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과 '책들'의 마음에 더 가까이
책을 읽거나 쓰는 사람이 가져야 할 자세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세상에 대한 지적호기심이다. 조선시대에 글쓰기 실력으로 유명했던 이옥이 남긴 말처럼 작가는 무언가를 꾸며낸다기보다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자세히 살펴 자신의 시선에서 통역하는 역관이자 자신이 바라본 만물을 진솔하게 그려내는 화가다. 이때 이 세상을 통역하고 그리고자 하는 원동력이 바로 관심과 호기심이다. '책들의 마음'의 출발점이었던 온라인 독서모임, 그리고 온라인 독서모임의 모태가 되었던 대전 지역의 오프라인 독서모임도 주변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살다 보면 그날이 그날인 것 같고, 그곳이 그곳인 것 같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의 차이를 모른 채 하루하루를 지나치게 되는 때가 있다. 그런 날이 찾아온다면 용기 내어 그동안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는 장르의 책 한 권 집어 읽어보길 추천한다. 책과 담쌓고 지내는 중이었다면 그림책이라도 좋다. 가만히 앉아서 책에 담긴 마음을 살펴보고 책을 쓴 작가의 말을 들여다보면 어느새 책을 읽기 전과 미묘하게 달라진 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공유하는 만물 중에 하나도 같은 게 없다는 것을, 하루도 같은 날이 없고 한 곳도 서로 같은 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가족, 연인, 이웃, 친구, 지역 사람, 직장 동료 등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수십 억 개의 언어와 회화를 만나게 될 것이다. 나와 다름에 집중하기보다는 서로 달라 다채로운 재미를 느끼며 세상살이가 꽤 할만해질 것이다.
우리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작년 이맘때쯤 독서모임에서 야마구치 슈 작가의 '일을 잘한다는 것'이라는 책을 읽고 자신이라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하여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그때 마음에 콕 박힌 말이 있는데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실제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자신이 잘하는 것을 물어보면 '저는 딸기를 잘 먹어요, 저는 강아지를 좋아해요, 저는 달리기를 잘해요.(나와 비슷하게 뒤뚱뒤뚱 뛰는 아이인데도 말이다.)' 등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섞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토익 만점이어도 스스로 영어에 자신 없어하고, 콩쿠르에서 대상을 입상해도 이제야 비로소 신생 연주자가 된 것이라고 겸손해하며 늘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는 우리 어른의 세계에서 볼 때 어쩌면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유로움은 우리가 1학년 아이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이 지혜를 이 글의 주제와 연결 지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우리가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세상을 더 이해하려는 호기심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람과 세상을 좋아하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 책을 읽고 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아주 잘하고 있고 잘 살고 있다는 거다. 아주 조금일지라도 매일 어제보다 나아지고 넓어지는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인다면 생의 끝에서는 얼마나 잘 살다가 갈지 기대된다.
'책들의 마음'을 집필하는 동안 우리는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공간의 인상이 불쑥불쑥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매주 편안한 마음으로 온라인에 접속하여 한 권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고만 생각했던 매주 2시간이 사실 서로의 언어를, 서로의 화풍을 이해하고 배워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모임이 아니었다면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지냈을 서로가, 세상에 대해 궁금해하며 모임에 참여하고, 모임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감정에 관심을 갖는 '우리'로 함께한 시간이 쌓여 '우리'의 마음과 '책들'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의 끝에서 이 책의 작가가 느끼는 마음은 바로 감사다. 모든 독서모임원들에게 감사하고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감사하고, 책 속에 마음을 담아 전해준 모든 작가와 출판사에게 감사하고, 만물에게 감사하다. 이러다 우주까지 나올까 봐 이만 책들의 마음으로부터 시작한 이야기의 여정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