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Fourteen 첫 모임

by Hye Jang

오늘은 신전에서, 수장님들과의 첫 모임이 있다.

사엘은 제단 앞에 놓인 책상 앞에 앉아, 눈을 감고 오늘

해야 할 일들과 말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지만,

긴장된 마음이 진정되지는 않는다. 그녀의 책상 앞에

동그란 모양의 같은 책상 여러 개가 둥그렇게 놓여

있고, 그 위에 종이와 붓 그리고 차와, 간단한 다과가

놓여 있다.


준비를 마친 카야는 마루 바닥에 앉아 있는 사엘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고 말한다.

“말씀하신 대로 준비는 마쳤습니다. 더 지시하실

것이 있으신지요?”

“하인들에게 옷을 깔끔히 입고, 마당에서부터 들어

오시는 수장님들과 자제분들을 정중하게 안내해 이곳

으로 모시고 오라고 하고. 카야는 신전 문 앞에서 그

분 들이 오시면, 자리는 아무 데나 편하신 곳에 앉으시

면 된다고 안내해 드려. 다과랑 차가 떨어지지 않게

준비하라 하고. “

“알겠습니다.”


카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엘이 말한 것 들을 이행

하러 간다.


그녀는 다시 눈을 감는다. 과연 오늘 첫 모임이

제사장인 사엘에게나 다 같이 모인 각 지파의 수장들

에게 어떤 반응과 영향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다.


늘 그렇듯 오늘도 경전의 신에게 의지 할 뿐이다.


모일 시간이 다가오자, 먼저 온 수장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하나둘씩 신전으로 모인다. 카야는 사엘이

말해준 대로, 신전 문 앞에서, 그들을 안내하며,

편하게 앉고 싶은 곳에 앉으시라고 안내한다. 기존의

탁자나 의자 배치가 앞 뒤 열로 되어있던 것에서 둥근

형태의 배치도 낯설고, 아무 데나 앉으라는 것과,

마루 바닥에 앉는 것에 낯설어하는 모습이 다들

얼굴에 역력하다.


1지파 수장 라함과 그의 아들 수아, 2지파 수장 하갈과

그의 아들 밧세, 3지파 수장 마하살과 그의 아들

여람, 4지파 수장 넬의 두 딸 보와 브니아, 5지파

수장 사울진과 그의 아들 라단이 모였다. 그리고

최근에 생성된 3개의 지파 수장들은 처음 오는

자리이고, 다른 이들과 교류가 없었던 탓으로, 다소

긴장 한 모습으로 신전으로 들어온다.


14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탁자 앞에 둘러 앉았다.


앉고 걷고 하는 소음이 잠시 가라앉자 사엘이 입을

연다. “오늘 모두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 전

제단에 불이 돌아오고 첫 의식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각 지파의 수장님 들과 자제 분들과 함께 모인

첫 만남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럼 먼저

모두들 서로 아시겠지만, 그래도 다 같이 모인 어색한

분위기도 해소할 겸, 각자 소개를 하면 어떨까요?”


갑자기 소개라니, 다들 수장이고, 지도자들이지만,

사람들 앞에서 소개를 하는 것이 어색해, 다들 서로의 얼굴들만 쳐다보며 가만히 있자, 하갈이 먼저 손을

들고 말한다. “저는 2지파 수장 하갈입니다. 보시다시

피 저는 여자 수장이고, 과부입니다. 두 오빠를 잃었고

남편도 먼저 보냈지만, 제 삶이 그분들이 주신

선물이라 생각하며, 나름 행복하고 멋있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모두들 한자리에 모이고,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하갈이 말을 마치자 여기저기 박수 소리가 들린다.

슬픈 가족의 이야기이지만, 이곳에서 그녀의 가족사를

담담하게 말해 주는 모습과, 여자 수장으로서의 당당

하고, 위엄 잇는 모습에 감명을 받아서이다.


