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비행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며 숙소를 잘 구했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비행할 때 보는 지중해의 모습은 어떤지 물었다. 그가 말하길 하늘에서 지중해를 내려다보면 파도가 정지한 듯하여 천국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중해의 고요함이 주는 무한한 평온의 느낌과 상반되는 야간 비행의 위험성 사이의 온도차가 짜릿하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고독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화들짝 놀랐다. 그 말이 참이었기 때문이다. 고독과 죽음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그였기에, 그에게 1인용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은 고독과 죽음에 맞서 미지의 세계를 정복해 나가는 최적의 취미이자 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작가로서 뿐만이 아니라 조종사로서도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창 밖으로 상체를 거의 빼며 날아가는 시늉을 했다. 나는 다급하게 그가 떨어지지 않도록 팔을 잡아당기며 그에게 그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까지 없애며 비행하며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바로 답하지 않은 채 오히려 내게 왜 여행을 오게 되었는지 되물었다. 나는 이국적인 풍경을 보고 싶었고 지중해 바다가 아름다울 것 같아서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은 여행으로는 성에 안 차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국적인 풍경을 넘어선 더 이질적인 풍경, 그리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남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하늘을 선택했다고 했다. 하늘이 더 이상 그에게 미지의 세계가 아니게 되었을 때 그는 야간비행 항로를 개척하며 미지의 시간을 탐험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탐험조차 완성하자 그는 자신이 쓴 소설 안에서 사막과 우주 행성을 누볐고 이제는 지중해로 뛰어들어서 완전한 고독과 죽음 이후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만약 그가 작가라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잊었다면 죽음 이후의 시간을 즐긴다는 그의 표현에 난 유령을 만났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계속 창틀 밖으로 몸을 빼려는 그를 말리며 그가 진짜 유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진심이 튀어나와 버렸다. 그러자 그가 웃으며 자신은 비행기 사고로 두개골 골절을 입기도 했고 사막에 불시착해 나흘간 물도 식량도 없이 헤맨 적도 있다며 꽤 강하니 걱정 말라고 했다. 그 말이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다는 내 말에 그는 배려하겠다며 의자에 바르게 앉았다. 내게 자녀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고 혹시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졌냐는 그의 말에 나는 살짝 뜨끔해하며 어느 정도는 맞다는 의미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는 내 말에 그는 흥미를 보였다.
그는 물었다. 자신의 글은 어떤 느낌인지. 나는 글과 작가를 떼어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를 만나기 전후로 그의 작품에 대한 감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를 만나기 전 '야간비행'과 '어린 왕자'를 읽을 때 나는 그가 감수성이 풍부하여 풍경과 사람에 대한 섬세한 인상들을 글에 담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흥미로워하며 자신을 만난 후는 어떻냐고, 작품의 의미가 변질된 건 아니냐며 물었다. 나는 그에게 글을 쓰는 행위가 일종의 책임감에 가까운 느낌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가 비행이나 탐험 등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임에도 성실성을 가지고 직업인이자 문학인으로서 일을 하고 작품을 쓰고 다듬으며 균형 잡힌 삶을 사느라 애쓴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난 고독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가 중에는 가장 모범생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그 성실성이 그의 두려움을 사라지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는 말과 함께. 그러자 그는 나보고 글쓰기 선생님보다는 심리상담가가 더 맞겠다며 자신을 어릴 적부터 봐 온 어른 같다고 했다.
그는 청년 시절 자신은 비행과 글쓰기 중 하나만 선택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행동하는 것만 선택하기엔 그에겐 자기 자신과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관심이 바로 성실성과 책임감이기도 하다는 내 말이 그에게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오늘 지중해로 추락을 선택하며 완전한 자유를 선택했다고 느꼈는데 하마터면 자신을 이루어왔던 한쪽 날개인 글쓰기를 놓아버리는 오류를 범할 뻔했다고 했다. 그는 내게 앞으로 독자로부터의 자유는 얻을지언정 자신의 삶을 균형 잡아 줄 글쓰기를 죽을 때까지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에는 자신의 작품 속에 나타난 인생관이 어때 보이는지를 또 물었다. 순간적으로 이 유명한 작가님이 나를 진짜 독서 상담가로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번에도 나는 그의 작품을 아끼는 팬의 입장에서 진솔하게 답변했다. 그의 작품은 소설이지만 마치 시 같다고. 그는 어떤 점에서 그런지 물었다. 나는 시인이란 잘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잘 본다는 것'은 자세히 본다는 것, 남들이 보지 못한 부분도 본다는 것, 겉과 속을 모두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 점에서 남들은 모두 모자라고 칭하는 그림에서 그가 어린 왕자의 눈을 빌려서 보아뱀이 집어삼킨 코끼리를 보았듯이 그는 작품에서 자연과 사람 모두를 잘 보고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마치 어린 왕자처럼. 그의 문체가 유려하고 환상적이라서 동화같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그가 실제로 경험한 것, 행동한 것에서 직접 보고 들은 정수가 녹아있는 느낌이라고도 전했다. 그는 내 말에 감동한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앙드레 지드의 찬사만큼이나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실제 비행을 하며 고독과 죽음에 맞서 싸우지 않았다면, 사회생활을 하며 성격이 제각각인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비행 전 연인이 무사 귀환을 기도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야간비행' 속 파비엥과 그의 아내도, '어린 왕자' 속 다양한 행성에 사는 인물들도 탄생할 수 없었을 거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 사이 어느새 해가 금빛을 내뿜으며 무너지더니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져 하나가 되었다. 밤이 오고 별이 떴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는 파비엥처럼 별들에 에워싸인 채 영원히 어두운 밤하늘에 머물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는 이제 어둠 속에 포위되어 고독과 죽음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비행하지 않고도 세상을 훤히 볼 수 있는 죽음보다 높은 시야를 가지게 된 것을. 그는 밤이 무섭지 않으면 내게 별구경을 가자고 했다. 나는 야간 비행 조종사 옆인데 두려울 것이 무엇이겠냐며 흔쾌히 숙소 밖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