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교육을 시작하기에 앞서, 아주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전제가 있다. 용돈 문화에 대한 이해다. 가정마다 돈에 대한 각기 다른 신념과 가치를 반영한 것이 바로 용돈 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신념과 가치는 자유롭게 선택 가능하다. 그 결과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준비만 되어있다면 말이다.
만약, 용돈 문화를 간과한 채 용돈 교육을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용돈을 주는 부모님은 도대체 얼마의 용돈을 줘야 할지 적정선을 결정하지 못해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더불어 용돈 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잃게 되기 쉽다. 덩달아 자녀 또한 무엇을 우선순위로 배우고 실천해야 하는지 방향을 잃게 된다. 돈을 쓰는 재미, 더 버는 재미, 불리는 재미를 느껴보기도 전에 용돈교육에 흥미를 잃게 될 것이다. 정작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들은 배우지 못한 채 절약, 저축 등의 수박겉햝기 요령만 배우다 사회로 던져지게 될 것이다.
이런 결과를 원하지 않는다면, 가정에 스며들어 있는 용돈 문화를 알아채야 한다. (우리 집은 가훈에서부터 알 수 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남편이나 저나 소득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가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돈에 대한 신념과 가치를 부모가 먼저 정하고 이를 위한 알맞은 방법을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곧 자연스럽게 가정에 형성되는 용돈 문화이며, 아이들의 삶에 지대하게 영향을 끼칠 가장 강력한 기준점이다.
나와 아이들과의 대화 내용을 통해 집집마다 다른 용돈 문화를 느껴보자.
“얘들아, 용돈이 뭘까?”
“할머니가 만날 때마다 주시는 돈이요”
“삼촌이 어제 이쁘다고 줬는데 엄마가 가져갔어요.”
“명절에 할아버지한테 받는 돈이요”
“전 매일 엄마한테 용돈 받아요”
“받은 용돈을 어떻게 사용했어?”
“추석에 용돈을 50만 원이나 받아서 엄마가 가족들에게 짜장면을 쏘라고 했어요.
언니랑 아빠랑 엄마랑 짜장면 먹는데 5만 원이나 썼어요.
다들 좋아해서 기분이 좋긴 했는데 너무 비싼 것 같아요. 나머지는 아직 어디에 사용할지 고민 중이에요.”
“저는 다 저축했어요~돈을 쓸 일이 없거든요. 그리고 용돈 받으면 일단 저축부터 해야 하는 거잖아요.”
“우리 엄마는 평소에 용돈 달라고 하는 만큼 다 주세요~
그리고 명절에 받은 돈도 다 쓰라고 하세요~ 이번에 받은 10만 원도 포켓몬 카드 사는데 다 썼어요”
아이들의 대답 속에 집집마다 다른 용돈 문화가 느껴지는가?
적어도 부모님이 돈을 대하는 태도, 말버릇, 행동 습관들이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부모 스스로 자신이 돈을 대하는 자세를 점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잘 파악해야 좋은 부분을 선별하여 우선순위를 정하고 아이에게 교육해 나갈 준비를 마칠 수 있다.
사실 나는 어떠한 규칙하에 돈에 대한 배움의 순서나, 누구에게나 최우선시되는 가치를 줄 세워보고 싶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교육을 할수록 가정이 곧 작은 사회이며, 하나로 통합하기 어려운 용돈 문화가 각각 자리 잡고 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자 용돈 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었다. 용돈 문화 교류가 그것이다. 문화는 교류를 통해 발전을 이룬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러나 기준 없이 교류부터 시작하면, 혼란이 가중될 뿐이다.
용돈 교육 시작 전, 가정 내 용돈 문화를 먼저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부모님이 먼저 가정의 행복, 평안, 건강, 성장, 소득, 절약, 투자 등 돈으로 가장 먼저 무엇을 교환하며 살아야 할지 아이에게 기준을 정해주시면 좋겠다. 그 후, 용돈 문화 교류의 장을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 국경을 걸어 잠그고 문화 교류를 하지 않은 나라들이 퇴보를 거듭하여 멸망한 것처럼, 용돈 문화도 교류해야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교류의 시작은 “용돈으로 무엇을 했어?”라는 간단한 질문으로 충분하다.
첫 번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친구들이 말했다.
“짜장면 맛있었겠다. 너도 먹었지? 가족들이 다 좋았겠다~”
“언니도 용돈 받았지? 그럼 언니한테 돈을 좀 달라고 하면 어때? 엄마아빠만 사드려~”
“야 우리 동네 짜장면 2천 원이야. 다음에는 버스 타고 여기 와서 먹어”
두 번째 아이, 세 번째 아이의 이야기에는 이런 말들도 오갔다.
“그럼 넌 지금까지 얼마큼 저축했어? 나는 이만큼 저축했는데”
"언제까지 저축할 거야? 그 돈으로 뭐 할 거야? "
"이야, 포켓몬카드?! 좋겠다. 근데 나는 좀 더 모아서 학용품세트살 거야"
"나는 언니가 있는 호주로 가족들 다 데리고 갈 거야. 쓰지 말고 무조건 저축해야지."
어떤 날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가 1시간 내내 이어지기도 한다. 문화에 있어 옳고 그름, 정답과 오답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화를 통해 좋은 점은 배우고 각자가 우선시 여기는 다양한 가치들을 이해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부디 지금 잠깐 시간을 내어 우리 집만의 용돈 문화를 정의 내려보자. 그리고 교류를 통해 돈에 대한 생각의 폭을 확장하고 긍정적인 간접경험을 쌓을 기회를 만들어주자. 즉시 흡수하여 삶에 적용하지 못해 교육효과가 의심스럽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결국 다각적인 측면에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는 지혜로운 용돈 문화만이 살아남을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를 스스로 선택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