하갈 옆에 앉은 밧세가 말한다. “저는 2지파 하갈

수장님의 아들 밧세 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행복하고

멋있게 사는? 살려는? 살아가는? 살아가려는 사람입니다.”


밧세는 그가 어딘가 모르게 횡설수설하게 말한 것

같아, 창피한 듯 머리를 긁적이자, 하갈이 괜찮아

하 듯 밧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모습이 다정하게

보인다.


밧세와 하갈이 용기 있게 먼저 소개를 했지만, 다시

선뜻 소개하는 이 없이, 서로 들을 쳐다볼 뿐이다.

밧세는 마주 보이는 수아에게, 여러분 눈짓을 보내자, 수아가 천천히 입을 연다.

“저는 1지파 라함 수장님의 아들 수아입니다. 어머님은 레첼이십니다.”

수아가 소개를 마치자, 라함이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말한다. “방금 소개한 수아라는 아이 아버지 되는 사람이고, 1지파 수장 라함입니다. 부인은 레첼입니다.”

라함의 소개에 수아가 웃으면서 라함에게 말한다.

“아버지. 저랑 소개가 똑같으신대요..”

라함이 수아의 말에 당황한 듯 헛기침을 다시 한번

한 후 말한다. “그거야, 가족이니 비슷하겠지.”


수아와 라함의 말에 모두들 웃자, 어색한 분위기가

조금은 편안해진다.


다들 소개를 마쳤지만 사울진만이 아직 소개를 하지 않았다. 내내 어두운 얼굴로 앉아 있던 사울진이 무겁게 입을 연다. “5지파 수장 사울진입니다. 다른 지파와

달리 늦게 만들어진 지파라 아직은 명망도 힘도 없고

지파라 취급도 받지 못할 때도 있는 작은 지파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저나 지파 사람들은 5지파에 대한

자긍심이 있습니다.”


사울진의 말에 모두들 숙연해진다. 기존 지파,

신흥 지파, 오래된 세력과 새로 생긴 세력의 갈등을

알기 때문이다.


사엘이 숙연해진 분위기를 깨고 입을 연다. “모두들

소개를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제사장 사엘

입니다. 그동안 꺼져 있던 제단에 불이 돌아오고,

다시 경전의 신을 위한 의식이 시작되는 모든 과정들

이 쉽지는 않았지만, 부름 받은 제사장으로서, 직분도

잘 감당하고, 또 마을과 사람들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

잘해 나가고 싶은 마음에, 모두들 어색하시겠지만,

이렇게 모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엘의 말에, 어색하기도 하고, 이런 모임이 낯설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단의 불이 돌아왔으니, 한 번쯤은

모임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었다.


사엘이 다시 입을 연다. "먼저 다과와 차부터 드세요."

사엘이 차를 한잔 마시자, 다들 차도 한잔 마시고,

다과도 먹는다.


잠시 후, 라함이 묻는다. "오늘 모임에서 중심적으로

나누어야 할 주제가 있으십니까?"


라함은 사엘이 지파의 수장들을 이렇게 불러 모아

놓고, 차나 마시면서 서로 소개나 하고, 소소한 이야기

들을 나눌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고, 사엘도

할 말이 있어 보이지만, 첫 말문을 열기가 어려워도

보여, 먼저 이야기를 꺼내 본 것이다.


사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네. 오늘 다들

모이시계 한 이유는, 지파들끼리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고, 또한 앞으로의 계획들을

의논하고자 함입니다."


라함이 다시 묻는다. “무슨 계획을 의논하고자 하십니

까? 제사장 가문에 관한 계획입니까?”


제단의 불이 돌아왔으니, 제사장 가문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을 것이다.


“네. 제사장 가문에 대한 계획과 지파분들과 함께

해야 하는 계획으로 구분해서 의논하고자 합니다.

먼저 제사장 가문에 대한 계획은 앞으로 매일 이곳에

서 의식을 드릴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의식을 함께

준비할 사환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의식

이 체계화되면, 사람들도 참여하게 하려고 합니다.”


