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음모
그렇게 반년이라는 시간이 또 흐른다.
서린은 여전히 여기저기 행사에 참석했고, 도훈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있었다.
방송에서는 두 사람을 ‘세기의 만남’, ‘역사적 조우’라며 떠들어댔다.
한결은 부대 TV를 통해 서린의 소식을 접했다.
그녀가 고국으로 돌아와,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고—그는 그렇게 믿는다.
이른 저녁, 서린은 강문헌의 서재로 향한다.
긴 테이블.
낮게 떨어지는 조명.
그 자리에는 강문헌, 윤견호, 박진서, 그리고 도훈이 앉아 있다.
서린이 자리에 앉자 문헌은 “이 나라는 대통령제로 전환될 거야. 곧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우리는 도훈을 후보로 내세울 예정이다.”라고 말한다.
서린은 왜 이 이야기를 그녀에게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문헌을 바라본다.
문헌은, “너와 도훈을 결혼시킬 예정이니, 그렇게 알고 준비하도록 해.”
“네?”
서린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도훈을 바라보지만, 그는 당사자임에도 별 관심 없는 듯 무표정한 얼굴이다.
“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수상제든 대통령제든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서린의 말에, 그들은 그저 서린이 ‘알았다’고 말하고 나가길 바라며,
‘설명할 필요 없다’는 냉담한 표정들이다.
잠시 후, 박진서는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는, “정통성. 우리는 그걸 강조할 겁니다. 마지막 황녀의 역사적 가치, 새 시대를 열 후보의 미래. 국민은 이런 걸 좋아하지요. 균형이 잡힌 듯 보이니까요.”
지금까지의 모든 연출은 진서의 머리에서 나온 계획들이었다.
그걸 윤견호가 실행하고, 그 중심에는 늘 문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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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직무실.
그의 책상 위에는 문헌·견호·진서의 비리 자료가 놓여 있다.
황제는 문서를 넘기며, “나라를 지키는 자리에 있는 자들이 이렇게 나라를 좀먹고 있었다니. 내가 자네들을 믿고 맡겼거늘… 어떻게 이런 짓을 해왔나.”
황제의 화난 음성이 직무실의 높은 천장에 닿아, 사방으로 울린다.
그들은 무릎을 꿇고 빌어보지만, 황제는 그들에게 자리에서 물러나 책임지라 명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너무 많은 권력과 재산을 손에 넣은 상태였다.
그들은 황제를 ‘전횡을 일삼는 폭군’으로 몰아갔고, 그들의 비리를 황제에게 덮어씌웠다.
국민 의식도 달라져 있었다.
“황제가 꼭 필요한가?”
“이제는 국민의 나라여야 한다.”
언론은 황실을 ‘구시대의 잔재’로 만들었다.
결국—
황제는 폐위됐다.
황제의 직무실로 쳐들어온 세 명 앞에서, 황제는 충격과 배신감 속에 쓰러졌다.
그들은 그를 방관했다.
얼마 후 황제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서린의 부모와 오빠는 ‘유배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날—
유일하게 그 차에 타지 않은 사람.
서린.
언젠가 쓸모 있을지 모르는 아이,
살려두었다가, 때가 되면 제거해도 되는,
그녀는 그렇게 그들의 계획 속에 이미 있었던 것이다.
문헌은 그녀를 보호하는 척 그의 집에 숨겨두었고, 조용히 해외로 빼돌렸다.
그 후로 서린은 그들에게서 잊혀 가고 있었다.
그런데—
초대 대통령 선출의 계획.
알마르 폭격.
그곳에 있던 마지막 황녀 서린.
“이렇게 쓰이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견호가 웃는다.
“살려두길 잘하지 않았습니까?” 진서는 마치 그의 계획이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뿌듯하다는 듯
문헌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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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은 머리를 세차게 흔든다. “아니요.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결혼이라니요. 대통령을 하든
뭘 하든 당신들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절 끌어들이진 마세요.”
진서가 담담하게, "우리는 당신의 혈통이 필요합니다. 황제의 시대는 끝났지만, 사람들은 혈통에
가치를 두지요. 당신이 한다, 만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 동안 잠자코 있던 문헌이, 조용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지난번에도 말하지 않았니? 너는 선택할 수 있지만, 네 선택은, 너와 네 가문의 진짜 몰락의 길이라는 걸, 알고 있잖니.”
도훈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제가 데리고 나가서 이야기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뭘 이야기해?”
도훈은 서린의 팔을 잡고 방을 나선다.
서린의 방에 도착하자, 서린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왜 이래요? 오빠… 아니지. 강도훈 씨까지 왜
이러세요? 진짜 저랑 결혼이라도 하겠다는 거예요?”
“아니.”
“…네? 그런데 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난 이 나라의 초대 대통령이 될 거야. 결혼도 선거 전략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돼. 너도 그렇게 생각해. 이 나라 저 나라 망명인으로 떠도는 것보단, 마지막 황녀로 이곳에 있는 게 낫지 않겠어.”
서린이 말을 하려 하자, 도훈은 말을 막으며, "너도 알잖아. 우리에게 선택은 없어.
받아들이는 게 제일 나아.”
서린은
그들보다..
오히려 도훈의 말이 더 차갑고 섬뜩하게 느껴진다.
며칠 후.
<긴급 속보>
‘마지막 황녀’ 서린, 차기 대통령 후보 강도훈과 결혼 추진.
“정통성 회복을 위한 역사적 결합.”
뉴스 화면에는 환하게 웃는 서린과 도훈의 모습이 연일 흘러나온다.
한결은 부대의 식당에 있는 TV로 그 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
그때 이현 상사가 다가와, “그때 저희가 모시던 분이 저분이었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저런 분인 줄 알았다면 더 친해질걸 그랬습니다. 팀장님은 그래도 좀 친하지 않으셨습니까?”
"대위님."
"네?"
“본국 귀국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팀장님이야. 차렷.”
이현 상사는 벌떡 일어나 차렷 자세를 취한다.
한결은 오히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을 내어주는 게 아니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를 지키고 싶었던 마음.
그녀를 찾기 위해 헤맸던 모든 날들.
함께 죽음의 벙커를 버텼던 기억들.
그 모든 것이 하나씩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다.
황녀의 혈통과 역사적 가치,
그리고 새 미래를 위한 도훈과의 결합.
엉킨 운명 속, 서린과 한결의 마음은 어디로 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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