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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Apr 23. 2021

045. 내 꿈은 지금 어떤 옷을 입었나

김목인 <직업으로서의 음악가>를 읽고


나는 ‘노래’ 란 하고 싶은 말을 운율 위에 얹어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멜로디나 가창력보다는 가사가 좋은 노래를 좋아한다. 물론 노래와의 첫 느낌을 결정하는 건 듣자마자 청각으로 느껴지는 멜로디지만, 노래와 사랑에 빠지게 하는 건 마음에 와 닿는 가사다. 그래서 무엇보다 노랫말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고, 가사를 직접 쓰는 가수의 노래를 좋아한다. 같은 이유로 합송은 별로 즐겨 듣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 중엔 잔잔한 밴드가 많은데 일상적이며 공감할 수 있는 가사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나와 똑 닮은 생각의 노랫말을 듣고 너무 좋아서 한 때 김목인의 노래를 한참 들었았다. 얼마 전 , 그의 공연에 오랜만에 다녀와 다시금 빠져들었다. 그 사이에 발간된 책도 구매했다.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 어느 싱어송라이터의 일 년>이라는 책이다. 김목인의 이력은 조금 특이한데 그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곡가이자 밴드 일원이다. 또 책을 낸 작가이자 여려 외서의 번역가이기도 하다. 책은 넓고 다양한 ‘음악가’라는 직업군 속, 인디 포크 뮤직을 하는 싱어송라이터의 삶을 소탈하고 유익하게 전해준다. 공연, 작곡, 음반 작업 등 싱어송라이터의 일상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가사를 쓰게 된 엉뚱한 사연이나 특이했던 공연에서의 우여곡절도 중간중간 소개되어 참 재밌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꿈은 옷을 갈아입는다>라는 짧은 글이다. 그가 어떻게 음악 하는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바로 이 독후감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김목인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고 한다. 그의 꿈이 발명가인 때도 있었고, 긴 시간 영화감독이 꿈인 줄 알고 지냈다고 한다. 처음 작곡을 한 것은 25세가 넘어서였다. 그때 그는 발명가나 영화감독이라는 옷을 입고 있었던 자신의 꿈이, 그제야 진짜 자기 옷을 입고 나타났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옷을 갈아입는 그 꿈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일이라고.


내 꿈은 지금 무슨 옷을 입고 있을까.


그의 노래로는 덴마크의 경제 공동체 스반홀름을 경험하고 쓴 ‘스반홀름과 꿈속같은 ‘꿈의 가로수길’ 그리고 정말 내 마음같은 ‘불편한 식탁’ 을 추천한다. 노랫말이 정말 좋다.


2020년 7월



집에  제대로 작곡을 해보려고 책상에 앉아 노래를 써보기 시작한 것이 그렇게 25살이 넘어서였다. 그때 알았다. 나로 하여금  모든 준비를 하게 했던 것이 <음악>이었다는 것을. 음악은 내게 그런  길을 돌아오게 해 놓고 그사이 서울에 인디 신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몇몇 선구자들이 클럽 공연을 개척했고, 인디 레이블들을 설립해 두었다.

   홍대 인근에서 일하고 활동하며 나는 천천히 인디 씬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자리 잡아갔다. 영화를 다시 해볼 생각은 없냐고 하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원래 이걸 하려던 것이었는데, 그때는 영화인  알았다고.

그러니 어린아이에게  하고 싶으냐고, 직업으로 골라 보라는  얼마나 공허한 일인지 어른들은  번쯤 생각해 보길 권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계속 옷을 갈아입는 꿈이 뭔지를 자신이 알아보는 것이다.” - 110~1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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