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또 흘렀다.
오늘은 사울진이 모임에 참석하지 않아, 사엘은 다른 날보다 회의를 일찍 끝낸다. “오늘은 사울진 수장님도 오시지 않으셨으니, 회의는 여기 까지만 할까요?”
마하살이 말한다. “네 그렇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
그때 놓여 있는 간식을 집어 먹던 여람이 묻는다.
“그런데 오늘 내오신 간식과 차 맛이 다른 날과 좀 다
른 것 같아요. 엄청 맛있는 대요.”
“그래요?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여기 사환
님께서 어릴 적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간식이라며,
수장 님들께도 대접하고 싶다고 만들어 오신 거예요.
좀 더 드세요.”
사환은 간식과 차를 새롭게 내 오고, 다들 그 사환을
보며 맛있다고 말하며 감사의 뜻으로 가볍게 목례를
한다.
하갈도 차 한 모금을 마시며, 맞은편에 앉은 라단에게
묻는다. “아버지는 무슨 일 있으시니? 편찮으신 건
아니고?”
“아침에 몸이 좀 안 좋다고 하셨어요. 쉬고, 괜찮아지
시면 오후에 라도 오신다고 했는데, 안 오신 거 보면,
아직 쉬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사엘이 말한다. “그래요? 걱정이네요. 라단 님은 집에
빨리 가보셔야 하지 않아요?”
“네.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오늘은 저는 먼저 가
봐도 될까요?”
라단이 말하자 다들 그렇게 하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사엘이 말한다. “네. 먼저 가보세요. 집에 가시면, 수장
님은 어떠신지 알려 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단은 새로 내온 다과와 차를 먹고 마시는 대신 먼저
일어나 인사를 하고는 신전을 나선다.
남은 사람들은 차와 다과를 먹으며, 옆에 앉은 사람과
가볍게 담소를 나눈다.
마하셀이 말한다. “사울진 수장님이 몸이 안 좋다고
하시니 마음이 좀 그렇네요.”
하갈이 말한다. “그러게요. 라단이 혼자 보낸 것도
그렇고, 제가 좀 같이 가볼까요?”
사엘이 말한다. “라단님이 연락 준다고 했으니, 좀 기
다다려 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수장님들께도 연
락드리겠습니다."
넬 은 먼저 일어나며 말한다. “제가 집에 가는 길에 잠
시 들려 보겠습니다.”
사엘도 일어나며 넬에게 “오늘도 참석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라고 말하자, “우리도 이제 그만 일어나죠.”
하며 하갈도 일어서고, 나머지 모인 이들도 일어나,
인사를 하고 신전을 나간다.
마하살은 머리가 아프다며 먼저 집으로 가고, 라함과
하갈이 말을 천천히 몰며 집으로 향해 가고 있다.
말없이 말을 몰던 라함이 하갈을 부른다.
“네?”
“그 왕으로 지명된 자 말입니다.”
“네?”
“그게. 제가. 제가 알고 있습니다.”
“무엇을 말씀입니까?”
“왕으로 지명된 자 말입니다.”
말을 몰던 하갈이 잠시 말을 멈추고 라함을 쳐다본다.
라함도 말을 멈추고는 나지막이 하갈에게 말한다.
“수아가 왕으로 지명을 받았습니다.”
“네?”
“몇 달 전, 모임 후, 제사장님께서 수아 혼자 신전으로
부르셨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알 수 없지만, 제사장님께서 수아가 왕으
로 지명받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수아에
게 생각 하고 결정할 시간을 주자며, 아직 까지 우리
셋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번 모임 때 사울진
수장의 말도 신경이 쓰이고, 제사장님도 이 사실을
모두에게 언제 알리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고, 저도 언
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근래에
이 일로, 어디 가서 말도 못 하고, 마음이 그저 답답할
뿐입니다. 의도치 않게 하갈 수장님께 갑자기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말았네요.”
라함의 말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던 하갈이 묻는다.
“수아는요? 수아는 그 뒤로 별 다른 말은 하지 않던가
요?”
