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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Oct 31. 2021

2021년에 읽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가장 좋은 책




왜인지 모르게 이 책을 읽는 동안 누가 볼까 봐 표지가 안 보이도록 뒤집어 덮어두곤 했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북 스터디를 하는 다른 세 사람도 똑같이 그랬다고 해서 재밌었다. 도대체 어떤 모임이길래 그런 책을 읽느냐는 질문을 받은 친구도 있었는데, ‘공산당’이라는 단어에 얼마나 깊은 편견과 오해가 존재하는지 새삼 실감했다. 정작 <공산당 선언>을 읽어보니 너무나 냉철한 분석과 비판, 간결하고 힘 있는 문장들에 놀라게 된다. 지금도 가슴을 뛰게 하는데 19세기의 방직공이 이 선언문을 접했다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애석하게도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이 제대로 실현된 공산주의 사회를 역사적으로 한 번도 경험해볼 수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한마디로 마르크스가 제시한 공산주의는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정말 실패한 걸까? 마르크스가 사회 개혁을 위해 주장한 10가지 방책 중 상당수가 (누진세, 무상교육, 국립은행 등)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다. 역설적으로 지금의 자본주의의 많은 부분은 마르크스에게 빚을 진 셈이다.


낡은 사상을 담은 <공산당 선언> 지금 읽는 이유는,  공산주의가 실패했는가를 분석하는 것에 있지 않다. 오히려 누구보다 자본주의를 인간 해방의 측면에서 분석하고 꿰뚫어  마르크스를 통해 우리가 너무나 당연히 여기고 있는 자본주의의 기제를 명확히 들여다보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슬프지만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 비판한 자본주의의 본질과 문제점은 여전히 너무나 유효해 반박할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때보다 훨씬  교묘하고 천박해진  같기도 하다.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 명의 노동자로서, 나의 일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많이 슬프고 씁쓸했다. 프롤레타리아트로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나의 노동의 본질을 조금 더 세상에 무해한 쪽으로 바꿔나가야겠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했다. 최소한 그 천박함을 가속화하는 일로부터는 단계적으로 멀어져 보기로. 또 소비자로서 주체의식을 갖고, 유행과 맹목적 소비의 흐름에 덜 휩쓸리겠노라는 어려운 다짐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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