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

마음을 위한 북 큐레이션

by 혜인

매주 일요일 밤 9시부터 11시까지 진행하는 우리의 독서모임은 항상 같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요즘 마음은 어떠세요?’

매주 서로의 마음, 책들의 마음에 깊숙이 다가가다 보니 특정한 마음일 때 도움 되는 책의 목록을 만들 수 있었다. 누군가 마음을 북돋고 싶은 날, 아래의 책 목록이 도움이 된다면 우리에게 그것만큼 보람찬 일도 없을 것이다.


▶스스로 작아질 때, 수치스러울 때, 죄책감이 느껴질 때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스스로 작다고 움츠러든 두더지에게 소년이 아래와 같이 말한다. “그렇지만 네가 이 세상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야.”

『소년과 여우와 두더지와 말』은 글과 그림의 조화가 아름다운 그림책이자 이야기책이다. 글을 읽기도 벅찰 어두운 마음이 다시 어린아이처럼 밝은 빛을 되찾길 바란다. 지금 당신의 자리는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리이며 당신이 이 세상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이기에.


▶절망적일 때, 무기력이 오래갈 때, 수동적일 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세상의 시선에서 소외된 이들을 따뜻하고 왜곡 없이 상상의 세계 속에서 그려내는 김초엽 작가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특히 무력한 일상에 갇혀서 살아가고 있다면 이 안에 실린 ‘감정의 물성’이라는 작품 속 글귀인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는 글귀를 선물하고 싶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무기력 상태라면 이 책 속 일곱 편의 이야기를 읽고 주인공들의 희로애락을 안주 삼아 자신을 돌아보며 실컷 울어 버린 후에 한결 마음이 더 편안해질 것이다.


▶슬플 때, 상실을 겪었을 때, 습관적으로 실패할 때

『당신이 옳다』, 정혜신

정신과 의사로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같이 상실의 고통과 슬픔으로 허덕이는 이들의 치유와 회복에 힘써온 저자는 이 책에서 복잡한 이론과 전문가의 진단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나와 남을 돌보고 치유할 수 있는 공감의 힘을 사례를 들어가며 친절히 알려준다. 가장 절박하고 힘이 부치는 순간에 사람에게 필요한 건 '네가 그랬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는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라고 한다. 완벽한 지지와 수용 후에야 우리는 우리의 삶을 조금씩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슬픔과 상실의 아픔 혹은 습관적인 실패감에 깊이 빠져있다면 가장 강력한 나의 편인 나부터 나를 있는 그대로 공감해 주고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자.


▶두려울 때, 불안할 때, 겁이날 때

『데미안』, 헤르만 헤세

『데미안』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헤세의 작품이자, 그의 작품 중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목은 들어봤을 법 한 작품이다. 두렵고 불안할 때, 겁이날 때 이 소설을 추천하는 이유는 깊고 심오한 철학적 해석을 걷어내면 줄거리로 볼 때 주인공 싱클레어가 열 살 소년부터 청년이 되기까지 성장하며 겪는 내면의 고통과 번뇌를 진솔하고 치열하게 담았기 때문이다. 사실 소설의 제목인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도움을 주고, 싱클레어가 용기를 내어 두려움을 깨고 새로운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본보기가 되어주는 좋은 친구다. 누구나 싱클레어보다는 데미안으로 보이고 싶겠지만 삶의 어떤 지점에는 유년기의 싱클레어처럼 겁 많고 소심하고 허풍스러운 시기가 있었기에 이 소설이 대중적으로 공감받고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속에서 데미안을 만나고 그를 통해 자신의 알을 깰 용기를 내어보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이 책을 골랐다.


