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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ish Jun 21. 2017

부정적인 생각도 습관이다

전국민 91%가 근거없이 '멋대로 생각'하는 인지적 오류 '습관'

지난 2017년 2월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 국민의 건강행태와 정신적 습관의 현황과 정책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9월, 만 12세 이상 일반 국민 1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었다.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9명은 근거 없이 멋대로 생각하는 등 인지적 오류에 해당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실패를 경험했을 때 이를 되새기며 반추한다거나, 걱정을 습관처럼 계속해선 한다거나,  자신에 대해서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느끼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는 다소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6년 한국 국민의 건강행태와 정신적 습관의 현황과 정책대응' 보고서


연구자들은 정신건강과 관련이 있는 습관적 태도, 사고습관, 정서적 경향 등을 정신적 습관으로 정의하고, 부정적인 정신적 습관을 7개 영역, 30개 항목으로 나눠 각 항목에 대한 설문조사 문항을 만들었다. 설문조사 결과,  

*인지적 오류 영역에 해당하는 5개 항목 중 1개 이상에 대해 '그런 습관이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90.9%에 달했다. 


*인지적 오류란?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사람들이 내 의견을 묻지 않았다고 해서 나를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거나(임의적 추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선택적 추상화) 등을 말한다. 

또 내가 다가가자 사람들이 하고 있던 이야기를 멈추면 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것(개인화), 세상 모든 일은 옳고 그름으로 나뉜다고 생각하는 것(이분법적 사고),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하는 것(파국화)도 인지적 오류의 사례이다.


실패를 되새기는 '반추'나 어떤 일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잘못되지 않을까부터 생각하는 '걱정'에서 1개 이상 항목에 해당한다고 답한 이의 비율은 각각 82.4%, 70.8%였다. 자신을 가치 없는 인간으로 여기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 사고'는 60.1%,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무망'은 47.6%, 어려운 일에 직면하면 회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는 '자기 도피'는 48.2%였다. '기타 정신적 습관'은 88.7%였다.


정신적 습관 7개 영역 각각에 대해 1개 이상 항목이 해당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27.0%였다.

즉, 다양한 7개 영역에 걸쳐 부정적인 정신적 습관을 가진 국민이 전체의 4분의 1을 넘는다는 것이다. 


비슷한 스트레스 상황일지라도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차이는바로 '정신습관'이다. 


정신습관이란 비슷한 경험이 중첩돼 생긴 생각의 경향성을 뜻한다. 평소 잘못된 생활습관이 신체 건강을 해치듯 나쁜 정신 습관이 정신건강을 해치게 된다. 성격을 형성하는 재료가 정신습관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정신습관이 완전히 굳어져 겉으로 드러나야 비로소 성격이 된다. 예를 들어, 공개적인 장소에서 웃음거리가 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된다면 공개적인 장소에 가는 것을 피하는 성향이 습관처럼 나타나게 되고, 결국 다른 사람 앞에서 나서지 않는 신중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형성될 수 있다.


한두 번쯤 나쁜 생각이 든다고 해서 곧바로 정신습관으로 이어지 않겠지만, 비슷한 생각들이 오랫동안 누적될 경우 부정적인 사고의 습관으로 자리잡게 되는 경우, 개인의 선택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고려대 심리학과 권정혜 교수는 “타고난 기질, 부모의 양육 방식, 성장 환경,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이 복합적으로 섞여 정신습관이 된다”며 “사소한 생각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점점 구체화되고 습관으로 굳어진다”고 말했다.


잘못된 생각 역시 습관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교정할 수 있다. 심리학계에서는 이미 이와 관련한 다양한 실험이 성공을 거뒀다. 가깝게는 2015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학생 135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성공한 바 있다. 비교적 짧은 기간인 16주 만에 정신습관이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었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정신습관 변화를 위한 과제를 내주고 매주 테스트를 진행했다. 과제는 크게 두 종류였다. 


하나는 ‘적극적인 사람 되기’ 같은 모호한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를 만나면 먼저 악수를 청하기’ 같은 구체적 행동이었다. 물론 구체적인 행동을 지시한 실험군의 정신습관이 더 효과적으로 바뀌었다.


오강섭 교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는 마음만으로는 정신습관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과학적으로 훈련해야 정신습관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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