마하살이 말한다. “제단의 불이 돌아왔으니 당연히

경전의 신을 위한 의식도 다시 이루어져야지요."


라함도, 이 모임에서, 의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

라 예상해, 사엘의 말을 지지하듯,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말한다. "의식을 하시려면, 준비 사환이

필요하신 것이 당연하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의식

사환은 제사장님께서 임으로 선택한 자들로 구성되었

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라함 수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지금도 제사장

재량으로 임명하겠지만, 이번에는 지원자를 받고

싶습니다."


수아가 의아해 묻는다. "지원서요?"


"네. 각 지파에서 남, 녀 성별, 계급 없이, 의식을 사랑

하고, 경전의 신을 경배 하며 모시고 싶은 사람들의

지원을 받아, 일종의 자격시험을 치른 후 임명 하고

싶습니다."


라함이 묻는다. "지원을 받고, 자격시험을 치른다.

저는 이해가 좀 되지 않습니다."


마하살도 라함의 말을 거들며 말한다. "게다가 지원자

조건이 참으로 생소합니다. 남, 녀 셩별, 계급이

없다면, 누가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까?"


내내 어두운 얼굴로 잠자코 있던 사울진이 말한다.

“사환에 대한 자격 조건을 넓힌다는 말씀이시죠.

기존의 사환들은 남자 그리고, 수장님 댁의 핏줄들로

이루어졌었지요. 제사장님 재량이라지만, 수장님 댁

사람들로 구성된 사환들이었고, 문제들도 있었죠.

그런 기존의 것들을 폐하고, 사환들도 새롭게 임명하

고자 하는 것이 아니십니까?"


사울진이 정확하게 지적했다. 그동안, 사환들에게도

문제가 많았었다. 제사장 옆에 제일 가까이 있는 자들

이라, 그 위치를 남용한 자들이 있었고, 게다가 수장

집안의 핏줄까지 내세워, 권세를 누리고, 의식으로

거둔 돈에 손을 댄 자들도 있었다.


잠시 무거워진 분위기를 하갈은 새롭게 하듯, 다소

높고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전 제단의 불이

돌아왔으니, 의식을 다시 드리는 것은 당연히 시작해

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식을 드리기 위해

선 사환이 필요한 것도 당연하고요. 게다가 제사장

재량이 아닌 지원자를 모집해서 뽑으신다는 생각이

정말 좋으신 거 같습니다. 게다가 수장님 댁 핏줄이

아닌, 누구나라는 지원자 조건도 맘에 들고요. 의식을

드리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데, 자격으로 돼 보지도

못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경전을 위한 의식이

라면, 무엇보다, 경전의 신을 사랑하고, 의식을 사랑하

는 자가 되는 것이 맞고요."


사엘은 이전에, 친구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기억한

것이다. 지파, 성별, 계급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마음

과 능력으로 되는 세상말이다. 지파에서는 적용이

안 될 수도 있지만, 경전의 신 앞에서는 다들 똑같은

사람 아닌가. 그렇다면, 사환을 뽑는데, 수장집의

핏줄인 자들로, 제사장이 임명한 사람들이 아닌,

모집을 해서 임명하고, 게다가 경전의 신을 위한

의식인데, 그 앞에서 성별, 지파, 계급은 상관이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함이 말한다. “하지만, 누구나 예배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좀 걸립니다. 아무리 사환이라도, 제사장

님을 돕는 이들인데, 기준과 자격은 갖추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동안 사환들이, 수장집안의

핏줄로 이루어진 이유는, 그들은 이미 역사속에서,

대대로 의식에 대해 알고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었지

그 중에서, 또 제사장님께서 선택하셨고요.”

하갈이 말한다. “시험을 통과한 자가 사환으로서의

자격을 갖춘 것이고, 대신 기준을 좀 더 많은 사람들로

폭넓게 정하신 것이지요. 성별과, 계급에 상관없이

말입니다. 또한 시험을 치르면, 그들이 얼마나 의식에

대해 알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 오히려, 투명하고,

공정하게 정말 경전의 신을 사랑 하고, 의식을 준비하

는 자들이 사환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그렇게 뽑혀서 일을 하게 되면 그들도 더 열정과 애착

을 가지고 할테고요."