“지난번 모임 때 말한 게 다입니다. 이 일에 대해서는
도통 말이 없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
다. 아비지만 이런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 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사장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그 뒤로 제사장님을
찾아가 상의는 해 보셨어요?”
“수아가 결정할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하시기만 하셨
어요. 경전의 신께서 사람들에게 알려줄 때도 알려 주
실 것이라며, 그저 기다려 보자고만 하십니다.”
하갈은 고개를 위아래고 끄덕이며 말한다. “그분 말씀
이 맞아요.”
“네?”
“제가 그동안 애들이 우리 집에 와서 놀고 지내면서
지켜봤었잖아요.”
“그렇죠.”
“그때 제사장님도, 제단의 불이 돌아오기 전까지, 오래
동안 생각을 하셨더라고요. 지금도 생각이 많으실 것
이고, 또 경전의 신의 방법도, 그리고 수아의 생각도
기다리시는 중일 거예요. 그리고 수아도 생각할 시간
이 필요할 거예요. 그 아이에겐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
고, 또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생각할 시
간이 더 많이 필요할 거고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시고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라함이 한숨을 길게 내시며 말한다. "기다려야 한다는
같은 말만 들었지만, 그래도 하갈 수장님께라도 말씀
드리고 나니 속이 좀 시원하네요.”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들은 이야기는 저만 알
고 있을게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수장님께서 놀라지도 않으셔서
제가 오히려 놀랐습니다. 전 수아가 혹시 여람이나
밧세에게 말했나 생각했습니다.”
“수아도 친구들한테는 아직 말 안 한 거 같아요. 그리
고 아이들이 저희 집에 와서 놀면서 제가 그 아이들의
10대를 봤었잖아요. 놀랍지만, 또 예상한 일이기도 해
요.“
“예상요?”
“수아 일 것이다 생각하진 않았지만, 일단 제 아들 밧
세는 아닐 것 같았고, 아니길 바라기도 했고요. 전 밧세
가 아무것도 안 하고,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게,
그저 평범하게 오래오래 제 곁에 있으면 하거든요.”
하갈의 말에 라함의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녀가 왜 그
런 생각을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오빠 둘을 잃고, 남편
을 잃은 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를 잃고 싶지 않아서 이
다.
“그리고 아이들이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그들
이 생각하는 세상, 만들고 싶은 세상 등 이런저런 이야
기들을 할 때 수아랑 라단이 많은 이야기들을 가져와
서 들려주었고, 그들이 주로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
었어요. 지금 모임도 거의 그렇고요.”
“수아가 그랬습니까? 늘 엉뚱한 생각만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수아가 생각이 깊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도 있
고, 사람을 이끄는 힘도 있고요. 지금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기다려
보세요.”
“그렇게 제 아들을 칭찬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라단도 상당히 영특하고, 지혜가 있는 아이예요. 그러
니 사울진 수장님도 그 아이에 대한 기대가 크신 거겠
죠. 수아랑 비슷하면서 또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잘 도우면서 앞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지도자들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니 우리 어른들이 너
무 부담 주지 말고, 욕심도 내지 말고, 저 아이들을 잘
이끌어 줘야 할 텐데 말이에요. “
“아이들이 하갈 수장님을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습니
다.”
“뭘요. 저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
집에 모여서 다들 친하게 잘 놀아서 제가 더 좋았어요.
요즘엔 자주 오진 못하지만요. 애들이 커가니 좋은 것
도 있고, 또 쓸쓸해지는 것도 있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밧세는 수장님 옆에 있으면
서 살갑기라도 하지요. 수아는 어릴 때는 그렇게 짓궂
어서 정신이 없더니, 이제는 한집에 살면서도 얼굴도
자주 못 봐요. 애들은 오늘 수장님 댁에 들렀다 간다고
하던가요?”
“여람이는 아까 마하살 수장님께서 머리가 아프다고
하셔서, 모시고 집으로 갔고, 수아와 밧세는 모르겠네
요. 저희 집에 있으면 제가 뭐 좀 먹이고, 집으로 보낼
게요.”
“네. 감사합니다. 오늘 저도 이상하게 머리가 좀 아프
네요.”
