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인 hyein Apr 24. 2023

라이프 아티스트가 되어야겠다

직접 그리는 삶


자신에 관해 결정한다는 것, 이것은 자신의 생각에 관해 방향을 정하고 믿어왔던 것들을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린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 페터 비에리 <자기 결정> 中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9년의 시간 동안 여러 방식으로 일을 해보면서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라 단순히 회사에서만은 채워지지 않는 내 삶의 방식이 있다고는 어렴풋이 느껴왔다. 몇 군데 회사를 거치고 팀을 이끌어가면서 얻은 성취감도 있었지만 좀 더 넓은 세상을 볼 순 없을까 하는 목마름도 있었던 것 같다. 더 큰 회사가 아니라 회사에서 독립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가며 하고 싶은 일로 견문을 넓혀가는 세상이 대한 목마름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독립은 퇴사라는 작은 개념보단 사회적으로 사람 이혜인으로서 온전히 서있을 수 있는 진정한 독립을 하고 싶다는 개념이다.


 올해 승진으로 인해 명함이 새로 나왔다. 명함을 보며 성과에 대한 기쁨과 함께 명함 하나만 내밀면 소속과 하는 일이 대강 설명되는 시간들을 보내왔구나, 이 명함이 사라지거나 나에게서 직함을 뗀다면 어떤 것이 남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 지금까지 회사 안에서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안에 산 시간들을 보냈으니 이제는 조금 더 독립적이면서 내가 결정한 일들을 해나가는 길을 걷는 게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 인생의 방향은 어느 정도 회사의 사이클에 영향을 받아왔고 좋아하는 것들을 이것저것 하면서도 헤맬 뿐 방향을 찾지 못했던 것 같고, (그래도 그 헤맴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에는 확신이 있다.) 이제는 헤매더라도 나의 사이클에 맞춰 자기 결정을 하고 어떻게 가보자, 어떠한 곳에 가보자 하는 골을 뾰족하게 만드는 그런 삶을, 그런 길을 차분히 그려나가야겠다 하는 결심이 들었다.


그래, 나는 라이프 아티스트가 되어야겠다!


"때로는 기존의 규칙을 무시하고 자신의 규칙을 세워야 해 '난 잘살고 싶고 … 생존이 아니라 좋은 삶을 살고 싶어'" - 마르셀, 신발 신은 조개 中


 나의 이런 생각은 시대의 영향을 받아서 일 수 있지만 이 시대가 기회라고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개인이 곧 콘텐츠가 되고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자리 잡으면서 SNS 하나로 나의 삶의 방식을 누구에게나 공유할 수 있고 일할 수 있고 서로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콘텐츠가 될 것인가도 하는 브랜딩도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동안은 찾지 않았던 것들이 취향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트렌드 되었다. 핸드폰 하나면 음악을 듣는 기계나 카메라가 필요 없어진 시대임에도 자신의 취향을 찾아 LP, 필름 카메라와 같은 의도적인 불편함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나의 취향에 맞고 공감되는 상품이라면 비싼 가격 또한 기꺼이 눈감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더불어 자기만의 브랜드, 취향, 색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그 견고함과 단단함이 느껴져 동경까지 하게 되는 시대가 되어 개인의 삶을 담은 인터뷰 콘텐츠들, 개인화한 큐레이션 콘텐츠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리고 나다움을 강조한 슬로건들 역시 사랑을 받는다. 이러한 시대에 나 다움을 찾아간다는 건 어쩌면 이제는 필수의 영역이 된 것이 아닐까, 월급 루팡의 편한 삶보다는 조금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순간이 올지언정 하고 싶은 일에 귀 기울이고 내 시간을 내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와 더불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이라는 영역을 나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임은 틀림없다.



