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미래의 부는 보이지 않는 지혜의 영역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 우리의 경제활동에는 눈에 보이는 돈이 오간다. 돈이 오가는 모든 활동이 경제활동이기 때문이다. 돈을 빼놓고는 경제를 논할 수 없는 이유다. 이는 자녀 경제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돈을 빼고 교육을 하자면,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많은 교육기관들이 경제교육의 첫 시작으로 용돈 교육을 손꼽는지도 모르겠다. 용돈 교육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길래 그런 걸까? 그 교육 효과를 먼저 살펴보자.
첫째, 용돈은 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 준다.
내 유년시절은 돈에 관한 이야기라면 “애들은 몰라도 돼”라는 말로 일축되는 일상이었다. 용돈이랄 것도 없었다.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만 받아서 돈을 사용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용돈을 요구할 때마다 눈치보기 바빴다.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부족한 돈 때문에 부모님이 싸운다는 것쯤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불편함을 느끼기 싫어 중학생이 된 나는 집집마다 전단지를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스스로에게 노동을 통해 용돈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의 나는 처음으로 돈에 대해 굉장히 많은 질문을 하며 살았던 기억이 있다.
나는 당장 전단지 몇 장을 붙여야 만원을 벌 수 있는가?
같은 시간에 어떻게 해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가?
더 빠르게 전단지를 붙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나에게 전단지를 붙이라고 하는 사람은 어디서 돈이 생겼을까?
이 사람은 누구에게 돈을 받을까? 얼마나 많은 돈을 받을까?
이처럼 돈은 그 자체만으로도 돈에 관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운이 좋으면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자녀 스스로의 경제활동, 부모님의 경제활동, 가정 경제활동 이야기 등을 소통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 정도는 톡톡히 하는 것이 용돈이다.
둘째, 용돈은 자기 주도적 삶을 살게 한다.
고등학교 시절, 이모가 용돈을 종종 주셨다. 분홍색 한지가 들어있는 봉투에 10만 원을 꼭 담아 주시곤 했다. 당시 나는 엄마의 카드로 필요한 물건들을 사곤 했었는데 이모가 주신 용돈만큼은 이상하리만큼 아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용돈을 쥐어주셨을 때의 감사한 기분까지도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이모가 주신 현금은 엄마가 준 카드보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내 돈이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들게 했다. 그 후에는 이 돈을 어디에 쓰면 가장 기쁠까? 하는 생각을 수시로 떠올리게 했고, 마침내 돈을 쓰기로 결정했을 때에는 돈이 줄어드는 슬픔,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줬다. 돈에 대한 애착이 커질수록 이를 건네준 이모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커졌다.
이모가 주신 용돈이 현금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한다. 얇아지고, 해져가는 봉투를 보면서 아직 내게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기쁨, 스스로의 소비를 통제하고 있다는 기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이모가 준 현금 봉투가 때때로 생각나는 건 돈에 대한 여러 감정과 생각, 선택 과정을 연습할 수 있게 해 준 용돈이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이때 가장 나답게 돈을 소비했고, 비로소 내 삶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돈을 소유했을 때만이 자기 주도적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유하지 못했을 때의 좁은 선택지를 떠올리면 그렇지만도 않다. 용돈은 분명 더 많은 부분에서 자기 주도적이 될 수 있는 힘을 준다. 이점을 부모님들이 반드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셋째, 용돈은 자기 효능감을 높여준다.
자기 효능감은 어떠한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다. 이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정신적 요소다. 특히 도전 정신과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기르는데 자기 효능감의 유무는 매우 중요하다.
용돈은 예산을 세우고 결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기 효능감을 키울 수 있다. 스스로 금융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공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목표 달성 실패나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에도 인내심을 발휘하는 연습을 해 볼 기회가 되어준다.
이를 반복함으로써 금융목표 달성 확률을 높여간다면,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는 물론 자기 효능감을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돈을 효율적으로 다루게 되면서 성공확률이 높은 반짝이는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된다.
정리하면 용돈교육은 스스로 돈에 대해 질문하며, 예산과 결산을 통해 자기 주도적인 선택연습을 하는 교육이다. 이 과정에서 습득한 의사결정방법, 목표달성방법 등으로 자기 효능감까지 높일 수 있는 교육이다.
단, 이따금씩 불규칙적으로 주는 용돈으로는 교육효과를 온전히 얻기 어렵다. 누가, 언제, 얼마를 줄 것인지 정해 규칙적인 용돈으로 시작해야 한다. 오늘부터 규칙적인 용돈교육을 시작해 보자.
<아이에게 질문해 볼 것>
용돈을 받으면 무엇을 하고 싶어?
오늘 하루는 용돈 1000원으로 생활해 볼까?
용돈은 다 쓰라고 주는 돈일까?
용돈은 다 저축하라고 주는 돈일까?
로또 1등에 당첨이 되어 100억이라는 큰돈이 생긴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