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돌아온 황녀

by Hye Jang

처음으로, 서린은 분명하게 말했다.
“싫습니다. 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제는 누구에게 쫓겨나고 싶지도, 강제로 끌려오고 싶지도 않다.


그녀는 더 이상 8살의 아이가 아니니까.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자유가 아니라,

도망칠 수 없는 또 하나의 족쇄가 된다.


그때도 지금도, 눈빛만으로도 서늘하게 하는 문헌은,

“갈 수 있으면 어디든 가 보렴. 네가 대양민국의 마지막 황족이라는 사실을 세상이 알게 될 거야.

너를 받아줄 나라는 없을 거다. 망명인이 되어 떠돌고 싶으면 그렇게 해. 네가 떠돌면 떠돌수록

네 가문에 치욕과 오명이 남겠지. 그리고 마지막 황녀도 결국 타국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할 테고,

그것이 네 가문의 끝이다. 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해. 넌 이제 결정을 할 수 있는 나이 아니니.”


그때는 어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지금은 어떤 결정도 허락되지 않는다.


결국 서린은 강문헌이 설계한 대로,

다시 돌아온 ‘마지막 황녀’가 된다.


황제가 없어도 된다고 외치던 국민들은,
황녀가 돌아오자 마치 나라의 잃어버린 보물을 찾은 듯 연일 떠들어댄다.


“잃은 줄 알았던 황족의 귀환.”
“마지막 황녀, 대양민국의 역사적 가치.”


서린은 ‘황족’과 ‘국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각종 사회 공헌 행사, 셀럽 행사, 문화 행사에 불려 다닌다.


‘황족 패션’, ‘황족 셀럽’이라는 기사로 서린은 연예인만큼 유명해진다.


이 모든 것은 강문헌, 박진서, 윤견호가 만들어낸 연출이다.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아침 일정이 없는 날,
서린은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그를 보는 순간, 서린은 중심을 잃고 옆으로 쓰러진다.


“이젠 제법 잘하네."


그녀에게 물구나무서기를 처음 가르쳐준 사람.
모든 사람, 모든 것들을 잃고,

이 곳 방 안에 혼자 있던 어린 서린에게 다가와
“혼자 놀아도 재미있는 거 가르쳐줄게”

라고 말했던 사람.


강도훈.


그는 강문헌의 둘째 아들이고, 서린의 오빠 서훈의 친구였었다.


“여긴 무슨 일이야?”
묻고 나서야, 이곳이 그의 집이라는 사실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는 오랫동안 해외에 있었다고 들어서, 갑자기 귀국한 이유가 궁금하다.


“글쎄… 지금쯤 등장할 타이밍이라고 하셔서. 돌아올 때도 됐고.”


그는 친절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은 사람이다.
강문헌의 아들이니까.


서린의 가족이 모두 죽고 이곳에 그녀가 있을 때
잠깐 그녀에게 가까워진 적은 있었다.
아마 죽은 친구의 여동생을 잠시 측은하게 여겼던 것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다시 만났지만, 서로 반가워할 말도, 안부를 물을 마음도 없다.


“너랑 내일 가야 할 데가 있어.”


“어디?”


“가보면 알아.”


다음 날, 둘은 공항으로 향한다.


활주로에는 군인들이 가득했고,
비행기 문이 열리자 환영의 함성이 터진다.

굉음과 군가, 플래시들이 한꺼번에 몰아치자,

서린은 잠시 숨이 막혀 걸음을 멈추고는, “이게 다 뭐야?”라고 묻는다.


황비서가 급하게 다가와, “알마르 파견 부대 귀국 행사입니다. 사전에 미리 말씀드려야 하는데,

혹시 불편하셔서 거절하실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도훈도 "폭탄 테러 때 너도 그곳에 있었다며? 그러니 너도 와서 인사해야지.”

하며 말하고는 먼저 걸어 나가 군인들과 악수를 나눈다.


서린이 망설이자 황비서가 그녀를 안내한다.


서린이 악수를 시작하자, 방송이 울려 퍼진다.


“돌아온 황족, 국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주서린.
알마르 폭탄 테러 속에서 황족을 지켜낸 대양민국의 영웅들과 만나는 현장입니다.”


중간쯤 왔을 때,
악수를 끝내고 몸을 돌리려던 그녀의 손을 군인이 놓지 않는다.


서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본다.


그가 서 있다.
그토록 소식을 알고 싶었던 사람.
그녀가 돌아가고 싶던 곳의 유일한 이름.


서한결.


심장이 순간 멎는 듯하다. 그렇게 걱정하고, 제발 살아 있어 줘라고 빌었던,
그가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숨이 가빠진다.


“그때 총 맞은 건… 괜찮아? 얼마나 걱정했는데… 정말 널 다시 찾아가고 싶었어…”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이곳에서는 안 된다.


한결의 눈에 그동안 미친 사람처럼 찾아 헤매던

그녀가,

지금 그의 눈앞에 서 서 그의 손을 잡고 있다.
예전의 모습 그대로 하지만, 너무 먼 세계의 이름으로.


한결은 그녀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쥐어 본다.
지금 이 손을 언제 다시 잡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찾았고, 결국 그녀가 있는 곳까지 왔지만—
서린은 이미 그가 닿을 수 없는 세계에 서 있다.




돌아온 황녀 서린.
어린 시절 만난 도훈과, 알마르에서 만난 한결과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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