라함과 하갈의 말을 듣고 있던 수아가 말한다.

“수장님 들도 계신 자리에서,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사엘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말한다.

“물론입니다. 자제분들을 모신 이유도, 여러분들의

의견도 듣고 싶어서입니다.”


사엘이 원하는 바였다.

하갈의 집 놀이방에서 이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이들이 나누어 줬으면 했다.


수아가 고맙다는 듯, 사엘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말을

잇는다. “몇 백 년 동안 사라진 제단에 불이 돌아오면

서, 무언가 새롭게 시작되는 것 같아 좋습니다. 물론

우리는 역사와 전통과, 이념이 있고, 이를 지켜야 하는

본분들이 잇습니다. 또한 지금의 시대에 맞게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좋은 시도이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도전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지금 세상이 세대에 제단의 불이 돌아왔고, 의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수아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듯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수아가 말을 잇는다. “ 그리고 의식을 다시 드리기

위해서는 사환이 필요하고 그것을 지금은 지원해서

시험을 통과한 자로 한다는 말씀인데. 제 생각은 이

또한 제사장님 재량으로 예배 사환을 뽑으시는 것과

같습니다. 다만, 방법이 이전과 다를 뿐이지요.”


다들 잠시 생각하는 표정들이다.


마하살이 묻는다. “그럼, 우리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각 지파의 수장님들은 이 내용을 사람들에게 알려

주세요. 앞으로 15일 동안 지원을 받으려고 합니다."


라함이 묻는다.

“이 전의 사환들은 아직 남아 있습니까?”


“네. 의식을 드리지 않는 동안 사환들의 할 일이 없었

습니다. 그래서 떠난 사환들도 있고, 그들을 관리할

재정적 부분도 부족해져서, 내 보낸 사환들도

있습니다.”


라함이 말한다. “말씀하신 대로 , 1지파에서는 15일

동안 이 공지 사항을 사람들에게 알리겠습니다.”


다른 지파의 수장들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다.


사엘이 말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음 계획은, 사환과 신전 유지에

대한 지원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라함이 다시 입을 연다. “역사적으로 각 지파에서 지파

의 재산에 따라 십의 일을 제사장 가문을 돕는 데 사용

하였습니다. 한동안 이런 도움이 끊어졌고, 1지파에서

감당하고 있는 정도였지요. 제단에 불이 돌아오고

의식을 다시 드리게 되고, 이제는 지파들도 늘어났으

니, 이 부분을 다시 재기하여 보안하고 수정하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최근에 생긴 신흥지파의 한 수장이 조심스레 입을

연다. “하지만 저의 지파는 아직 재산이라고 할 것도

없고, 사람들도 겨우 하루 벌어서 먹고살고 있는

정도입니다.”


사엘이 말한다. “네. 그래서 제 생각에도, 각 지파들이

모두 십의 일을 내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합니

다. 지파 수장님들께서 괜찮으시다면, 저에게 지파의

재산과 사람들의 수를 파악하여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중에 어느 정도를 의식을 위해 부담 할

수 있는지 저와 상의하신 후, 반년마다 한 번씩 검토하고 조정하는 것은 어떨까요? 어떤 때는 수확이 잘되고 상권이 좋아져 넉넉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지 않습니까? 넉넉할 때는 좀 더 거두고, 모아 놓았

다가, 넉넉지 못할 때는 덜 거두고, 대신 모아 놓은 것

을 쓰면 되니까요. 그래서 무조건 십의 일로 기준을 갖

지 말고, 지파의 사정에 따라 정하자는 것입니다.”


사울진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한다.

