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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Aug 25. 2021

변화의 시대, 변화하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다정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님 강의를 듣고


회사에서 김상욱 교수님 zoom 강의가 있어서 백신 휴가 중이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들었다. <변화의 시대, 변화하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는데 지루할 틈 없이 재밌었다.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며 필연적으로 스트레스와 공포,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변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전달받은 것 같다. 기후위기와 생태계, 코로나19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큰 울림이 있었다.


강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부자연스러운 변화의 시대에, 훨씬 자명하고 훨씬 중요한 ‘변하지 않는 것’ 그리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고민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


※ 아래 내용은 김상욱 교수님 강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1. '변화'에 대하여

‘변화’라는 것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결코 보편적인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와 큰 변화 없는 인생을 살았다. 지금의 엄청난 빠른 변화는 불과 최근 150년 안의 일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변화에 대한 강박을 갖게 되었다. 인간은 5,000여 년 간 변화하지 않았는데,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가 알고 있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학기술은, 그것이 만들어질 단계에서는 누구도 나중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인터넷은 본래 핵폭탄이 터졌을 때 정보를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정보를 자유롭게 교환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역사적으로 인터넷이 발전해오는 모든 단계에서 인터넷은 포르노 사이트로 많이 이용되는 뜻밖의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핵무기를 만들다가 발견하게 된 플라스틱이 전 지구를 덮고도 남을 정도로 많이 이용되어 썩지도 않는 쓰레기를 초래할 줄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다. 아무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과학자 중 누군가 미래를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멀리하고, 경계해야 한다.



2.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전략은 변하지 않는 것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5년 후나 10년 후 무엇이 변할 것인지는 묻지만, 무엇이 변하지 않을 것인지는 묻지 않는다. ㅡ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1) 코딩, 인공지능보다 수학과 물리학을

예측할  없는 변화 대신 우리는 ‘변하지 않는  집중해야 한다. 역사, 철학, 예술,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수학, 물리.. 변하지 않는 것들은 오히려 자명하다.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인간은 철학을 공부하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릴 것이다. 수많은 학자들은 매일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다. 어떤 종류의 산업혁명이 와도 수학과 물리는 사용하게 된다.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분명한 자신의 입장이 있다면 예측이 어려운 변화가 일어났을  적절하고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2) COVID-19 상황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중요한 교훈은, 바이러스를 우리가 박멸시키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구 상의 핵전쟁으로 많은 생물이 사라져고 바이러스는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바이러스는 어디에나 있는 지구의 진정한 주인이다. 바이러스와 균의 창궐은 인류 역사에 매우 흔한 일이었고, 21세기의 아주 독특한 재앙이 아니다. 중세 페스트와 스페인 독감 등 인류 역사의 많은 재앙은 균과 바이러스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가 코로나19에 무력함을 느끼지만, 어쩌면 바이러스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과거와 대비하여 지금이야 말로, 이 과학 기술의 엄청난 힘을 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유는 있다. 자연을 계속 개간해왔고, 고밀도로 도시를 구성해서 살고 있으며, 이동이 자유로워져 전염이 빠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지구 상의 대형 포유류의 99%는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뿐이고, 과밀한 공장식 축산을 하고 있다. 바이러스에게 인간과 가축은 공격하기 쉬운 새로운 거대 시장인 것이다. 이대로 가면 주기적 바이러스의 창궐은 막을 수 없고, 유일한 대응은 100년간 그 효능이 확인된 백신뿐이다.


3)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는 변하지 않는 사실

또 한 가지 중요한 변하지 않는 사실은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가 연결되어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꾸만 이 사실을 잊어버리고,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으로 나누고자 한다. 이는 아주 좋지 않은 이분법이다. 인간은 동물 중 하나에 불과하다. 동물과 식물은 복잡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마시는 산소는 식물이 만든 것이고, 산소를 들이마셔서 나온 이산화탄소가 식물의 영양소가 된다. 식물과 동물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네트워크를 잊지 않고, 서로 아끼고 잘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몇 종류 되지 않는 생물종에 의존하고 있다. 인류가 크게 의존하는 10여 가지의 곡물과 가축이 바이러스의 창궐로 전멸한다면 인류는 지속하기 어렵다. 만일 인간이 다 멸종해도 이 식물과 동물의 네트워크는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인간은 최상위 포식자이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인간은 지구 생명의 네트워크에서 별 의미가 없는 생물종이며, 대단치 않은 존재다.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기는 그 어느 때보다 인간에게 조건이 잘 맞아있는 시기다. 한반도가 빙하로 가득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놀랍게도 12,000년부터 식물을 작황 시킬 수 있는 온난한 기후가 유지되고 있다. 신석기 혁명으로 인한 농업의 시작은 우연이 아니다. 이 좋은 자연의 시기를, 인간이 스스로 행동을 통해 온도를 바꾸고 있다.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에, 기온이 2~3도 정도 올라갔을 때 어떤 일이 올진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기후 위기에 대한 논쟁은 이미 끝났고, 극단적인 조치를 취해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현재 과학자들의 입장이다.


사람이 새와 함께 사는 법은 새를 새장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키우는 일이다. -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지구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고, 우리를 위해 태어나고 죽어나는 가축과 함께 공존하는 것을 안다면 세상을 보는 방법이 바뀌지 않을까.



3. '변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하여

원자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얻어낼 수 있는 인문학적 함의는 ‘세상에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만물이 원자로 되어 있고, 세상 모든 일은 원자들이 모여있다 흩어질 뿐이라면 우리의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을 믿는 능력’ 이 인류 발전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돈, 정의, 행복, 사랑, 주식회사, 대한민국... 도 실재하지 않는 상상의 실체라는 것은 조금 섬뜩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공동의 가치를 갖고 소속할 수 있는 상상과 믿음 덕분에, 작은 집단의 상호작용에 머무르는 침팬지와 달리 대규모 공동체 사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류 공동체를 지탱하는 여러 가지 상상 중, 가장 중요한  ‘변하지 말아야 할’ 상상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상상이다. 신기술이 만들어져 경제적이고, 합리적이고, 편안한 그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믿음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과학 기술은 그것이 도입될 때 어떤 미래가 올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장밋빛 미래만을 확실하는 사람은 그 기술을 소유한 소수의 사람과, 그 기술로 이득을 벌 사람이다. 과학 기술로 올 미래를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저항하는 이들에게 도태될 것이라는 공포감을 심어주는 사람들은 어떤 미래가 올지 정작 모르고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다.


과학기술로 인한 이익을 어떻게 분배하느냐 역시 중요하다. 산업혁명에서 얻은 이익을 자본가들이 나누지 않았고, 이에 노동자 계급의 공산주의 혁명이 시작되었다. 긴 전쟁과 상실의 역사를 거쳐서야 복지 국가가 탄생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이득을 그 기술을 소유한 사람만이 독식한다는 것 역시 하나의 '상상'에 불과하다. 모두가 나눠가질 수 있다는 상상도 가능하며, 이익의 배분에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합의가 필요하다.  이때의 합의에서도 경제성, 효율성, 그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가치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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