▶지금 가진 것보다 원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을 때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겪은 생사를 오가는 혹독한 삶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버텨낸 정신과 전문의 빅터 프랭클 박사의 체험 수기이다. 잔인한 죽음의 강제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박사는 아내도 잃고, 건강도 잃고 마지막 희망으로 자신이 온 힘을 다해 쓰던 책의 원고도 빼앗긴다. 그 과정에서 빅터 프랭클 박사는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과 수용소 안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인간의 실존을 발견하게 된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타인의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로고세러피를 만들어낸다. 내가 가진 것과 나를 둘러싼 현실이 마음에 차지 않을 때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만일 내가 모든 것을 잃는다면, 모든 소유물을 빼앗기고 모든 가치를 제거당한 채 굶주림과 혹독한 추위 그리고 핍박 속에 몰려오는 죽음의 공포가 나를 압도한다면 궁극적인 나의 삶의 의미를 어디에 둘 것인지 빅터 프랭클 박사와 함께 성찰해 보는 시간은 현실의 나에게 더 나은 방향성과 힘을 선물해 줄 것이다.

▶뜻한 바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좌절할 때, 화가 날 때

『굿바이, 분노』, 원빈 스님

모든 분노는 우리가 분노한 원인이 외부의 탓이라고 믿게 만든다. 『굿바이, 분노』는 분노가 발생하는 단계와 원리를 알기 쉽게 사례를 들어서 구체적이면서도 논리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모든 분노는 자신의 내면이 만드는 것일 뿐 ‘정당한 분노는 세상에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정할 수 없었던 우리의 정당한 분노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분노는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기에 결국 소화하지 못한 분노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다. 오히려 나에게 분노의 촉발 요인이 된 상황을 배움의 기회를 받았다고 고맙게 여기는 스님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이 책을 읽고 분노로 스스로를 해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굿바이, 분노!”


▶주변과 스스로를 비교할 때, 단기간의 성취에 대한 압박감이 심할 때

『그릿』, 앤젤라 더크워스

주변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압박감이 심하다면 비교의 대상을 주변에서 나의 어제와 오늘로 바꾸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그릿은 타고난 재능을 뛰어넘는 지속성의 힘이다. 가장 위대한 사랑은 불타오르는 사랑보다 지치지 않고 지속하는 사랑이라는 테레사 수녀님의 말씀처럼 어쩌면 순간적으로 의지를 불태우는 것보다 끈기 있게 끝까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그릿 정신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더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시작은 누구나 하지만 완성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이 책을 읽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힘, 역경과 실패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끈질기게 견딜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길러서 남과의 비교가 아닌 스스로와의 비교를 통해 순간의 성공이 아닌 평생 동안 지속하는 성장을 누리길 바란다.


▶아직 스스로를 직면할 용기가 나지 않을 때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길거리 가득한 미용용품 판매점과 보정 카메라, 자신의 수입보다 값나가는 자동차, 브랜드 아파트가 인기인 것을 보면 우리 사회는 아직 자신의 외면조차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들여다볼 용기가 부족해 보인다. 사실 외면보다 들여다보기 힘든 것이 내면이기에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만 200만 부가 팔린 것이 납득이 된다. 인간은 능력이나 환경, 과거의 트라우마와 관계없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존재이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눈앞에 놓인 문제를 직시할 ‘용기’가 필요하다. 일, 사랑, 인간관계 등 ‘인생의 과제’에 용기 있게 직면하는 것, 인생 과제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지혜를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혹시 살면서 ‘내가 이 사람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에 앞서서 ‘이 사람은 내게 무엇을 해줄까?’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꼭 읽고 용기를 내어 내적 자유와 충만한 공헌감을 얻기를 바란다.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싶을 때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이 작품은 노숙자 출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서 편의점을 찾는 이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진정 어린 위로를 전하는 주인공 독고를 통해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독고가 등장한 후에는 편의점을 찾는 손님이든 직원이든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과 영감을 주기 시작한다. 사실 누군가를 진국으로 느끼게 하는 것은 그가 우리를 불편하게 여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편견 없이 대해줄 거라는 믿음이다. 행복은 관계 사이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독고처럼 우리가 서로에 대한 불편함을 거두고 있는 그대로 서로를 수용해 줄 수 있다면 훨씬 더 행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일을 잘하고 사회에 공헌하고 싶을 때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무슨 일이든 그 일을 하려는 이유를 자신에게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을 때 어떤 역경이 다가와도 끝까지 그 일을 해낼 수 있다. 이 책은 ‘일을 더 잘하려면 이렇게 하라’고 방법론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훈계도 없고 위로도 없이 담담한 어조로 저자가 평범한 회사원에서 영향력 있는 CEO가 된 과정과 고민을 솔직하게 기록한 책이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60년 넘게 단련해 온 저자의 일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더 잘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과 최선을 다해 살고자 하는 당신의 의지가 더 견고해질 것이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과도 조화롭게 지내고 싶을 때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전미경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과 조화롭게 어울리기 위한 전제 조건은 바로 감정 조절 능력이다.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를 읽고 나면 우리의 감정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깊어진다. 감정은 단순한 기분과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제대로 만들어가는 일이다.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게 되면 내면 깊숙한 곳에서 자신감이 만들어지고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리더십도 생겨나게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겉감정과 속감정에 대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우리가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느끼는 겉감정과 그 상황에서 그 감정을 느끼게 한 근본 원인인 속감정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면 오히려 우리는 불편한 감정을 통해 더 나은 내가 되고 오랜 상처로부터도 회복할 수 있다.