“재산과 지파 사람들의 수를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습

니다. 그도 또한 지파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고 힘인데, 그것이 공개가 되어 버리면, 약한 지파는

다른 힘 있는 지파로부터 위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엘이 대답한다. “사울진 수장님께서 무엇을 염려하

시는지 압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지파 분들이 가지고

계신 재산과 사람수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드려

지는 물질이 각 지파에게 너무 어렵고 고되지 않기를

바라고, 지파의 사정에 따라 차등 있게 거두어들이고

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사장 가문을 위해 주신 것

은 의식 준비를 위해 남겨 두고, 나머지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 혹은 어려운 지파에게도 나누어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사울진 수장님이 소개하실 때, 새로 생긴

지파들은 아직 명성도 힘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새로 생긴 지파들도 하나의 지파로 잘 세워져

갈 수 있도록 물질적으로도 돕고자 하는 것입니다.”


마하살이 묻는다. “그렇다면, 제사장님은 새로운

지파들을 인정하시는 것입니까?”


그동안 모두들 섣불리, 내놓지 못한 이야기이다.


마하살의 말에 사울진은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 누구

의 인정을 받아야 하며, 그것이 이 자리에서 필요한

이야기 일까 싶어 서이다.


다른 새 지파 수장들도 같은 생각으로 마하셀을 한번

보고, 사엘을 쳐다보며 제사장의 답변을 기다린다.


사엘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한다. “저에겐 지파를

인정하고 인정하지 않을 권한은 없습니다.”


새 지파 수장들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마하살

과 라함은 사엘이 의도가 궁금하다. 자칫, 기존 지파와

등을 돌리고, 신흥지파들을 인정하고 힘을 실어 주는

것처럼도 들린다. 그래서 그동안 혹시 몰라 제사장 집

안을 배제했고, 비밀통로도 나누지 않았다. 제사장은

지파와 상관없이 모든 이들의 제사장 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사엘이 말을 잇는다. “다만 제사장은 모든 지파와

함께, 지파를 넘어선 존재이며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경전에서 읽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지파와 신흥지파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려는 것입니다. 넉넉한 지파는

어려운 지파를 도와주고, 제사장 가문이 그것을 공정

하게 분배하는 역할을 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얼마나 모을 수 있는지, 그리고 어려운 곳은 어느 곳인

지, 얼만 큼을 지원해야 하는지 알고자 하는 것입니다. 모두 에게 공개하진 않을 것입니다. 저하고만 개개인

으로 만나셔서, 알려 주시고 함께 계획을 세우는 것입

니다. 그리고 저도 여러 분 지파에 대한 것은 다른 지파

분들에게 알리지 않을 것입니다.”


라함이 말을 잇는다. “굉장히 공평하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불공평하기도 합니다. 왜냐 하면, 기존의

지파들이 너무 많은 것을 감당하지 않습니까? 감당해

야 한다면 우리에게도 그 에 대한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공평 해 지겠지요. 받는 자와 감당하는

자 사이에서 말입니다.”


사엘이 대답한다. “라함 수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래서 세운 대안이, 물질적으로는 서로 돕고 지원하

는 방향으로 하고, 신흥 지파도 역사와 전통과 이념에

대해 배우는 것입니다. 요즘 신흥지파의 문제 점이

무엇일까요? 물론 기존 지파에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사엘의 질문에 라함과 사울진은 다소 놀란다.

그녀는 제사장이 감당해야 할 역활에 대해 분명히

말하고, 이 자리에서 신흥 지파를 인정하냐 안햐나의

논제가 아닌, 신흥지파, 기존 지파의 문제점을

제기한다.

화두가 바뀐 것이다. 문제점을 제기한다면, 해결책을

논할 것이고,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함께라는 명분이

생길 것이다.


수아가 말한다. “역사와 전통의 상실입니다. 기존 지파

도 그것을 잘 지켜 나가지 못하고 있고, 게다가 신흥

지파는 알지 못하니 역사도 전통도 없어지는 것이

문제고 그러니 마을을 이끄는 기준들도 모호 해 지는

것입니다.”


