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개 데리고 오시면 안 되는데.”
“안고 있어도 안 돼요?”
“네, 종이를 다루는 곳이라서요.”
오늘은 연차. 배우자가 부탁한 제본 심부름을 위해 인쇄소 문을 열자마자 들은 말. 요즘 유럽에 사는 이들의 일상 브이로그를 너무 많이 봤던 게 탈이었을까. 카페건, 식당이건, 대중교통이건 어디든 함께하는 반려견 친화적 문화는 우리 것이 아니었는데. 원래 이런 세상이었다는 것을 잠시 깜빡했다. 나는 왜 굳이 토리를 데려가서 이런 면박을 받고 있나. 싫다면 피해 줘야지. 즉각 수긍하고 가게를 나섰지만 마음 한편은 쓰렸다.
이틀간 잠을 제대로 못 잔 나를 위해 좋은 커피를 한 잔 사주고 싶었다. 마침 동네에서 유일하게 강아지를 받아주면서 커피 맛까지 훌륭해 가끔 찾는 카페가 바로 옆에 있었다. 왠지 망설여졌다. 내 옷에 붙은 개털이 신경 쓰였고, 그곳 손님들이 또 싫어하면 어떡하나 걱정됐다. 그냥 집에 갈까, 사람이 좀 빠질 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용기를 내서 들어갔다.
그리고 카페에 간 건 오늘 내가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되었다. 바리스타들은 언제나처럼 토리를 예뻐해 주었다. 물그릇도 주고, 심지어 토리가 편안히 있을 수 있도록 의자도 치워준 데다 안전문 조심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사진 찍어도 되냐는 견주로서는 가장 듣기 좋은 칭찬과 함께. 무척 감사했는데, 혹시 누군가 신고할까 봐 차마 어디라고 밝힐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