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웅덩이를 별빛으로 환하게 빛낼 수 있는 유일한 비책
소중한 이를 다 잃고도 작은 존재를 살리기 위해서 생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면 어떨까?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어린 생명에게 안전한 곳을 찾아 주기 위해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바다를 향해 목숨을 거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지구에서 딱 한 마리 남은 흰 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긴긴밤을 함께하며, 바다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엉망인 발로도 다시 우뚝 일어설 수 있게 한 것은, 잠이 오지 않는 길고 컴컴한 밤을 기어이 밝힌 것은, 바로 진한 사랑이다.
"너 T야?"라는 질문이 유행이라고 한다. mbti라는 성격이론에서 좌뇌적이고 이성적인 경우 T라고 하고,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경우 F라고 한다. 그 점에서 누가 봐도 F인 나는 어릴 적부터 진한 사랑이 느껴지는 시나 문장, 영화, 음악을 접할 때면 왜인지 모를 눈물이 핑 돌곤 했다. 그건 요즘도 마찬가지다. 독서모임에서도, 혼자 있을 때도, 친구와 이야기하다가도 툭툭 터지는 눈물샘은 진짜 사랑 감별기다. 대신 대중 매체에서 묘사하는 그런 로맨틱한 사랑 말고 한결같이 생명을 지지하며 변하지 않는 지속하는 사랑에 눈물이 난다. 이처럼 진정한 사랑을 느낄 때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대상, 허구의 인물에게서도 '서로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고 감동한다. "긴긴밤"은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한결같은 사랑에 내 눈물을 멈추지 않게 한 작품이다. 주인공들의 엄청나게 인내하는 능력과 역경을 마주하고도 끝까지 서로의 생명을 지지한 의지는 그 어떤 말과 문장보다 진한 사랑이었다. "그렇게 내가 태어났다." 이름 모를 아기 펭귄의 탄생이 담긴 짧은 한 문장이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수많은 문장보다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우리가 지금 살아있다는 것은 우리와 공시적으로, 또 통시적으로 연결된 수많은 존재의 사랑과 희생 덕분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아무리 표현이 투박하고 서툴러도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랑은 그 어떤 세련된 지성보다 순수하고 위대하다. 진정한 행복은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의 크기가 커질수록 나 하나의 행복이 아닌 타인과 장벽을 허문 상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우리의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에 보도되는 각종 전쟁, 범죄, 재해 등의 세상의 부정적인 것들을 녹여서 더러운 웅덩이를 별빛으로 환하게 빛낼 수 있는 유일한 비책은 우리의 진실된 사랑이다. 독서모임 안에서도 잔잔하게 퍼져가는 온기를 느끼며 사랑은 전염된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