라단이 말한다. “역사와 전통의 상실도 문제이지만,

잘못된 관습을 전통인 양 따르는 것도 문제입니다.

역사와 전통을 바로 잡고, 잘못된 것은 폐지하면서

사람들에게 유익한 새로운 관습을 만들어 가는 것도

대안 중에 하나 일수 있습니다.”


밧세도 말한다. “그런데, 기준이 없지 않습니까? 어떤

것이 유익한지, 잘못된 것인지, 기준이 있어야, 폐지도

하고, 새롭게 만들기도 하지 않겠습니까?”


수아가 말한다. “그 기준이 역사와 전통 이겠죠. 처음

지파가 생성될 때 만들어진, 대대로 이념 같은 거

말입니다. 그것을 우리가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그것을 모르는 이들에게 알려 주는 것이지요. 지파의생성 목적과 이념 말입니다.”


라단이 말한다. “무조건 역사와 전통을 따르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시대에는 맞았겠지

만 지금은 아닐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역사와

전통이 기준이 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여람이 말한다. “역사, 전통, 기준, 새로운 규범, 잘못된

관습 폐지. 우리가 필요한 말은 다 나온 거 같습니다.

이것을 잘 엮으면 그것이 지금의 시대에 맞는 기준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것들을 논의하고자

오늘 모인 것 같은데, 제사장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아까 말씀하신 대안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사엘이 그들의 대화에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대안이지요.”


사엘의 말에 모두들 이해하지 못하는 듯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본다.


사엘이 말을 잇는다. “우리가 지금 다 함께 모여 이렇

게 의견을 나누는 것이 대안입니다. 기존 지파가 그동

안 유지하고, 배웠던 것이 있을 것이고, 새로운 지파로

서, 이런 것은 폐지하고, 또 어떤 것은 새롭게 해 보고

싶다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제가 다음세대

를 이을 자제 분들까지 이곳에 모이게 한 이유는 기존

세대와 다음세대 간의 생각들을 함께 나누고자 함도

있습니다. 게다가 오늘 여러분들은 앞 뒤로 앉는 구조

가 아닌 얼굴을 서로 바라볼 수 있게, 둥그렇게 앉아

있습니다. 이 의미는 기존이나 신흥, 성별과 나이에

상관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곳, 제단의 불이 머무는 이 곳, 신전에서는, 누구든, 무엇이든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을 채택하여

새롭게 만들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그들을 잘 이끌어 나가는 것입니다.”


수아, 밧세, 여람 그리고 하갈은 그동안 놀이방에

모여 이미 해 왔던 이야기 들이고, 이런 이야기를 나누

는 문화가 너무 익숙해, 지금 이 자리가 놀이방에 있는

듯 편안하지만, 어른 수장들은 이 자리가 마냥

어색하기만 하다.

게다가 우리 함께 합시다 라고 서로 말한 적도 없는데,

이야기를 나누고, 대안을 찾고, 그것을 서로 힘을

합쳐해 나간다고 하니, 뭔가 중간이 없이 처음과

결론만 있는 것 같다.


사엘이 다시 입을 연다. “그런데 라함 수장님께서 명분

을 말씀하셨지요?”


라함이 대답한다. “어느 일이나, 명분이 있어야, 사람

들을 설득하고, 따르게 할 수 있으니까요.”


사엘이 말한다.

“명분은 다 함께 사는 좋은 세상입니다. 하라셀님의

명분과 이념도 이것이었고요. 이 땅 위에 사는 사람들

이 사람답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

다. 그러려면 규범이 있어야 하고, 도덕이 있어야 하고,

기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내려오는

전통과 첫 이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첫 예배도, 제사장 예복도 경전에서 읽은 대로 처음

때처럼 준비한 것입니다. 여기 있는 모든 이들 보다

1지파 가문이 가장 오래되었고, 또한 라함 수장님께서

그동안 역사서들을 보관하고 지키고 계십니다. 그것

을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실 수 있을까요?”


라함이 묻는다. “가르쳐요?”


