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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Sep 04. 2021

내가 생각한 1순위가 아닌 것을 깨달았을 때

나만의 착각(제주여행기3)

9월 3일, 제주도 여행에서 대망의 큰 스케줄이었던 아쿠아플라넷 제주를 방문하는 날이 다가왔다. 여행 이틀째이자 아이의 생일이었던 9월 2일은  제주지방기상청에서화창한 날씨라고 예보했었다. 다른 지역과 달리 날씨 변화의 폭이 큰 제주는 제주기상청의 예보를 살펴봐야하지만, 이번 여행의 날씨는 예보와 상이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9월 2일은 오후 내내 비가 내려서 사전계획과 달리 스케줄이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했다. 야외 여행지를 기준으로 동선을 짰는데, 대체할 만한 공간을 찾아다녀보았다.


여행 나흘째가 되는 9월 3일은 궂은 날씨가 예상되어 아쿠아리움을 일정으로 잡았다. 한 공간에서 1시간 넘게 공간 투어를 하기 어려운 아이의 나이를 생각하여 풀 패키지권이 아닌 오후 4시 이후 입장권을 사전 구매하여 성인 2명과 소인 1명으로 각각 2만 원대의 관람권(아쿠아리움만)으로 다녀왔다. 36개월이면 입장권을 내는 전시관에서 무료의 경우가 종종 있으나, 아이는 9월 2일 생일을 기점으로 9월 1일은 36개월 미만이었고, 9월 2일~9월 4일은 36개월 이상이 되어 무료입장대상이 아닌 소인에 포함된 경우가 생겼다. 아직 아이가 어리다면 생일기준으로 무료로 관람가능한 전시들을 동선으로 짜봐도 좋을 듯 싶다.  


우리의 경우, 제주시 회천동에 있는 숙소를 기준으로 여행 동선에 맞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혼자 운전을 맡는 아기아빠의 컨디션도 중요했다. 숙소에서 1시간 가량 넘게 걸리는 성산읍, 중문 등도 방문 예외지역이었었으나 여행구성원들이 1순위를 꼽는 공간은 멀더라도 이유가 앞서 가게 되었다.(아이의 1순위는 아쿠아리움, 나의 1순위는 정원 조경이 잘 된 핫플 베케 카페)  


예상대로 아이는 1시간채 안되어서 아쿠아리움을 잰걸음으로 둘러보고 나와 남편을 재촉하며 아쿠아리움에서 나가자고 했다. 나 혼자 자리에 멈추어 그 동물들의 생김새를 찬찬히 살펴볼 뿐이었다. 돌 이후 잠자리에 들 때 고래, 상어, 악어 등 생태사진집을 보며 동물들의 모습을 탐구했던 아이였는데, 실제 동물들을 살펴볼 때 마치 퀴즈를 푸는 것 마냥 ''흰동가리 해마 있네~ 가오리다~! 고래네~" 등 동물들의 이름을 맞추고 자리를 빠르게 떠났다.


그에게 이번 여행의 1순위였다고 생각했던 '아쿠아리움'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제주여행의 1순위 장소는 아쿠아리움이 아니였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나만의 착각이었다. 그 생각에 힘을 세워주었던 연유를 굳이 꼽자면, 아이가 아쿠아리움을 다 돌아보고 기념품숍에 들렀을 때 바다 동물이 아닌 공룡 화석 발굴 키트를 사달라고 졸랐을 때였다.  아쿠아리움과 관련된 바다 동물의 굿즈 상품을 세 번 이상 권했으나, 그는 끝까지 자신의 고집을 관철시키며 원하는 것을 얻었다. 형아들이 놀 수 있는 8세 이상의 장난감이라고 설명해도 그는 끝까지 그 상품을 원했다.(대단한 똥고집!)


결국 그 키트에 눈을 못 떼며 배시시 웃는 아이를 보며 공룡 신발만을 고집하는 그의 취향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그에게 제주 여행의 우선순위는 드넓은 들판에서 뛰어다니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쟁취했을 때라는 걸. 그 사람이 원하는 걸 찾아서 해주는 것이 가장 큰 생일 선물일테니.




아쿠아리움의 포토존에서.
예상치 못한 동물들에 더 관심보이는 아이, 지구본도 참 좋아했다.
바다거북과 상어를 실제로 다시 보고 내가 더 감탄한!
되려 아이는 아쿠아리움 내 놀이터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냈다. 엄청난 스피드로 미끄럼틀을 20회 가량 탔던. 신이 난 꼬마
 돌고래의 몸짓들을 보고도 잠시 감탄!
기념품숍에서 바다동물이 아닌 좋아하는 공룡에 더 흠뻑 빠졌다
결국 어렵게 얻은 공룡화석발굴키트를 손에 쥐고!
막상 생일날 축하초를 못 불었는데, 오늘 여행길에 돌아와서 저녁 먹으며 소박한 생일축하송! 너무나 좋아했던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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