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7. MBTI 테스트의 순기능

MBTI 과몰입 2년째, 내가 MBTI를 좋아하는 이유

by 혜인



결혼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된 중요한 사실 중 하나가, ‘이해’와 ‘공감’ 은 다르다는 것이다. 남편과 대화를 하던 중 남편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을 한 사람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다고 해서 무지 놀랬던 기억이 난다. 그때 깨달았다. 세상엔 그게 가능한 사람들이 있는 거구나. 맞다. 나는 MBTI의 판단 유형이 ‘사고형(T)’인 사람이고, ‘공감형(F)’인 남편과 살고 있다.


MBTI 테스트와 각종 밈이 유행하며 나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MBTI에 빠져있다. 머리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 가슴으로 공감할 수 없는 나는, 살면서 사람 관계가 정말 어려웠다. 이해를 하고 싶어도 어느 순간 납득이 안 되는 타인의 행동을 보면 불편해서 마음이 저절로 닫혔다. 그런데 MBTI 테스트는, 개개인이 이상한 게 아니라 하나의 성격 유형 중 하나라는 것을 척도에 따라 ‘설명’ 해준다. 그리고 그 설명이 소름 돋게 잘 맞고, 끝없이 만들어지는 방대한 밈도 재밌다. MBTI는 공감 능력이 좀 부족한 내게 타인을 훨씬 잘 이해하도록 돕는 도구다.


남편과 우리 둘 사이에서 있었던 고질적인 갈등의 원인은 남편이 감정형(F)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사고형(T)이라는 데에 있었다. 나는 불편한 상황에서 해결을 원하고, 남편은 공감과 정서적 위로를 원한다. 알고 있었던 부분이긴 하지만 확실히 MBTI에 빠진 이후에 남편에게 칭찬, 감사와 같은 긍정적인 감정의 표현을 자주 하려 노력하게 되었다. 인식형(P)인 친구는 규칙에 얽매이는 것이 스트레스일 수 있겠구나 이해하게 되고, 감각형(S)인 동료는 나의 뜬구름 잡는 공상 이야기가 별로 와 닿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융통성이라곤 없는 성격인데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더 넓어졌다. MBTI의 순기능이다.


또한 나 자신을 한 단계 더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나는 오랜 시간 내 성격을 지독하게 이상하고 못났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타인도 이해가 안 가고, 스스로는 맘에 안 들고 하니 참 피곤한 성격이긴 하다. 그런데, 어쨌든 이렇게 모난 나 역시 16가지 성격 유형 중 하나이고,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일정 비율로 꽤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이 유형을 의외로 좋아하고 귀여워해 주곤 하는 유형들이 있다는 것도. 그래서 나와 같은 성격 유형의 사람들이 쓴 글들을 일부러 종종 찾아보곤 하는데 기분이 좋아진다. 아주 싫다고만 여겼던 내 성격에 조금은 애정이 더 생겼다.


물론 MBTI의 성격 유행을 너무 맹신해서는 안된다고 자주 생각하려 한다. 언제까지나 제삼자가 아닌 스스로가 판단해 응답하는 테스트이기에,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으면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이건 정말 MBTI의 맹점이다. MBTI보다 중요한 건 결국 인성이라는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MBTI는 인성을 나타내 주지 않는데, 각 성격 유형을 인성과 연결 지어 고정관념을 갖고 사람을 바라보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맹신은 조심하되, 재미있고 유용한 도구로서 나는 앞으로 조금은 더 MBTI 테스트에 빠져있을 것 같다. MBTI를 좋아하는 사람은 눈치챘겠지만, 이런 나는 INTJ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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