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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Aug 09. 2021

2020 도쿄 올림픽에 대한 생각들

스포츠 알못이 처음 집중해서 본 올림픽에 대해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스포츠에 정말 무관심하게 살아온 나는, 2002년 월드컵을 제외하고는 큰 스포츠 이벤트를 본 적이 없는데 (평창마저도), 이번 도쿄 올림픽은 무척 즐겁게 챙겨보았다.


그동안 왜 스포츠에 관심이 없었을까, 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먼저 내가 플레이어로서 스포츠를 즐겨본 일이 없어서가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체육시간이 가장 싫었고, 자유시간에 주어지는 피구와 발야구 경기에서도 공이 무서워 피하기 일쑤였다. 운동장은 대부분 남자애들의 축구장으로 쓰였다. 다양한 생활 체육을 어릴 때부터 했더라면, 땀 흘리는 즐거움과 함께 성장했더라면 좀 더 일찍 올림픽을 즐기지 않았을까.


또, 몸을 다치면서까지 하는 스포츠의 목적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0.1초의 기록 단축이 인류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 걸까 싶었다. 올림픽보다는 올림픽의 어두운 이면에 더 관심이 갔었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경기를 집중해서 보다 보니, 인간 개개인의 이야기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포츠라는 큰 주제가 한 사람의 일생으로 바뀌어 와닿은 것이다. 뻔하지만 수많은 시간 목표를 위해 정진한 개인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나태하게 지내고 있는 나를 반성하게 했다. 기록과 메달과 같은 성과를 떠나 과정과 노력의 가치를 다시 한번 느꼈다.


이명박근혜 정부로 20대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지라 그간 국가 간 행사인 올림픽에 더 회의적이었던 것도 같다.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달고 살고, 진지하게 이민을 고려했던 때라 도무지 애국심이 솟아오르지 않았던 것. 지금은 여러 가지로 이 나라 국민이라는 것이 충분히 좋아서인지, 이번 올림픽에선 애국심을 자극하는 여러 연출들에 기분 좋게 녹아들었다. 작은 나라에서 멋진 기량을 선보이는 선수가 이렇게 많다는 데에 자부심도 듬뿍 느꼈다.


무엇보다 다양한 여성 선수들의 활약이 너무 좋았다. (사실 여성 경기 위주로 봄) 어떤 이의 트윗 그대로,  ‘사회적 여성성을 수행하지 않는 여성들’을 마음껏 본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해지고 기쁜 일이었다. “무엇을 입을지는 우리가 정한다” 며 노출 없는 유니폼을 입은 독일 체조팀의 행보도 멋졌다. 스포츠계 성 평등은 아직 갈 길이 멀고, 특히 안산 선수의 헤어스타일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논란으로 국제적 망신도 당했지만 그 안에서 더욱 강한 여성의 연대를 느꼈다.


여전히 일부 나라에서 어린아이들을 체제 유지를 위한 메달 기계로 키워내는 관행이나, 올림픽 경기장으로 인한 재개발과 환경오염에는 무척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올림픽은 다시 심각해진 팬데믹으로 인해 지치고 무기력한 여름의 큰 활력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왜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사랑하는지 공감할 수 있게 된 좋은 계기였다. 막을 내리자마자 마침 날씨도 선선해져서 마치 한여름의 꿈이었던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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