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숨은 그림자
도훈과 서린의 결혼식은 서둘러 진행되어 가고 있다.
드레스와 예복은 개인의 취향보다는 빨리 구하면서도 화려하지만 품위 있는 것들로 준비되고,
예식장을 꾸미기도 전에 하객들에게 초청장이 전달된다.
여전히 이건 아니라고 말하고 그만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서린과,
뭐라도 할 수 있지만 도훈은 방관자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결혼식 당일,
그들의 결혼식에 초대된 내국, 외국 유명인사들도 도착하고,
오래전 황족 시대부터 내려오던 권력은 없지만 명망이 있는 집안,
그리고 대대로 무사를 해오던 한결의 집안도 초대받는다.
한결은, 양복 매무새를 잡고 있는 길영에게,
“아버지, 저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와 두 분만 가셔서 자리를 빛내는 것이… 형님도 계시지 않은데 제가 가는 것은 좀…”
“네 형이 없으니 네가 더욱 참석해야지. 우리 집안이 여전히 자손 대대로 건재하다는 것을 알릴 좋은 기회다. 게다가 너는 군인이지 않니? 무사 집안의 군인이라. 얼마나 자랑스러우냐.
비록 몰락한 황가이나, 황녀께서 돌아오셨으니, 참석해서 인사도 드려야지.”
한결의 아버지 서 길영 장군의 말과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집안 대대로 황제를 지켜온 집안,
비록 왕가는 몰락했고,
무사인 그에게 이름뿐인 장군이라는 직책이 주어졌지만
그는 황제에 대한 의리로 절개가 있다.
그래서 황녀가 돌아온 것에 대해서 기쁘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다시 황가를 지킬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마지막 황제에 대한 보답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한결은 서린과 마주하게 되는 것도,
그녀의 결혼식을 지켜보는 것도 모두 마음이 불편하다.
한결의 불편한 마음과 달리,
서린과 그는 우연히 식장 건물의 옥상에서 마주한다.
신부가 될 사람이 신부 대기실이 아닌 옥상 건물에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왜 여기 계십니까?”
한결은 그녀에게 동갑내기로 편하게 말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서린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몸을 돌려 피하려다,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둘이 마주한다.
“그때 총상은 괜찮아?” 서린은 그동안 내내 걱정하던 말이 툭 하고 먼저 나온다.
한결은 어깨까지 움직여 가며, “응. 괜찮아. 걱정했어?”라고 말이 편하게 나오고 만다.
서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마비탄이었어. 상처는 크지 않았는데, 그때 맞는 순간 온몸이 움직이지 않아서…
너의 손을 놓치고 말았어.”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말 끝이 떨린다. 그동안 담아 두었던 말이 툭 하고 나와 버렸다.
“이곳에 와서 너에게 소식을 전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
한결은 그녀를 바라보며 딱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
“그랬을 것 같아. 말하지 않아도 알아.”
“내 모습 우습지? 개인의 취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드레스야.”
“예뻐.”
한결의 말에 서린이 피식 웃으며, “감정이 전혀 담겨 있지 않는데, 그래도 예쁘다는 말 들으니 좋다.”
두 사람 사이에, 그 벙커 안에서 짧게 스쳐 지나갔던 감정의 기류가 흐른다.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향한
선명해지는 감정들.
그 둘의 모습을 옥상에 먼저 올라와 있던 도훈이 바라본다.
긴 드레스 자락을 두 팔에 한아름 안고 올라와,
두 팔까지 벌려 가며 끊임없이 한숨을 쉬는 서린을 보며,
그녀의 모습이 마치 그 자신 같기도 하고,
윤지와 있는 모습을 알리고 싶지 않아,
둘은 기둥 뒤에 서 있다가 내려가려던 참이었다.
그때,
또 다른 이가 옥상으로 올라온다.
그는 서린과 아는 듯이 보인다.
들고 있던 샴페인을 물 마시듯 들이켠 윤지는,
"식장보다 여기 옥상에 흥미로운 일들이 더 많네."
박윤지.
그녀의 부친은 황실에서 일한 적은 없으나,
대양민국을 건립할 때 박문헌을 도운 공으로,
행정부직 직책을 맡게 된 인물이다.
윤지는 그의 딸이고, 그녀는 도훈과 같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다.
갑자기 아버지들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들이 되면서,
변화된 생활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던 그때,
서로는 그렇게 친해졌다.
친하게 지내던 관계가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됐고,
해외로 공부하러 가면서, 둘은 부모님들 모르게 함께 지냈다.
윤지는 그녀의 샴페인 잔을 도훈의 잔에 부딪히며,
“축하한다는 말은 못 하겠고, 네가 이루고 싶어 하는 꿈은 이루길 바랄게.
그리고 네가 이룬 그 꿈의 끝에는.”
도훈은 윤지의 말을 막고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을 한다.
축복의 박수 소리와 플래시가 번쩍이는 가운데, 도훈과 서린이 서 있다.
식장위의 하늘은 유난히 맑고 푸르다.
서린은 한결을 떠올리고,
한결은 사라지지 않은 그의 마음을 드러내고,
도훈은 윤지를 바라보고,
윤지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진실이 감추어진 결혼식,
서린과 도훈, 그리고 한 결과 윤지.
엇갈린 시선과 숨겨진 마음, 억눌린 감정이 조용히 흔들린다.
사랑, 배신, 그리고 숨겨진 운명이 담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구독하고 함께 하세요.
#로맨스 #감정지능 #드라마 #영화 #정치스릴러 #액션 #가상국가 #연재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