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며
10대와 20대 때는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것을 참 좋아했다.. 기분 좋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내가 세운 가상의 미래를 뿌듯하게 생각했었는데.. 서른 살이 넘어서니 ‘다 부질없구나..’를 깨닫게 되는 상상하지도 않은, 상상하기도 싫은 현실이 불현듯 나를 찾아와 자주 괴롭혔다. 그 굴레에 나를 버려두긴 싫었다.
내 의지로 생긴 일들이 아닌.. 여러 관계 속에 내 존재를 재정의해야 했고, 내가 나를 설득시켜야만 하는 상황도 빈번해졌다. 비극적인 현실에서 긍정 요소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다 보니 나대로 해결점이 보이게 되었다. 뭐든 내가 다 할 수 없고, 인생이란 게 그냥 손 밖에 놓으면.. 어찌 됐든 시간은 흘러 여러 방법을 제안해주더라. (다만 나를 포기하면 안 되고!)
매달 1번씩 영화관을 찾게 되는데, 너무나 오랜만에 영화관에 있으니 몸은 힘들어도 설레었다. 보고 싶었던 리틀 포레스트의 상영시간은 원하는 시간대가 아니라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됐는데.. 가족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어 좋았다. 자신으로 인해 세상을 뜬 엄마를 바라본 아이의 모습은 참 애틋했다...
예상되는 미래가 올지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엄마의 마음.. 아직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다만, 만약 내게 선택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아이를 선택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여자만 아이를 열 달간 품어서 그런 마음이 생기는 걸까. 엄마만 왜.. 엄마의 모성애만 강요하지. 아빠의 마음이 더 중요한데.)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남편은 아이보다 아내의 빈자리.. 그 사랑만 그리워하는 거. 아이도 엄마만 찾지만.. 오래간만에 가슴이 잔잔해지는 영화를 만났다. 손예진이 출연한 영화는 실패가 없는 듯. 오래간만에 그녀가 출연한 #클래식 , #내머릿속의지우개 가 생각났다. 너무나 잘 어울리는 배역이었다(소지섭은 넘 아쉽.. 뭐 그에게 별 기대를 안 했다만;;)
영화의 배경이 된 장마철인 무더운 8월의 여름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도... ☔️ 여름이 다가오고 가을이 오고, 금방 또 겨울이 오고.. 올 한 해도…올해는 이상하게도 내가 그린 그림대로 미래를 상상할 수 있어 조금이라도 행복함을 느낀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 행복함 속에 불안한 마음은 잠시 잊혀갈 수 있으니깐.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고 지금과 달라질 미래를 그릴 올해 말. 우리 모두 행복한 연말을 맞이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