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가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

by 혜인

토리가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 아직 1기 수준이고, 지금 토리의 세상은 선명하다고 한다. 수술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 추적 관찰을 하며 진행 속도를 지켜보기로 했다. 산책 시 자외선을 조심할 것, 영양제를 먹일 것, 그리고 6개월 뒤에 다시 검사를 받으러 갈 것이다. 심하게 진행된 게 아니라 안도했지만, 사진 속 확대된 토리의 오른쪽 동공에 핀 하얀 깃털이 계속 마음에 맴돈다. 이대로 멈추길 바라지만, 언젠가는 더 나빠질지도 모른다.


많아 봤자 만 5세인데 백내장이라니. 너무 놀랐지만, 큰일 앞에서 오히려 차분해지는 내 마음을 보았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그래도 감사한 일이다. 결막염으로 방문한 동네 병원에서 예상치 못한 질환을 발견해 주었고, 근처에 마침 유명한 안과 전문 병원이 있었다. 초진은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곳인데, 운 좋게 취소 자리가 나서 바로 예약할 수 있었다.


간병, 돌봄 같은 것은 나의 세계에는 없던 것인데, 토리를 통해 비로소 배우게 되는 걸까. 이 길의 끝이 어디일지, 그 과정에 어떤 아픔이 있을지 나는 아직 모른다. 그저 묵묵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건 이제 알겠다. 강아지를 보낸 경험이 있는 준원은 “토리를 키우기로 했을 때 이런 순간들을 각오했잖아.”라며 위로를 건넸다. 맞아, 우리 분명 각오했었는데. 하지만 애당초 질병 앞에 충분한 각오 같은 건 없으며, 그저 다 오만이었음을 깨닫는다.


이럴 땐 토리가 동물이고 나는 사람인 게 좀 슬프다. 더 정교한 언어로 괜찮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너를 사랑하고 있고 책임질 거라고. 그렇게도 싫어하는 병원에 종종 데려가야 하는 우리를 이해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한편으로 토리가 개라서 다행이다. 생각과 걱정에 빠져 있는 건 우리 인간뿐, 토리는 금세 다시 간식과 산책에 즐거워하고 나의 손길을 갈구한다. 현명한 내 동물 친구는 이 순간 잡을 수 있는 행복을 취하며 내게 또 인생을 가르쳐준다.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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