▶지성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힌 느낌이 들 때, 감성적인 사람들이 공감되지 않을 때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혹시 내가 나름대로 이성과 지성을 단련한 것 같은데 어딘가 감정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또는 아무리 감성적인 사람들을 인지적으로 공감해보려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면, 진정한 사랑을 제대로 배워서 연습하고 싶다면, 사랑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낸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에서 등장한 두 문장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을 인지적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지성의 한계를 초월하여 모든 것을 가슴으로 이해하는 사랑의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생명 존중의 마음을 지속하고 싶을 때

『순례주택』, 유은실

이 책의 저자인 유은실 작가도 가장 좋아한다는 작품 속 주인공인 순례 할머니는 평생 자신이 땀 흘려 번 돈으로 마련한 순례 주택에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기꺼이 맞이한다. 심지어 자신에게 무례하게 대한 이들까지 거두어준다. 순례 씨의 배려로 어떤 식구는 순례주택을 딛고 일어서고 어떤 이들은 순례 주택의 공유 옥탑방을 통해 팍팍한 삶 속에서도 일말의 평온함을 느낀다. 이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죽었을 때 유산을 국경 없는 의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의지, 통장 잔고 1000만 원 외에 생기는 잉여 돈은 모두 그 돈이 필요하거나 그 돈으로 행복함을 느낄 주변에게 나누는 모습까지 생명을 존중하며 이 땅을 관광하듯이 사는 것이 아닌 이름처럼 순례하듯 살아가는 순례 할머니를 보며 우리는 감동하고 우리의 사랑 능력을 고양할 수 있다.


▶개인을 넘어서서 모든 존재와의 연결성을 느끼고 싶을 때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케다 가요코 구성

전 세계 63억 명이 살던 2000년 대 초반, ‘전 세계의 사람들을 100명으로 줄이면 어떻게 될까?’라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글이 있다. 인터넷이 막 붐을 일으키던 때에 이 글은 이메일을 통해서 전 세계로 퍼졌고 많은 사람이 감동했다. 그 글에서 영감을 얻어 나오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실제로 이 책은 구체화된 숫자와 통계를 통해 세계의 현실을 보여주는데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현재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지금 눈앞의 삶뿐 아니라 지구 전체를 볼 수 있는 마음 그릇을 선물 받았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당신도 해외에서 일어나는 일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되는 깊은 연결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독서모임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알고 보니 우리에게 인간의 본성과 인생의 본질을 탐구하게 하는 여정의 시작이었다. 이 모임은 우리가 스스로를 탐구하도록 했고, 책들의 마음을 통해 배운 지혜를 현실 세계에 적용하도록 도와주었다. 언어를 읽고 쓸 수 있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중대하고 고귀한 임무라는 것을 우리는 이 모임을 통해 깨달았다.

독자들과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말은 바로 천국과 지옥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이다. 책들의 마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바로 마음속 천국과 지옥을 만들 뿐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단 1초면 지옥 같은 삶도 천국으로 바뀔 수 있다. 방법은 아주 쉽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말처럼 좋은 생각을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기면 된다. 좋은 생각이란 사랑 그리고 생명 존중의 생각이다. 의식적으로 이런 마음을 실천하며 살아간다면 우리가 함께 하는 이 세상이 바로 천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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