사엘이 대답한다. “네 여기 이 자리에서 가르쳐

주세요. 그리고 우리가 지키고 가야 할 것과, 현시대에

맞지 않는 것을 구분하고, 그냥 역사로 남겨 둘 것과,

또한 앞으로 했으면 하는 것들을 함께 의견들을 내놓

으며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1지파의 명분은, 그동의 역사와 전통을 다른 지파와 함께 나누고, 또한 물질적

으로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울진이 말한다. “그동안 기존 세력, 오래된 지파

그렇게 중심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신흥 지파들이 명망과, 힘을 얻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제사장님 말씀대

로 한다면, 1지파에게 힘을 더 실어 주는 결과 아닙니

까? 제사장의 힘까지 얻어서 말이죠.”


사울진의 말에 4지파와 신흥 지파 수장들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사엘이 대답한다. “그래서, 같이 모여서 하는 것입니

다. 저와 1지파 수장님 둘이만 모여서 의견을 나누고

사람들에게 그것을 하라고 말한다면 그것이 바로 권력

과 힘이 되겠지요. 하지만, 여러분들과 함께 하지 않습

니까? 다만 1지파에서 그동안의 역사서를 가지고

계시고 지금까지 지키고 계시니, 1 지파 수장님께 그것

을 함께 공유해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땅

위에서 대대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역사와

전통이 있고, 그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 시대에

맞는 또 새로운 것들이 필요하고, 그것이 지금부터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또 다른 역사와 전통이 되겠

지요. 그것을 우리가 이전의 것 그리고 앞으로의

것으로 잘 만들어 가는 중간 역할을 다 같이, 함께 하자는 것입니다.”


사엘의 말에 모두들 침묵한다.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그렇다고 너무 괜찮다고 찬성하

기도 그렇다. 아마도 처음 해보는 시도라서 그런지도

모르 겠다.


하갈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연다. “해보죠. 일단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하고, 또 다른 거 해보면 되고요.

지금 여기서, 맞다 틀리다. 한다 만다. 보다는 일단

해 보는 것이 최선인 거 같습니다.”


라함이 사엘에게 묻는다. “그럼 제가 해야 할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사엘이 대답한다. “여르살 서기관님을 다음 모임 때

모시고 오셔서, 그분이 우리의 이 모든 이야기들을

기록하시게 하고, 또한 수장님은 매 모임 때마다

그동안 대대로 내려왔던 전통이나, 풍습등에 대한

역사서를 가져오셔서 나누어 주세요.”


라함이 표정이 흔쾌히 승낙하는 것은 아니나, 시도해 보는 것은 좋은 것 같고, 여기서 그럴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더 난감한 생각이 들어, 고래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작은 지파 중의 수장 하나가 사엘에게 묻는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하면 될까요?”


사엘이 질문한 수장의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네.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다른 지파 분들은 현재 지파 안에서 하고 있는 것 중에 좋은 것들이 있으면 와서 이야기해 주세요. 좋은 건 함께 하고요. 그리고 혹시 이런 것은 금하면 좋겠다 하는 의견도 나누어 주시고요. 어떠 신가요?”


라단이 말한다. “저는 상당히 좋은 계획이라 생각합니다.”


여람도 말한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수아가 말한다. “언제 모이나요? 그리고 각 지파에 의견함을 만들어서 사람들도 의견을 내놓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무명으로 말이죠.”


밧세가 말한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여기 14명의 의견과 함께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모아 지면, 좋은 생각들을 더 많이 모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게다가 우리가 만약 그것을 실행한다면, 사람들도 자신들의 낸

의견들도 있을 수 있으니, 거부하지 않을 것이고요.”


라단이 말한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의견함에 의견을 넣을 때 규칙을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방도

있을 수 있고. 또한 발설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새어 나올 수도 있고요.”


수아가 웃으며 말한다. “누가 누구 좋아한다. 고백함이 되어 서도 안 되겠죠.”


