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습관의 형성
경제 교육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에게 소유의 개념이 형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경제의 기본은 내 것과 네 것을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죠. 아이들의 소유 개념은 만 2세부터 생기기 시작하여 3세가 되면 자리를 잡습니다.
《도서, 경제비타민, 취학 전 완성하는 첫 사교육》 中
나는 만 2세와 3세 두 딸을 키우는 엄마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하루 종일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내 거야”이다. 서로 자기 것이라며 싸우는 통에 똑같은 물건을 두 개씩 사는 것은 필수다. 어디 그뿐인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아이들은 원하는 것을 콕 짚어 이야기한다.
“엄마 사과주세요 나 이쁘게 말했으니까 꼭 줘야 해~”
“(친구가 사탕을 먹고 있으면) 나도 사탕~사탕!!!”
“(편의점이 보이면) 엄마 덥지? 아이스크림 사러 가자~아이스크림 저기 있어!”
3세가 되어서는 먹는 것뿐만 아니라 양말부터 공주 옷, 머리핀 등 온갖 것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웬만한 성인보다 더 많은 돈을 사용할 정도다. 내 경험 상, 소유를 알기 시작한다는 것은 소비를 시작한다는 말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내 것이 생기려면 일단 무언가를 사야 하기 때문이다. 소유와 소비는 같은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리고 이 둘의 공통점은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기에 부모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나는 원하는 것이라고 해서 즉시 네 것이 될 수 없음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즉, 아이들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생각만큼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늘 상 아이의 울음에 지고 말았다.
“집에 가서 줄게. 집에 사탕 많아.”
“여기 아이스크림 안 팔아, 아저씨가 안 판데~”
나름의 착한 거짓말까지 동원했지만 대부분 소용이 없었다.
“에이 그냥 사사, 다사, 뭐 먹고 싶니? 대신에 울지 마!” 하며 되려 많은 소비를 하도록 부축이게 되는 일이 많았다.
‘아이의 울음에 휘둘리면서 교육은 무슨, 나중에 말귀 알아들을 때 하지 뭐~’ 하는 마음이 불끈 올라오는 날도 있었다. 그때마다 전문가들의 육아 관련 조언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특히 만 3~9세는 자기 조절능력을 반드시 키워줘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는 말에 주목했다. 다시 한번 마음을 고쳐먹고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소비를 통제하는 자기 조절력을 기르는데 ‘규칙’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얘들아, 이제 우리는 하루에 1번만 돈을 사용할 수 있어”
처음에 아이들은 어리둥절해했다. “왜요?”하고 되묻기도 했는데 나는 앵무새처럼 반복적으로 말했다.
“돈은 하루에 1번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야”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 우리 아까 사탕 사 먹어서 돈이 없구나~”
“오늘은 사탕을 샀으니까 초콜릿은 내일 사야 해”
“(편의점에 들어갈 때 아이가 나에게 말한다) 엄마, 엄마도 한 번만 써야 해~”
이를 반복하자 아이들은 이제 엄마가 만든 규칙아래 적절히 통제된 소비를 한다. 자기 조절력이 생긴 것이다. 이때 중요한 건 부모가 만든 규칙은 반드시 온 가족이 지켜야 한다. 그래야 의심 없이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규칙으로 받아들이고 실행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아이는 하루에 한 번만 소비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갖게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소비하고 싶은 욕구를 다스리는 자기 조절력은 물론이다.
돈에 대한 교육은 세 살부터도 시작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어쩌면 부모님의 소비 행동을 온전히 바라보고만 있는 1살부터 이미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 언제 용돈 교육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아이가 스스로 돈에 대해 생각하게 할 것인가이다. 부모는 아이가 돈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는 과정을 경험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친구의 용돈 이야기일 수도 있고, 돈에 관한 책일 수도 있다. 때로는 부모님이 정해준 규칙과 방법이 생각의 씨앗을 심어 줄 수도 있다.
한편, 요즘 아이들의 구매 결정력이 성인 못지않게 커졌다는 통계가 있다. 오늘날 금융기관의 고객은 초등학생을 포함한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의 생각보다 더 어린 시절부터 돈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하는 이유다.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최고에 다 달아 시시때때로 “내 거야”를 외치는 3살이야말로 소비를 가르치기에 아주 적절한 시기이지 않은가? 이때를 놓치지 말고, 절제와 중용의 미덕을 아는 소비자로 키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