“수장님도요? 요즘 너무 다들 무리하셨나 봐요. 집에
가셔서 쉬세요.”
“네. 가 보겠습니다. 오늘 이야기도 들어주시고, 감사
합니다.”
“어려운 이야기였을 텐데, 말씀해 주셔서 저도 감사합
니다.”
라함이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말을 몰아 집으로 향해
간다. 하갈이 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며 서 있는다.
늘 언제나, 묵묵히 1지파의 수장으로서 모든 것을 감당
하고, 지키는 자이다. 아들이 왕으로 부름 받은 것이 결
코 기쁘지 만은 않을 것이다. 그가 감당할 일이 더 많아
졌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그의 어깨가 유난히 더 무거
워 보인다.
“수아 집에 왔는가? 왔으면 좀 불러오게.”
집으로 돌아온 라함은 하인에게 수아를 서재로 데려
오라 한다. 수아가 부름을 받고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자는 마음도 있었지만, 라함도 아들이 부르심을 받
은 것이 내심 부담스럽고, 마음이 편하지 않아, 수아를
피한 것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그저 아들과 단 둘이
수장, 왕, 부름 받은 자를 떠나서, 아들과 아비로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부르셨어요. 아버지.”
수아가 서재로 들어서며 말한다.
“모임 끝나고 집으로 바로 왔느냐? “
“네. 밧세랑 잠시 이야기하고는 집으로 바로 왔어요.”
“뭐 좀 먹었고?”
“아직요.”
“그래 잘 됐구나. 나도 아직 식사 전이라, 식사를 이리
로 내어 오라고 할까 하는데 같이 먹겠느냐?”
“네.”
조금 후, 하인이 쟁반에 간단하게 차린 음식을 가지고
들어 온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우거지 국이네요.”
“그래. 너도 아는구나. 나는 이게 참 맛있어. 소박 하면
서 담백한 것이.”
라함이 한 술 떠서 맛있게 호로록 먹는다. 수아가 그런
라함을 쳐다 보고는, 그도 한 수저 떠서 먹는다. 둘이
말없이 각자 밥 먹는 소리 만이 들린다.
“저도 우거짓국 좋아해요.”
“그래? 자주 함께 먹어야겠구나.”
“자주는 하지 마세요.”
무엇이 이들을 웃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라함과 수아
가 마주 보고 웃는다.
식사를 다 마친 라함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내가 원망스럽지 않으냐?”
“네?”
“나는 내 아버지가 많이 원망스러웠었다. 사실은, 1지
파 수장의 아들로 태어난 것을 원망했을 거야. 내가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태어나면서부터 감당해야 하는
그 무게와 책임감이 많이 버거웠거든.”
라함의 말에 수아는 놀랐다. 라함은 지금까지 한 번도
그 버거움을 내색하지 않았고, 수장의 자리가 힘들다
고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아의 눈에 아버지 라함
은 그저 태어날 때부터 1지파이고 수장인 듯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자리가 힘들고 어려운 자리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
었지만, 아버지께서 이만큼 힘드신 줄은 몰랐어요.”
“남들은 내가 다 가졌다, 그러니 좋지 않으냐 생각하
기도 하겠지만, 선조 때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이 자리
를 지키고 감당한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만큼 책임감도 따르고,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 내 생각보다는 지파의 생각과, 명분을 더 생각
해야 하는 자리이니, 이것이 내 삶에 채워진 족쇄라고
생각 할 때도 있어.”
“그래도 아버진 지금까지 늘 잘해 오고 계세요.”
“내가 잘하고 있는 것 같으냐?”.
“지파 사람들도 아버지를 모두 존경하고 잘 따르고 있
고, 모임에서도 아버지께서 다른 지파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고요."
“아들에게 잘했다 칭찬받으니 기분이 좋구나.” 라고
말하며, 라함이 소리 내어 웃는다.
수아가 웃는 라함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늘 모
든 것에 엄격하고, 분명하고, 정확한 라함이, 오늘은
왠지 편안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그의 얼굴에 지어진
주름과 그늘을 보면서, 그가 감당하며 사는 무게와 책
임감도 와닿는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
라함이 수아의 말에 웃음을 멈추고 그의 얼굴을 응시
한다.
