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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ish Dec 05. 2018

반려견 질병, 몰랐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반려인의 눈으로 쓰고 만든 책 ‘반려견 증상 상식 사전’

“반려견과 함께 살면서 언제 가장 마음이 아프셨나요? 저희는 반려견의 질병 증상을 빨리 알아채지 못해 뒤늦게 병원에 데려갔을 때 가장 미안하고 속상했습니다.” 


“수의사가 되어 진료를 보면서 ‘조금만 더 빨리 아이가 아픈 걸 알아채셨다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반려인으로, 수의사로, 아픈 동물을 대하며 겪었던 답답하고 속상했던 경험을 더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한 권의 책에 모았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에서 안과 전임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김보윤 수의사(27)가 쓰고 벤처 네트워크 ‘우주와 아이’가 기획한 책 ‘반려견 증상 상식 사전’은 ‘증상’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저자와 기획자들은 모두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반려인이기도 하다. 대학생 3명이 모인 우주와 아이는 반려인구 증가로 반려동물 질병 관련 출간물이 다양해졌지만, 일반인 입장에서는 너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반려견 소변이 평소와 색이 다를 때, 갑자기 밥을 많이 먹거나 적게 먹을 때, 좋아하던 산책을 나가기 싫어할 때 어떤 자료를 찾아야할지 막막했다. 병명을 몰라도 어디가 아픈지 찾아볼 수 있는 책은 없을까. 책을 쓴 김보윤 수의사를 만나 1년 여 간의 책 작업기를 들어봤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기획하고 쓴 책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출간 전 온라인 펀딩도 성공적이었다고. 어떤 점이 사람들의 가려운 점을 긁었다고 생각하나.

 “13살 된 리트리버를 부모님 댁에서 키우고 있다. 수의사가 되기 전 그 친구를 키울 때, 그리고 수의과 대학생이 되어서도 동물의 질병을 설명한 책들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키우는 개가 어디가 아픈 것 같다, 안 좋은 것 같다 하는 증상을 알고 질병을 찾아가는 건데, 질병을 알고 증상을 보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데 책 대부분이 질병 중심으로 정리가 돼 있고 전문 용어가 많아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이번 책 작업을 하면서 나도 보호자 입장에서 쉽게 쓴다고 썼는데도, 기획자들이 더 풀어써 달라, 쉽게 설명해 달라 요구하는 부분이 많았다.”


네 마리 동물과 함께 사는데, 수의사가 되기 전과 후에 동물의 건강 상태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나. 

“리트리버 삼순이를 키울 때는 처음 키우는 개이기도 하고, 가족 모두 잘 몰랐다. 다행히 노령견으로 청력이 좀 떨어지는 것 빼고는 건강하게 잘 살고 있지만 지금 2살인 백구에 비하면 몇 살에 무엇이 필요하고, 몇 개월 때는 어떤 부분을 확인하고 관리해줘야 하는지를 모르긴 했다.”


‘반려견 증상 상식 사전’에 이어 기획자들이 다른 필자와 함께 반려묘 증상에 관한 책을 기획 중이라고 하는데, 개와 고양이의 질병이 많이 다른가.

“동물병원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고양이를 작은 개로 취급하지 말라는 거다. 개와 고양이의 질병이 같은 것도 많지만 다른 것도 굉장히 많다. 고양이는 개와 종이 다르고 성향도 다르기 때문에 잘 걸리는 질환도 다르다. 스트레스에 민감한 동물이라 허피스 바이러스 등 스트레스성 질환에 자주 노출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위험한 질병이 다르고, 병의 깊이, 증상의 정도도 차이가 난다.” 


낮에는 병원에서 일하며 책을 쓰는 일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책은 지난해 9월에 기획되고, 정식으로 쓰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부터다. 올해 1월까지는 밤 10시 퇴근이었는데 새벽 1시까지 원고를 썼다. 하루에 증상 세 개 정도씩 정해두고 쓰고, 보내고, 피드백 받는 과정을 반복했다.”


반려견의 건강 상태를 잘 살펴 빨리 질병을 알아채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에서 ‘아프지 않아요’라는 항목을 따로 정리한 것처럼, 민감하게 반응해서 병원을 찾는 보호자들도 있을 것 같은데. 

증상을 잘 못 알아채는 경우와 별다른 질병이 없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를 나눈다면 후자가 더 적긴 하지만 그래도 꽤 자주 있다. 병원에 찾아 왔지만 별다른 질병이 없는 흔한 사례 가운데 하나가 공복성 구토다. 빈 속에 속이 쓰려서 토를 하는 건데, 이럴 경우 검사는 검사대로 한다고 동물도 사람도 힘들고, 비용도 발생한다. 말 못하는 동물은 보호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증상을 보이기 전후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보호자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아이를 하나 키우는 마음으로 반려견을 돌봐야 한다.”


반려견 보호자인 동시에 수의사로 일하고 있는데, 동료 반려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병원을 찾은 보호자분들이 반려견의 질병을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경우가 있다. 속상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서 그런 걱정을 좀 덜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이 책을 본 반려인이 개의 증상을 보고 아픈지 안 아픈지, 병원을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어느 정도의 기준만 세울 수 있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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