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목인 <직업으로서의 음악가>를 읽고
나는 ‘노래’ 란 하고 싶은 말을 운율 위에 얹어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멜로디나 가창력보다는 가사가 좋은 노래를 좋아한다. 물론 노래와의 첫 느낌을 결정하는 건 듣자마자 청각으로 느껴지는 멜로디지만, 노래와 사랑에 빠지게 하는 건 마음에 와 닿는 가사다. 그래서 무엇보다 노랫말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고, 가사를 직접 쓰는 가수의 노래를 좋아한다. 같은 이유로 합송은 별로 즐겨 듣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 중엔 잔잔한 밴드가 많은데 일상적이며 공감할 수 있는 가사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나와 똑 닮은 생각의 노랫말을 듣고 너무 좋아서 한 때 김목인의 노래를 한참 들었았다. 얼마 전 , 그의 공연에 오랜만에 다녀와 다시금 빠져들었다. 그 사이에 발간된 책도 구매했다.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 어느 싱어송라이터의 일 년>이라는 책이다. 김목인의 이력은 조금 특이한데 그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곡가이자 밴드 일원이다. 또 책을 낸 작가이자 여려 외서의 번역가이기도 하다. 책은 넓고 다양한 ‘음악가’라는 직업군 속, 인디 포크 뮤직을 하는 싱어송라이터의 삶을 소탈하고 유익하게 전해준다. 공연, 작곡, 음반 작업 등 싱어송라이터의 일상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가사를 쓰게 된 엉뚱한 사연이나 특이했던 공연에서의 우여곡절도 중간중간 소개되어 참 재밌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꿈은 옷을 갈아입는다>라는 짧은 글이다. 그가 어떻게 음악 하는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바로 이 독후감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김목인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고 한다. 그의 꿈이 발명가인 때도 있었고, 긴 시간 영화감독이 꿈인 줄 알고 지냈다고 한다. 처음 작곡을 한 것은 25세가 넘어서였다. 그때 그는 발명가나 영화감독이라는 옷을 입고 있었던 자신의 꿈이, 그제야 진짜 자기 옷을 입고 나타났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옷을 갈아입는 그 꿈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일이라고.
내 꿈은 지금 무슨 옷을 입고 있을까.
그의 노래로는 덴마크의 경제 공동체 스반홀름을 경험하고 쓴 ‘스반홀름’ 과 꿈속같은 ‘꿈의 가로수길’ 그리고 정말 내 마음같은 ‘불편한 식탁’ 을 추천한다. 노랫말이 정말 좋다.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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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 제대로 작곡을 해보려고 책상에 앉아 노래를 써보기 시작한 것이 그렇게 25살이 넘어서였다. 그때 알았다. 나로 하여금 그 모든 준비를 하게 했던 것이 <음악>이었다는 것을. 음악은 내게 그런 먼 길을 돌아오게 해 놓고 그사이 서울에 인디 신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몇몇 선구자들이 클럽 공연을 개척했고, 인디 레이블들을 설립해 두었다.
몇 년 뒤 홍대 인근에서 일하고 활동하며 나는 천천히 인디 씬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자리 잡아갔다. 영화를 다시 해볼 생각은 없냐고 하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원래 이걸 하려던 것이었는데, 그때는 영화인 줄 알았다고.
그러니 어린아이에게 뭘 하고 싶으냐고, 직업으로 골라 보라는 게 얼마나 공허한 일인지 어른들은 한 번쯤 생각해 보길 권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계속 옷을 갈아입는 꿈이 뭔지를 자신이 알아보는 것이다.” - 110~1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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