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연락하길 잘했어
여름 냄새가 나서, 문득 학교 다니던 때가 생각났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부채질을 하며 언제 하복을 입게 해 줄 거냐고 투덜대던 그때. 그리고 평소에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떠올랐다.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지만 기억에 남는 건 중학교 때 한 분, 고등학교 때 한 분이 전부다. 겉으론 말 잘 듣는 학생이었지만 속은 엉망진창이었던 나는, 선생님을 찾아가 울면서 별 이상한 이야길 다 했던 것 같다. 직장인이 되어 지금 생각해보면, 업무 외 시간에 학생이 징징대는 걸 받아주는 일은 결코 유쾌하지 않을 것 같은데, 두 선생님은 그 어려운 걸 기꺼이 해주셨다.
선생님께는 업무 처리였을지라도, 어린 나는 정말로 진심을 받았었다. 그리고 나는 덕분에 그 뿌옇던 시간을 지나 지금 그럭저럭 씩씩하게 잘 사는 어른이 되어있다. 살면서 선생님들이 가끔 생각나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대학생이 된 후로는 거의 연락을 드리지 못했다. 귀찮지 않을까 하는 쉬운 핑계도 있었고, 그 창피한 어린 날들을 돌아보기가 부끄럽기도 했다.
뜬금없지만 오늘 갑자기 두 분께 연락을 드렸다. 수년만에 난데없이 연락을 드려 기억을 못 하실까 했는데 모두 기억이 난다고, 연락해줘서 고맙다는 답변을 받았다. 내가 어릴 때부터 선생님은 한참 나이 많은 어른이었는데 지금은 얼마나 더 어른일까. 나 이제 서른한 살인데, 선생님께는 여전히 학생인가 보다. 그냥 안부 인사 전한 건데, 그것도 몇 년만인데 다시 교복 입던 그때처럼 진심을 전해받았다. 사실 이건 오늘의 작은 자랑.
“혜인이가 오늘 선생님에게 행복을 선물했다”
“이렇게 기억을 해주니 감사 감사”
“똑 부러지는 혜인이 잘 살 줄 알았지”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 만으로도 고마워”
“학생일 때처럼 너무 열심히 살지 말고. 지나고 보니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
“넌 뭘 해도 잘한다. 10년 전에도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