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7. 늦은 6월 일기

by 혜인


6월, 남편의 생일이 있는 달이자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 어느새 절반이나 흘렀다. 6월이 끝나면 한 해도 절반을 산 것이다. 유월, 이름도 좋다. 아이 생각은 별로 없지만 아이를 낳으면 유월, 여름, 연두, 이런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글로벌 시대에 부르기 어려운 이름 같아서 망설여진다. 이건 계획이 생기거든 다시 집요하게 검토해봐야지.


봄보다 한껏 가벼운 옷차림이 정말 좋다. 부피가 작은 밝은 색의 옷들이 차곡차곡 옷장 안에 걸려있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가뿐하다. 우중충하고 뚱뚱한 겨울 옷은 정말 싫어. 어느새 어깨까지 자란 머리를 다시 기를까 하다가 아주 짧게 잘랐다. 옛날 사진 속 긴 머리를 한 내 모습이 역시 더 예쁘다 생각하긴 하지만, 올해는 그냥 이렇게 단발로 지내보련다.


선풍기를 꺼냈고 에어컨도 켰다. 어느새 조금의 더위도 참을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 되어버린 우리들. 어릴 땐 페트병에 물 얼려 수건에 둘둘 말아 안고 잤는데. 엄마가 여름이면 대나무 매트를 꺼내어 침대 위에 깔아줬는데. 학교에도 선풍기뿐이었고 버스도 참 더웠던 시간을 분명 지냈는데.. 편리라는 개념 하에 인간은 또 지구를 얼마나 덥게 만들었는지. 그 대가는 누가 달게 받게 될지 모르겠다. 에어컨을 약하게 틀고 요가를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라 불편해져서, 에어컨을 껐다.


항상 두꺼운 털옷을 입고 있는 도토리와의 첫 본격적 여름. 이 여름의 시작이 기쁜 나만큼 너도 우리와의 여름이 즐겁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