺼내보았다


 내가 가진 키워드 중 정말 이상한 조합이라 생각했던 것이 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진 패션스타일리스트 전공 디케터인 동시에 보육교사 일을 지속해오지도, 스타일리스트를 하고 있지도 않지만 분명 그 경험들은 내 안에서 어떻게든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경험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나의 삶의 자잘한 경험들이 큰 역할을 해냈을 때는 계속 존재해 왔다.


최근에 영화를 하나 찍었다. 배우로서 말이다. 무슨 말인가 싶을 거다. 당연한 일이다. 나 역시 촬영이 다 끝난 지금까지도 무슨 일이었나 싶으니 말이다. 영화까지 찍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 삶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어쩌면 삶이란 것이 원래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이미 지나간 일들에 대해서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중 많은 일들이 예상이나 계획 따위와는 무관하게 벌어진 것들이지 않나. 나만 그런가? - 장기하, 상관없는 거 아닌가? 中


 위 내용도 심진님께서 보내주신 장기하님 책 글귀이다. 삶은 정말 상상도 못할 경험의 연속이다. 사진을 찍은 사람이 되고 싶던 시절 스튜디오를 그만두면서 방구석에 인생 전부를 실패한 인간인 것 마냥 죽어라 울었던 기억도 있지만 지금은 스튜디오를 다닌 시간들 덕분에 세워진 나라는 사람의 일부분이 좋고 지금 나의 일들이 맘에 든다. 앞으로 하게 될 일들도 분명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맘껏 실수하고 때로는 속도 상하면서 나의 경험을 잊지 않고 새기자. 수많은 실수를 다음 시도에 활용하는 법, 실패해도 나아가는 법을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테니.




PS. 이렇게 글을 썼지만 나도 나의 실수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수준까진 오진 못한 것 같다. 이 글에 나의 실패의 경험들을 적어볼까 하다가 이내 적지 못했으니 말이다. 실수가 뭐 남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실수만 해야겠는가 싶으면서 오늘은 나의 실수들에 대해서도 언젠가 담담하게 글을 쓸 수 있는, 단단함을 가진 사람이 되어가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더불어 나의 많은 시도와 실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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