“아버지께서 무엇을 염려하고 계신지 잘 알아요. 저도
왕으로 지명받은 것에 대해 놀랐고, 그리고 왜 나인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게다가 아버지 말씀대로 1지파를
감당한다는 것만도 어렵고 버거운 일인데, 도대체 그
왕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왕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
하니 너무 부담스럽긴 해요.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했어요. 하지만.”
“하지만?”
“제가 혼자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혼자 하지 않아?”
“네. 지금처럼 지파 모두와 함께 해 나가면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제는 왕으로 부름 받은 일을
모임 때 알리고, 어떤 왕이 있으면 좋겠는지, 왕이라는
자가 어떤 일을 했으면 좋겠는지 함께 의논하면서, 왕
이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면 어떨까 해요. 물론 제사장
님께 먼저 상의해야겠지만요. 그리고 지난번 모임 때,
말씀드린 저 멀리 있는 나라,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
도 실제 인지, 꾸며낸 이야기 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
도 더 나누면서, 우리도 만약을 위해 이 땅을 어떻게
지켜 나갈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해
요. 경전의 신이 왜 왕이라는 자를 지명했을까 생각해
봤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신이
드는 것은이 땅을, 이 땅의 사람들을 지키는 자가 왕이
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아버지 생각은 어떠세
요?”
“아주 좋은 생각이다. 다만.”
“네. 사울진 수장님 때문이시죠?”
“소문과 달리 그동안은 서로 잘 지내며, 함께 하고 있
지만, 그 자는 야망이 높은 자이다. 라단에 대한 기대도
많고. 지난번 모임때 그의 질문들도 마음에 걸리고."
“네. 맞아요. 하지만 이젠 생각이 많이 달라지셨을 수
도 있어요. 라단도 있고요. 아버지 전.”
“그래.”
“전 제가 왕이 된다 하여,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아요.”
“물론. 그래야지. 하지만.”
“네. 쉽진 않을 거예요. 그래도, 전 친구들을 잃고 싶지
않아요. 지파 간에 불화가 생기는 것도 원하지 않고
요.”
“그래. 제사장님과 만나 먼저 의논하고, 다 함께 해
보자꾸나. 분명 좋은 방법들이 만들어질 거야. ”
말을 마친 라함이 잠시 눈을 깜박인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안색이 좀 피곤해 보이세요."
“그래? 아까 전부터 머리가 좀 아프구나."
“머리 아픈데 좋은 약초를 좀 가져다 드리라 할까요?”
“아니다.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방으로 모셔다 드릴게요.”
“괜찮아. 좀 앉아 있다가 갈 테니, 염려 말아라. 너도 방
으로 돌아가 쉬렴.”
“네. 아버지. 그럼 쉬세요.”
“그래.”
“수아야.” 수아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 라함이 그의
이름을 부른다.
“네?”
“고맙다.”
“네?”
“어려운 일이지만, 부름에 대해 잘 감당하려 해서 고
맙고, 또 너의 생각도 이야기도 해주어서 고맙구나.”
“저도 감사합니다. 쉬세요, 아버지.”
라함이 고개를 끄덕이자, 수아가 가볍게 목례를 하고
서재를 나선다. 라함과 이야기를 나눈 수아의 마음이
한결 가볍다.
서재 복도를 걷는데, 잠시 눈앞이 흐릿해 보인다. 머리
를 좌우로 여러 번 흔들고는 방으로 향한다. 방에 도착
한 수아의 눈앞이 캄캄하다.
‘뭐지? 오늘따라 방안이 왜 이리 캄캄하지?’라고 생각
하며, 머리를 좌우로 여러 차례 흔들고는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면서 앞을 보려 하지만, 여전히 캄캄하다. 소
리를 질러, 하인을 부르지만,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인지, 들리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갑자기
변한 몸의 상태에 식은땀이 나며 두렵다. 주위를 더듬
거리며, 방 문 밖으로 나가려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
지만, 앞이 보이지 않아, 부딪히고 걸려 넘어질 뿐이다.
수아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버지께 가야 해. 가서 알려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