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누구인가?
한참을 자고 난 듯한 기분이 든다.
눈을 뜨자 서린의 어린 시절 어렴풋한 기억 속에 있던 비슷한 방이다.
검정 정장을 입은 두 명의 여성이 들어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여기가… 어디죠? 제가 얼마 동안 이곳에 있었던 거죠?"
서린이 묻지만 그들은 대답 없이 미소만 지을 뿐이다
그들이 가져와 입은 옷은 식사하기에 지나치게 화려하다.
방을 나와 긴 복도를 걸은 후,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8살의 모습과 지금의 그녀의 겹쳐 보인다.
그때도 이렇게, 말없이 이 계단을 내려갔었다.
서린은 몸이 기억하듯 자연스럽게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 문이 열리자 먼저 와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그녀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
세월만 조금 흘렀을 뿐, 서린의 기억 속 그 얼굴 그대로인 남자가 다가와 서린을 포옹하며,
“이렇게 다시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그때 널 잃어버리고, 얼마나 찾아 헤맸는지 아니?”
그는 사람들을 향해 몸을 돌려,
“여러분, 우리가 잃어버린 줄 알았던 황녀를 이렇게
다시 찾았습니다."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온다.
남자는 서린을 자리로 안내하고, 그도 옆에 앉는다.
서린은 옆에 앉은 강문헌, 그리고 그 맡은 편에 앉은 윤견호, 박진서의 얼굴을 쳐다본다.
모두 황실의 힘을 등에 업은 세력가들이었다.
강문헌.
그는 서린의 오빠의 친구였던 도훈의 아버지이다.
그는 지금 대양민국 실질적 권력 1순위인 자다.
그는 황실의 측근인 척했지만, 황실 붕괴에 앞장섰을 것이다.
윤견호,
그는 황실의 군대장을 맡았었고, 황실을 지키는 자였다.
하지만, 황제 폐위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했을 것이다.
박진서.
그는 온화한 이미지로, 권력과는 담쌓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황실의 재산을 당담하며, 다른 두 인물들과 함께
세력을 쌓고 확장하면서,
부를 축적해 저들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추정일 뿐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누가 진실을 알고 있을까.
테이블의 모인 사람들은 서린을 두고 저마다의 말들을 쏟아냈다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하셨다면서요?”
“폭격 현장에서 지하 벙커에 3주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국제 커뮤니케이션 팀의 책임자라죠? 대양민국의 자랑입니다, 자랑.”
“도훈이는 언제 귀국합니까?”
“고 황제께서 아시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강문헌, 윤견호, 박진서 그들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다.
서린은
왜 이곳에 그녀가 있는지,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됐는지,
지금 다들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지만,
입안이 마른 듯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때,
8살의 서린도 아무 말 없이 이들에게 둘러 쌓여 이렇게 앉아 있었다.
서린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도, 머리도 억눌린 듯 답답하다.
길고 지루한 식사가 끝나고 모두가 자리를 뜨자 강문헌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이제 이곳에서 편히 지내도록 하렴. 네 집처럼."
두 명의 여성이 다시 와서 서린을 방으로 안내한다.
문이 닫히자 서린은 머리가 지끈거리고, 가슴까지 두근 거린다.
침대에 눕는 대신,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탕!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한결이 눈앞에 보인다.
안 돼.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그의 손을 잡으려 하지만 손끝이 허공에서 미끄러진다.
땅바닥에 피가 호수처럼 철렁 철렁 거린다.
그 위로,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오빠가
둥둥 떠내 려 간다.
그들을 부르며 손을 뻗어 잡으려고 하지만,
폭발로 무너진 건물 잔해가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이 몰려온다.
“아악!”
서린은 비명을 지르며 악몽에서 깨어난다.
가쁜 숨, 흔들리는 시야.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오빠...." 그녀는 흐느끼며 가족들을 불러 본다.
그리고 잠시 후,
“… 한결…"
그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서린의 눈앞에 펼쳐진 익숙한 방…
그리고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겹치는 지금의 자신.
세력가들의 시선 속에서 그녀는 단순한 황녀가 아닌 정치적 퍼즐이 된다.
악몽 속 한결의 모습이 스친 순간, 서린의 마음은 어디로 향할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구독하고 함께 확인하세요
#로맨스 #감정지능 #드라마 #영화 #정치스릴러 #액션 #가상국가 #연재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