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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Sep 05. 2021

속도보다 방향이더라

여행이 좋았던 이유(제주여행기4)

남길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내 안에 쌓여가는 추억들이 늘어가는 것 같다. 돌아보면 3박 4일의 제주여행(9.1~9.4) 은 함께 떠난 반려자의 말대로 "꿈을 꾸다"온 여행 같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밀린 집안일을 하고, 낮잠을 푹 자니 진짜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다. 하루 중에 꿈같은 일상을 사는 것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 건가. 


지난 일기장을 훑어보면서 그때 좋았던 순간들을 회고하고 그때의 꿈을 돌아본다. 일상에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척도 할 수 있는 기준은 오로지 '기록'에 있다. 일기를 쓰고 사진을 찍고, 지나온 시간들을 다 돌아보기에 삶은 참 짧을 수도 있을 텐데.. 그 많은 기록들로 다시 한번 행복감을 느끼고 감사함을 느끼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게 되는 것 같다. 


여행사진 속의 나는 행복함이 충만하지만, 일상에서 행복감은 얼마나 지속될까. 현실에 놓인 무게감과 부담감으로 웃어도 웃을 수 있는 날은 많지 않았을 테다. 여행이 좋았던 이유는 내게 짊어질 일상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아무 생각 없이 여행지의 풍경을 바라보며 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와 마음가짐일 테다. 빨래나 설거지에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것, 집안일을 뒤로하고 여행지의 일정에만 신경을 써도 되는 것 등 소소한 일상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할까지 여행은 내게 바라는 게 없다. 


일상 중에서 여행을 지속하려면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까. 오늘 하루를 마음에 새기도록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추억들을 돌아보며 그 추억에 빠지는 것도 좋지만, 그 추억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내가 그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 또 한 번 더 나은 여행길을 모색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 결국엔 속도를 내는 것보다 방향 제시를 잘 설계하여 더 나은 인생으로, 하루로 매듭짓는 것. 그게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이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제주도 여행기 1~3편 훑어보기 




여행이 좋았던 이유는
내게 짊어질 일상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아무 생각 없이
여행지의 풍경을 바라보며 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와 마음가짐일 테다. 
 소소한 일상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할까지 여행은
내게 바라는 게 없다. 




지난 일기장을 살펴보며 내 안의 긍정성을 찾아본다. 아이의 생일(9.2)을 맞아 떠났던 제주여행처럼 그해 내 생일(1.16) 시즌에 있었던 일들은 기록 즉 일기를 통해 살펴보지 않으면 모른다. 어떤 일이 생겼는지.. 지난 기록들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이었고, 나는 어떤 삶을 꿈꾸었는지 다시 보게 된다. 지금과도 똑같이 '삶에 있어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했던 사람'이었고, '타인에게 도움을 되려는 사람이었구나'를 다시 깨닫는다. 내 삶의 이정표는 '일기'였구나를 새삼 인지하면서. 



<2015.1.14 수요일 일기> 발췌


1.#팥빙수

팥빙수 중 #옥루몽의 팥빙수를 좋아한다. 팥과 빙수, 떡고물까지.. 그릇까지 정성스럽다. 근데 역시나 여름에 먹는 빙수가 더 달고 맛있다. 특히 지난 주말에 동생과 먹다만 이 빙수보다 10년 지기 쏜과 먹던 그 여름 빙수의 맛을 잊을 수 없었다. 기나긴 수다도 한 몫했겠지.. 이달 나의 16일, 너의 19일. 얼마 남지 않은 우리 생일을 미리 축하하고 지난 2년간 했던 합동 축하.. 올해도 해야지.


2.Dreams come true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내가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것을 찾는 일..." 과연 맞을까.

20대의 나의 고민은 저 문구 안에서 늘 맴돌았다... 서른이 살짝 지난 올해가 되니 인생선배이신 엄마가 보낸 문자가 떠오른다. "좋아하는 일이 잘하게 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쉼 없이 반복적으로 깊이 집중하게 되면 어느 순간 단련되면서 그 일에 대한 방향, 속도가 구체화된다. 그게 바로 자신만의 노하우. 요즘 나는 출근길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박물관 sns 내용과 홍보 이벤트, 블로그 원고만 생각한다. 국내외 타 문화계 기관의 sns 모니터는 기본이고 다른 박물관ᆞ미술관 전시는 매주 늘 보러 가게 되었다.


일의 연장이라 생각했다면.. 너무나 지쳤을 테다. 일종의 놀이로 재미를 느끼고 즐기다 보니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지난 3년간 공연계 현장을 돌며 춤에 빠져든 것도 그 연장선(뭐 10년 전부터 이 세계의 동경과 끝없는 관심 덕뿐이겠지. 수험생 때 불문과와 미술사학과를 두고 고민했으니. 공연 세계보다 어릴 적부터 친근한 소재가 미술이었고 초ᆞ중학생 땐 꾸준히 미술 회화반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 주위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얻고 나만의 새로운 기획물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고스란히 결과도 좋게 됐다.


지나고 보니 속도보다 방향이더라. 정신만 차리고 나 자신을 연구해서 방향만 잘 세우면 출발은 늦어도 단기간에 앞지를 수 있다. 즐기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만 변치 않다면.. 타인의 꿈, 말을 새겨듣지 말고 내 꿈을 찾기. 내 면에서 들리는 소리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20대를 보내는 당신들.


P.s 지난해 몇 달간.. 함께 일했고 아꼈던 인턴분께 오늘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무슨 일이든. OO 씨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 

취업의 길로에 서있는 20대 후배들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말없이 어깨를 토닥토닥..



여행 중 가장 가고싶었던 공간에서..마지막 여행지로 선정했다. 역시나 좋았다.
2015년에 남겼던 글을 통해 6년 후의 2021년 내 모습을 반추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생각한 1순위가 아닌 것을 깨달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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