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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Aug 23. 2021

광활한 우주에서 이 삶이 기적이 아니면 무엇일까

칼 세이건 <코스모스>를 읽고



우주가 탄생한 아주 오래전 시간으로부터, 무수한 우연과 우연이 계속 중첩되어 지금의 내가 여기에 있다. 만일 단 한 가지 우연이라도 과거와 달랐다면, 그것이 아주 사소하고 보잘것없을지라도 지구에서 지적 생명체는 현재의 우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주에 높은 가능성으로 존재할 외계 생명도 상상할 수 없는 형태일 것이라고 칼 세이건은 말한다. 인류는 여기 지구에만 존재한다.  


막스 에르만이  것으로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구절이 생각났다. “너는 우주의 자식이다.  점에선 나무와 별들과 다르지 않다.  이곳에 있을 권리가 있다.”


나 역시 우주의 유일무이한 자식이다. ‘삶이 기적이다’는 말은 아주 종교적이거나 개인적인 주장처럼 느껴졌는데, <코스모스>를 통해 이 말이 아주 과학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 모습으로 지금 이 자리에 살아 숨 쉴 수 있는 그 자체가 기적이고 운명이라는 것. 줄곧 인생에 삐딱한 염세주의로 살아왔던 나인데 이렇게 한번 깨닫는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우주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그중의 티끌에 불과한 우리의 행성 지구, 그리고 그 속의 일개 미물과 다름없는 우리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코스모스적 관점에서 보면 오늘의 내 감정을 뒤흔든 큰 사건들과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들은 너무나 사소해 보인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로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무의미하고 하찮아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큰 위안을 주고, 또 이 광활한 우주에서 알게 된 인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인류가 오래전부터 하늘을 바라보고 살아온 것, 그리고 과학 발전과 우주 탐사의 업적의 위대함에 대해 새롭게 공감할 수 있었다. 여전히 내게 과학이란 재미없고 알 수 없는 대상이지만, 과학이 인류에게 미래를 향한 가능성을 넘어, 감동을 전하고 내면의 본질을 알게 해 주는 학문이라는 것을 느꼈다. 과학 지식에 대해서는 태반을 이해하지 못하고, 읽다가 몇 번을 잠에 들고, 후루룩 건너뛴 단락들도 있다. 과학이 낯설고 어려운 내게도 이토록 아름다웠는데 잘 알면 얼마나 재밌고 감동적 일지 그 부분이 스스로에게 못내 아쉽다.


+ 오랜 벗이 선물해준 책

+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아내 앤 드루얀에게 바치는 첫 문장과, 칼 세이건이 떠나고 앤이 쓴 서문

+ 디즈니+가 론칭하면 TV시리즈 코스모스에 도전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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