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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Aug 19. 2021

인생은 타이밍이야!

내 것으로 만든 순간들이 나를 만들었다



다른 날과 달리 점심시간에 배가 유독 고팠다. 평소에 아이와 저녁을 챙겨먹게되니 점심은 되려 쉬거나 간단히 먹는 편인데, 오늘은 유독 흰쌀밥에 뜨끈 뜨근한 국물이 떠올라서 사무실을 나섰다. 늦은 점심시간이라 회사 근처 식당들에 손님들은 많이 없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러 점심시간은 불과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간단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며칠 전 맛나게 먹었던 박고지 김밥집에 들렀다. 이왕이면 쉽게 먹을 수 없는, 포장해주지 않는 메뉴인 연어롤 김밥을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한 숨을 돌리고 매장 안을 둘러보니 가게 문을 열고 자리에 앉는 손님이 눈에 띄었다. '어라.'


그녀에게 손짓하자 그녀가 내 자리에 와서 합석을 했다. 회사 동료 중에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하여 동네 맛집, 멋집들을 종종 공유하는 그녀가 이곳에 있다니.  이 김밥집도 그녀가 시중에 나온 김밥집과 달리 간이 세지 않아 맛있다고 추천한 곳이었다. 그 덕에 아이의 식사메뉴로 들르기도 했고, 싱겁게 먹는 내 입맛에 딱 맞는 김밥집이었다.


"쏌, 뭐 시켰어요?"

"저 연어롤 김밥이요."

"정말? 저도 같은 거예요(웃음)."


이렇게 통하는 사람이 있다니. 혼밥을 해도 아무렇지 않고, 오늘 꼭 먹어봐야 할 메뉴가 동일한 사람. 마침 그녀는 내가 소개해준 회사 근처 정형외과에 들러 치료를 받고 나오는 길에 시간이 남아 김밥집에 들렀다고 했다. 그녀와 맛있게 먹다 보니 점심시간의 끝이 보였다.


"우리 만렙 가서 쿄토우지플랫 마실까요. 제가 살게요."

"좋아요!"


오늘 아침에 그녀의 자리에 어제 저녁거리를 사러 식당에 갔다가 우연히 들른 구움 과자를 파는 가게에서 산 무화과 스콘을 두었었다. 무화과를 즐겨먹는다는 그녀의 말을 기억하고 그녀가 생각나서 구매했던 것. 마침 그녀는 반기며, 점심 이후 답례 커피를 사주었다. 만랩의 교토우지플랫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음료라 그녀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면 같이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사이는 많지 않다. 몸에 좋은 약도 먹지 않으면 좋은 약인 줄 모르는 것처럼, 좋은 게 있으면 직접 해봐야만 공감하고 그 사람의 상황과 취향을 이해할 수 있다. 이미 그녀와 나는 여러 해를 걸쳐 그런 공감대를 형성해왔던 것 같다. 그 공감대 사이에서도 '타이밍'이 참 잘 맞았다.


점심시간에 무작정 걷고 싶은 날이면, 그녀도 운동화 끈을 묶고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오늘 예쁜 카페에 들러 점심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말하기도 전에 그녀가 예쁜 카페 리스트를 공유해주거나 내가 좋아하는 까눌레를 사 와서 건네기도 했다. 그냥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준 사람이었다. 들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먼저 꺼내 주는 사람이었다. 오늘 가까이 지내는 분들과 이야기하는 도중 마샤 님이 그런 말씀을 남기셨다.


"시간이 갈수록 주변에 평탄히 살아가면서

점점 성장하는 인연들이 귀한 것 같아요.

그리고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관계도 금방 식고요."


서로 관계를 맺으려면 서로의 노력도 필요하고, 그 과정 속에 '타이밍'도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의지한 대로 만날 수 없는 '타이밍'. 오늘 저녁에 들었던 뉴그라운드의 여름학기 (줌회의) 워크숍도 '타이밍'을 생각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마침 아이와 아이 아빠가 집을 떠나 휴가를 즐기는 사이, 홀로 남은 집에서 방해 없이 워크숍에 집중할 수 있었다. (늘 책상 옆에 앉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아이가 있어 온라인 워크숍을 들을 때 민망할 때가 있었다. 이제는 아이도 출연하여 인사를 나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커리어, 일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그 고민을 혼자 삭이지 않고 강연, 세미나를 찾아 듣는 이들은 얼마나 있을까. 그들과 커리어에 대한 태도, 욕망 등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면서 다시 한번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목적을 찾았다.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지,
일을 통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일로부터 어떤 의미와 재미, 보상, 관계를 원하는지,
그래서 무엇을 하기 원하는지..
일에서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욕망이 무엇인지.

 -뉴그라운드의 <내 커리어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 세미나 중


일하면서 단기적인 관점에서  인맥(좋은 동료),  여러 경험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며 실패와 시도, 성공을 해보려는 욕망이 있었다. 반면, 장기적인 욕망은 다음 커리어에 도움 되는 도약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타인에게 기회를 주는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 이어 40-50대 이후 꿈꾸고 싶은 일과 미래의 일에 대한 진로와 방향성이다.


새로운 공간에 들어가면 그 건축양식과 분위기(실내 인테리어, 주인장, 배경음악, 요리 등)에 매료되는데, 나를 스쳐간 이들은 내가 만든 가상의 공간을 느끼며 체험형 콘텐츠와 같은 경험을 갖게 만들어주는 일상을 선물해주고 싶다. 삶에서 새로운 경험과 터닝포인트를 주는 ‘타인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이고 싶다는 게 목표지점이 되었다.


기회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기회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누구나 좋은 기회를 갖고 싶으나,

그 기회를 어떻게 누려야 할지 모르는 시기에 제공받으면

아무리 좋은 기회도 스쳐 지나가게 된다. 비껴나간다.


내게도 좋은 기회를 놓친 순간들이 있었겠지만,

회고하면 잔잔한 기회들도 놓치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든 순간들이 나를 만들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밖에서 맴도는 게 아니라

내가 속한 환경에서

슬기롭게,

타이밍에 맞게,

수월하게

기회를 잡고 좋은 인연을 이어가길..




정말 만족스러운 아침상.. 구움과자와 잘 어울리는 모닝커피를 내려 마셨다.
어제 들렀던 구움과자 베이커리 겸 카페, 좋아하는 까눌레와 마들렌을 사면서  그녀의 무화과 스콘도!
매일 아침리추얼인 세바시 질문책도 챙기며. 오늘 질문의 주인공은 정여울 작가님이셨다. 글쓰기에 대한 팁을 전수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 피로도가 높은 영상보다 오디오콘텐츠가 좋다



(Copyright 2021. 소네.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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