밧세도 웃으며 말한다. “오. 그거 괜찮은 생각 같은데요. 고백함도 있고 의견함도 있고. 사랑이 샘솟는 세상이 되겠어요. 그렇지 여람아?”


밧세의 말에 여람이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며 대답한다. “아니. 나한테 뭘 그런 걸 직접적으로 물어보고 그러냐. 아니 내가 꼭 그 함을 쓸 것처럼 그래? 갑자기 의견함이 왜 고백함으로 가는 거야? “


사엘이 말한다. “그러면, 의견함과, 고백함 둘 다 설치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밧세와 수아가 사엘에게 엄지 척을 올린다.


여람은 사엘을 보며 말한다. “아니 그렇게 해 버리시면 제가 뭐가 됩니까? 마치 제가 낸 의견 같잖아요.”


여람도 말을 하면서 자신이 뭐라고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어 이게 아닌데 라는 표정이다. 밧세와 수아는 여람의 그런 행동에 여전히 소리 없이 웃는다. 그들을 본 여러 수장들도 웃음을 짓는다.


사엘은 그들의 행동이 고맙다. 무겁고 지루해지면 어떡하나, 혹시 의견 충돌로 인해 분위기가 험악해지지는 않나 걱정했는데, 밧세네 놀이방에서 나누었던 것처럼 의견들을 말해주어 모임이 원활히 진행되었고,
또 저런 맥락 없는 우스개 소리로 분위기를 지루 하지 않게 해 주어서 고마울 뿐이다.


사엘이 입을 연다. “그럼 오늘 모임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들 바쁜 걸음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모임은 한 달 후 오늘 모이겠습니다. 그때까지 오늘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이행해 주시고, 또 진행이 어떻게

됐는지 알려 주세요.”


라함이 말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오늘.”


라함의 말에 사엘이 그에게 묻는다. “네. 라함 수장님.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오늘 모임 소식을 듣고, 저의 집에 조촐하게 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같이 가서

드시지요. 지금 가서 드시면 조금 이른 저녁 식사가 되겠네요.”


그 말을 들은 하갈이 말한다. “어머? 그래요? 저도 저의 집에다 식사 준비를 해놨는데.”


둘의 말을 들은 사엘이 말한다. “감사합니다. 저는 식사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두 분이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다른 수장님들은 같이 가실 시간이 되시는지요?”


수아가 말한다. “그럼 모임은 같이 했으니까 식사만이라도 좀.”


수아의 말을 눈치 챈 밧세가 수아의 말을 거든다. “이러면 되겠네요. 수장님들은 라함 수장님 댁으로 가셔서 식사를 하시고, 저희들은 저의 집으로 가서 우리 들끼리 하면 어떨까요?


하갈이 말한다. “그거 좋은 생각이다. 밥이라도 너네들끼리 편하게 먹어. 먹고 나면 놀이방에서도 좀 놀고.”


여람이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그런데, 그러면 제사장님은 어디로 가시나요? 수장님 댁으로 가야 하나요?

우리랑 가야 하나요?”


여람이 제사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한 현실적인 질문에 다들 말을 멈추지만 사엘 만이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어떤 식사 모임이냐에 따라야겠죠. 식사만 한다면 저는 밧세네 갈 거고, 식사하는 동안 오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면 라함 제사장님 댁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하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식사만 하죠. 무슨 밥 먹으면서 까지 의논입니까. 밥만 맛있게 먹는 것으로 해요.”


하갈의 말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난다.


사엘이 문쪽을 향해 눈짓을 하자, 카야가 들어온다.


사엘이 카야의 귀에 대고 말한다. “수장님들 나가시니까 들어오실 때처럼 안내하고, 라함 수장님 댁으로 식사하러 가시는 분들도 잘 모셔다 드리고.”


카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전을 나선다.


수장들은 라함의 집으로 향한다.

사울진과 넬은 그곳에 가는 것이 조금 망설여 지지만, 라함의 집도 궁금하고, 또 지금은 함께 해야 할거

같은 분위기에 휩쓸려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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