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내 일이 천박하게 느껴지곤 한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지만, 나는 이따금 내 일이 천박하게 느껴지곤 한다. 소비재 브랜드 마케터라는 직업은 대학생이던 내게 아주 화려하고 짜릿해 보이는 일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런 순간들이 있고, 대체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때로는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가끔은 굳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온갖 이미지와 문장들, 피곤한 광고를 통해 구매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이 일이 과연 좋은 일인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직장에서 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내 제품을 사도록 만들었는지를 지표 삼아 평가받는다. 썩지도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많이도 만들어 팔았다는 것으로. 그걸 위해 부단히 애썼다는 것으로. 지금이야 유통사에 있지만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산업 자체가 외모지상주의 서있다는 생각으로 종종 힘들었다.
의미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사람은 그래서 계속 다른 직업을 기웃거려본다. 어딜 가나 있는 사무직 직장인만 아니면 다 멋지고 의미 있어 보이는 병에 걸린 것만 같다. 철학을 담은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웨딩이 너무 좋은 웨딩 플래너, 요가를 나누는 요가 선생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매거진을 만드는 에디터, 사진 찍으며 틈틈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사진가. 예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이 일이 만족스러우신가요, 멋진 일을 하시네요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면 모두 나름의 고충과 스트레스가 있다고들 한다. 취미로 하는 일이면 모르지만 생계랑 연결이 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그래도 나는 재벌을 위해 일하지 않는 사람들, 철학을 가진 일을 하는 직업인들을 여전히 동경하곤 한다.
첫 번째 회사를 떠날 때 누군가가 해준 말이, 난 어디에서도 만족하지 못할 성격이라는 것이었다. 칭찬과는 거리가 먼 얘기인데, 나를 많이 좋게 봐준 분이 해준 진심 어린 농담이어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난 어디에 가도 무언가를 빌미로 불만족스럽다며 툴툴대고 다시 직업의 의미를 고민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요즘엔 자꾸 옳은 일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조금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 조금은 더 떳떳하고, 단순하지만 깊은 직업 철학을 가질 수 있는 일. 진짜로 고민해봐야 하는 것은 내가 가치관을 좇는 대신 다른 많은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