why를 찾아야만


3월 마지막 주에 있었던 콘텐츠 클래스에서는 콘텐츠 컨설턴트 희님은 콘텐츠의 목적과 목표 설정하기에 대한 설명을 하시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왜 콘텐츠를 만드세요하면 이유를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내 안의 답을 찾아야 합니다. 찐 팬을 만들고 싶은가요? 찐 팬을 만들어서 뭘 하고 싶은가요? 매출을 높이고 싶은가요? 어떤 제품의 매출을 높이고 싶은가요? 나를 알리고 싶은지 나의 브랜드가 알리고 싶은지, 판을 키우고 싶다면 판을 키워서 뭘 할 건지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면 만들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하면 좋습니다. 이 이유를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매번 설명하지 않아도 좋으니 콘텐츠의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콘텐츠 클래스를 듣고 있는데도 인생의 방향을 찾고 있는 탓인지 내 인생에 대해서 까지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목적, 타깃, 콘셉트와 페르소나를 정하는 일은 마케팅에서 너무 당연한 일이고 기본이지만 일 속에서만 다뤘던 것 같고 정작 내 인생의 목적, 방향성을 저만큼 솔직하게 들여다볼 시간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골적인 내 진심을 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나는 희님의 질문을 내 안에서 이렇게 바꾸었다.


- 왜 삶을 독립적으로 그려가고 싶은가?

- 독립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 그 일은 어떠한 사람들과 하고 싶은가? 몇 명의 사람들과 하고 싶은가?

- 콘텐츠를 만드는 목적은 무엇인가?

- 팬을 만들고 싶은가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가?

-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가?

- 그 메시지는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 그 메시지를 전하여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이 외에도 정말 수많은 질문과 대답을 내 안에서 꺼냈던 것 같다. 꺼내면 꺼낼수록 이 수많은 질문들의 대답이, 앞으로 나가아는 목적이 지금보다 더 명확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기 위한 질문들의 대답은 앞으로 브런치에 올려봐야지



라이프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시작


 라이프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느낀 후부터 내 안의 키워드를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사람이고 지금까지 해 온 일들 역시 많아서 키워드만 해도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키워드를 정리하자 하는 마음으로 두 달 동안 참 많은 일들을 무작정 해보았다. 유튜브도 찍고 올려보고 여러 강의도 들어보고 책도 읽고 인스타툰도 그리면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정말 많이 가진 것 같다. 오늘은 이렇게 방향을 잡아볼까 내일은 이게 좋을까 하면서 마음껏 헤매는 마음으로 지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집중하고 우직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몇 가지 시도들이 유지되고 있다.


1. “저는 디자인과 마케팅을 함께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다니다가 스토리젠터 채자영 님의 클래스를 계기로 나의 직업에 디자이너 + 마케터라는 의미로 "디케터"라는 이름을 달아 재정의했다. (채자영 님의 스토리젠더라는 직업 역시 스스로 명명하셨다.)  브랜드 디케터로서 나를 좀 더 단단히 하고 싶다는 생각에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시도들을 하고 있다.


2. 나의 삶을 그려나가기 위해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기록해 나가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인스타그램에 좋은 삶을 살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담는 계정을 만들었다. (@hyein.off) 브런치에도 ‘생존이 아닌 좋은 삶을 살고싶어’라는 매거진을 만들었다.


3.  나의 따듯한 느낌표들을 <고로의 날>이라는 인스타툰을 통해서도 나누고 있다. 운영하는 채널 중에서는 사람들과 가장 많이 연결된 채널이다. 지금까지 나의 다짐이나 생각 위주로 전개해 왔는데 조금 더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며 나아가고 싶어졌다. 최근에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사람들 10명을 모았다. 10일 동안 각자의 하고 싶은 일을 들고 모여 함께 해나 가보자는 프로젝트를 열어 봤는데 24시간도 되지 않아 정원이 꽉 찼다. 누가 관심 있을까 세명이라도 채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감사하게도 꽉꽉 채워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각자의 하고 싶은 일을 들고 모이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4. 스토리지 북 앤 필름의 마이크 사장님과 제작자 바네사 님의 독립출판 책을 읽고 나만의 책 집필을 시작했다. 머릿속에만 있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정리할 생각에 조금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꼭 꺼내고 싶은 이야기라 써 내려가려고 한다.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마이크 사장님께 이런 책을 쓰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책의 주제에 대해 공감해 주시며 꼭 써보셨으면 한다는 응원을 받았다. 의욕이 샘솟았다.



나를 둘러싼 키워드들은 지금까지 수많이 변해왔다. 지금까지는 나에게 이런 키워드가 있지 하고 생각에 그쳤다면 그 키워드들을 잘 돌봐주고 체감하며 방향을 잃지 않고 잘 나아갔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돈이 되는 직업만 직업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