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을 좋다고 자주 말하는 삶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오늘 나는 무엇에 웃었는지도 희미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오늘 했던 일들의 리스트를 적어보라고 하면 술술 말할 수 있지만 언제 웃었는지를 떠올려보면 웃었었나? 하는 날 말이다. 어쩌다 하루 그런 날을 보낸다면 바빴구나 하고 넘기겠지만 하루, 이틀 이어지다 보면 내가 웃었던 것들, 좋았던 것들이 점차 희미해진다.
정신없이 직장에 다니다 보니 좋아하는 게 뭐였더라 하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다.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출근할 때 불편하니까 하고 미뤄왔던 것들이 점점 무미건조한 일상을 완성해 준 것이다.
이 사실을 눈치챈 건 별 것 아닌 계기였다. 출근과 퇴근의 연속인 삶 속에서 벗어나 좋은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하긴 했는데, 대체 좋은 삶이 어떤 삶인지 머릿속에 확실히 떠오르지 않았다. “좋은 삶은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사는 삶이 아닌가? 그럼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지”하고 단순하고 생각했을 때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적었다. 잊혀진 것들이 너무 많았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알아주고 사랑스럽게 여기는데 스스로를 사랑해 주기를 조금은 소홀했구나. 나 자신을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부터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한다고 자주 말하기”를 실천하기로 했다. 좋았던 순간을 ‘기분 좋네~’하고 가볍게 흘려보내니 기억에서 잊히는 것 같아서 좋아하는 걸 왜 좋아하는지 말하면서 기억에 꼭꼭 담고 싶었다. 매일 하는 “뭐 먹을래?”라는 질문에도 “아무거나”라는 대답보다 지금 내가 뭘 먹고 싶은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게 제일 어려웠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좋다고 생각한 순간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 나무가 이렇게 예쁘게 흔들렸었나, 흔들리면서 초록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 같아. 풀 멍하기 딱 좋아서 힐링 돼” 내뱉는 순간 그 말이 내 귀로 다시 돌아와서 또 한 번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일주일, 좋아하는 것을 말하다 보니 나는 참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을 좋아하고 꽃들의 모양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밝은 날 백팩을 메고 힘차게 걷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글 쓰는 시간을 좋아한다. 차를 티팟으로 우려 주는 카페를 좋아하고 초록색 물건들을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을 너무 좋아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이 외에도 내가 찾아낸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정말 많았다.
좋아하는 것을 좋다고 자주 말하면서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갔던 시간에 가장 큰 행복은 나는 언제든 좋아하는 것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마음이 무너진 회색의 날엔 여러 좋아하는 것들 리스트에서 지금 필요한 좋아하는 것을 골라 순간을 컬러로 물들일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진심으로 미소를 띠는 순간들이 늘어갔다.
그러면서 더욱 크게 다가온 것은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건 결국 내가 어떠한 사람이 될 것인지, 어떠하게 살기를 원하는 지를 알게 되는 과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나는 바람이 좋은데, 풀이 좋은 데로 시작하다 보면 내가 하고 있는 행동에서 좋음을 찾는 것으로 이어지고 좋아하는 행동을 이어감으로써 걸어가고자 하는 방향을 알게 되는, 그야말로 좋음의 확장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가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삶을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오늘 23시간의 슬픔을 겪었다고 해도 남은 1시간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을 통해 내일로 나아가는 힘을 얻기를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